탁사정 풍경에 기대다
온형근
옆얼굴로 해맑게 풀어 낸 미소 번진다.
그때 팔송 가는 막차를 놓치면 왕암으로 갈아탔던가 그 친구,
구학 사는 친구는 여름 폭우로 불어난 내를 못 건너 당당하게 결석했고
꽃다운 나이 탁사정 모래톱 쳐다보았을 때
대저 살아갈 일 막막하니 절경이 절망에 가렸었다.
그때는 뭘 거기까지 올라가냐고 손사래쳤었는데
삼백 리 길 허겁지겁 달려 탁사정 우물마루에 앉는다.
오르다 보니 참꽃 부끄러움으로 흐드러져 피어
여덟 그루 제주 곰솔 심은 팔송정 자리라는데
낙락장송 굽은 소나무만 용암천의 물보라에 익어
어느 날은 아홉 마리의 학을 부르고
날을 잡지 못한 아득한 순삭에 봉황 깃드네
멀리 감악산이 봉황산을 부려 탁사정 바위를 지켜
용암천 용소의 깊은 세월로 갓끈을 씻고
내친김에 먼 길 달려온 발도 씻는다.
창작 메모
탁사정은 젊은 한 시절 풍광으로 가득하다. 최근에 탁사정에 앉아 차를 마신 적이 있다. 여전히 탁사정은 청춘의 어떤 시절이 생동한다. 잊고 살다 다시 또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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