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가느라 휘젓는 봄을

나무에게 2024. 3. 14. 12:19

2021.05.09.10:46, 조원동 원림 미음완보 중, 임천한흥을 즐기다.

가느라 휘젓는 봄을

온형근

 

 

 

   활력 넘치는 산천으로 소소하게 바람이 분다.

   우듬지 몇 개 부러져

   성록의 잎 난타로 흔들리고

   떡갈나무 사이로 햇살 파고들어

   지상으로 빛과 그늘을 요분질 하는

   가느라 사각대는 봄

​   나는 없었네

   곡해의 심지만 키워 낸 봄을

   묻힌 세월에서 한 걸음도 비켜서지 못했네

   층층나무 흰 꽃 바래는 동안

   국수나무 노랗게 몽울 터지는 덤불이 되고

   가슴은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 위리안치된 채

   떡갈나무 빛살로도 휘젓는 봄을

   도대체 어쩌자고 쫄밋거리는 통찰이냐

-다시올문학 2024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