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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처럼, 문신처럼

나무에게 2018. 7. 16. 15:36

한 계절 넘기는 동안 덤덤하더니
무궁화, 능소화까지 눈 호사 부리는 사이

 

우람하게 늠름하여 꽃도 아닌 것이라
잔비처럼 꽃가루 날리어 바닥을 덮어도
동네 벌 왱왱대며 소리로 날개짓으로
다릅나무 꽃 지즐대며 화답할 즈음,

 

가슴 근육 터질 듯 갈라진 채 툭툭 치고 나와
그물망 문신으로 젊음을 그려놓고는
쩍 갈라지는 피부쯤이야 노화의 증좌
폭염으로 가지 펼친 다릅나무 잎 만큼이나

 

꽃잎 꽃가루 꽃 지는 바람결 흐르는 소리
여울처럼 번져 줄기에 새긴 문양, 곧 터질 듯.

 

 

(온형근, ‘근육처럼, 문신처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