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함께

꼭두각시

나무에게 2017. 2. 7. 11:13

 

뭔가 하고자 이루고자 애쓰는 건 자연스러운 진화이다. 일상이 그래서 소중하다. 일상이란 자신을 읽어내는 수준의 범위에서 비롯된다. 되돌아보고 접을 줄 아는 것을 지혜라고 했다. 지혜는 소박하여 내 세울게 없는 지리멸렬한 속성을 한 축으로 성립한다. 더 우려나지 않는 차를 계속 뜨거운 물을 붓는다고, 식은 차를 뎁힌다고 차가 지닌 일상의 향과 맛이 돌아오지 않는다. 차는 일상을 음미하는 데 적합하다. 더하거나 과욕으로 나서는 이치를 경계한다. 누구나 뻔하게 아는 지점에서 환하다. 적정함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시도하는 작위를 꼭두각시 놀음이라 한다. 저리고 아려 찌릿하게 튕겨내는 地氣에게 기어이 승복한다. 아프지 않으려는, 벗어나려 애쓰는 작위보다 꼭두각시 놀음을 멈출 줄 아는 수순을 따른다. 대신 차 한 잔으로 온전한 숨을 쉰다. 멀고 아득하여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는 깊은 계곡이 있어 울퉁불퉁 기암괴석의 산맥도 골격미를 갖춘다. 드러나지 않아도 존재하고 가까이 있어도 깜깜한 앙방향의 조바심도 꼭두각시일지니 예단하지 않는다. 삭아가고 녹슬고 둔중해지는 일상이어라. 잊혀지고 무심해지는 사이 작위도 흩어진 기운을 모은다. 바닥을 훑는 사이 빛은 어둠 속을 꿰뚫는 직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