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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단상]0002 - 노린재나무

나무에게 2024. 5. 1. 00:35

[#나무단상]0002 - 노린재나무

산 언덕 길을 치고 오르다보면 제 멋에 고고한 티를 내며 돋보인다. 우산처럼 펼쳐진 단아한 비율이 일찌감치 세상 일 다 산듯한 탈속의 자태이다. 내 놓고 양해를 얻어서 엿본다. 저 정도면 저잣거리에 내 놔도 남 눈치 볼 계제는 아니겠다. 4월 30일이 허망하다 뭐가 이리 공중으로 꽃가루 뿌연지 앉을만한 곳마다 엉덩이 지문이 남는다. 바투 두 다리 세워 짝발로 버팅긴다. 조원동 원림의 노린재나무 치오른 가지마다 봉긋한 꽃송이가 전체 수형으로 포물선을 긋는다. 바짝 숙여 다가선다. 꽃잎 다섯 장에 제멋대로 산발한듯 솟아난 수술마다 토즈를 신었다. 노린재나무는 매염제媒染劑로 사용한다. 그래서 황회수黃灰樹라는 이름을 얻었다. 노란 재를 염색에 이용한다는 말이다. 서거나 앉아 눈맞추는 동안에도 꽃잎 날리듯 세상이 다가왔다 스쳐지난다.

-이천이십사년 사월 그믐날, 월백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