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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나무에게
2018. 8. 17. 16:13
바람은
나무 곁에 머물려는데
나무가 바람눈 내주고 허락하기를
우람한 장년이 될 때까지
눈길 하나 흐트리지 않더라.
내 어느날 기꺼이
빗자루로 모은 느티나무 열매 취해
묘목이었다가 몇 번 옮겨 심어
제자리 내 주었더니
의젓하여 천하의 바람을 애정하더라.
바람소리, 바람결, 바람시내, 바람길
불가촉 폭염까지 쓸어내며 시원한데,
귀로 옷자락 헤집고 살결 파고드는
바람에게 길 내주고 짐짓 모른 체
이 더위에,
벽력같고 우렁차서 반했더니 끌렸겠다.
-온형근, '바람결',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