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함께

상수리나무

나무에게 2015. 8. 25. 12:38



수원에서 용서고속도로 진입할 때, 뺑 돌면서 만나는 상수리나무 미끈한 군락지를, 비 맞아 반짝거리는 날 지나 보았는가. 청량하고 익숙한 산자락을 접어 든 것처럼, 아무도 없는 산길 가장자리를 서성이는 것처럼, 막연한 시원의 여행처럼, 지나다가 저렇게 뽐내는 몸매는 누가 만들었을까. 날렵한 잎새의 미끈함에 바람이 올라타서 흔들고 있을까. 8등신 잎새라고 몽니 부릴까. 가끔 바람 일어 잎 뒤집으면 눈가린 채 새끼 손가락 사이 허연 뒷면 아찔한 관음. 멀리서 보면 숲이고 상수리나무이건만 다가서면 앳되어 뒤틀며 비비꼬는 도발. 천상 상수리로다. 나무 중의 상수로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릴만하다. 도토리 또한 알 굵어 지난해 봄밤이 얼마나 깊고 길었는지를 가늠한다. 또렷하여 당당하니 하나 거리낌 없이 사랑했겠다. 에로스였고 파토스였겠다. 걸쩍지고 강건했겠다. 그 앞을 지나는 다람쥐 희망이고 절망이었겠다. 배고픔과 식상이었겠다. 눈 속에 파묻혀 다시는 손에 얹어 놓지 못하는 도토리가 상수리나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