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2024. 3. 11. 10:04

 

소나무 명상

 

 

온형근

 

 

 

   폭설, 쯤이야
   혹한에도 거위털외투 거들떠보거나
   춥다고 오리부추구이 입맛 다시지 않았다.
   산수유 꽃눈 터지려는 파열음, 모골이 송연해질 때도
   나는 강건하여 딱따구리에  몸을 내주지 않는다.
  
   해춘할 때 얼음이나 잔설에 측은지심도 갖지 않은 게 엊그제

   눈 녹고 바람 잦아들면 그만이라

   쑥쑥 위로 고개 쳐들고 비취에서 초록과 청동풍뎅이색으로 계절을 입기만 하면 그만이라

   룰루랄라 기분 좋아 산목재에서 굽어보고 있었건만

 

   남들은 내가 큰 해탈을 염두에 두고

   오르내리는 어떤 이를 돌보았다고 수런대지만

   바람이 산 아래에서 위로 불 때마다 시원하다 방심했을 뿐
   명상하느라 망상을 밑둥치로 내려보내려 애쓸 때

   모가지에 맷돌만 한 헛구역질로 신음할 때

 

   헛헛하여 바람 새는 그곳에 봄물 올라 꽉 차더니

   나의 봄은 명상하다 꺾여 간밤 쩍 소리 하나 남기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