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함께

새싹이 나오다

나무에게 2015. 7. 6. 22:37

<!-by_daum->

 

 

발아세라는 게 있다.

일제히 같은 기간에 싹이 돋아나오는 세력이다. 와 이게 어찌된 일인가 며칠 사이로 핀오크 싹이 돋아나는데, 이건 완전히 소나기 맞고 신나서 펄떡펄떡 뛰 다니던 유년의 어떤 기억처럼 그렇게 신났다. 핀오크의 발아세는 무서웠다. 일찌기 이천에서 4년여를 경험해보지 못한 강한 씨앗이다. 발아율이 90%를 웃돈다. 속에서 환호가 터진다. 교과서에 기재된 사항을 교과서대로 실천하였더니 그대로 싹이 나오는 것이다. 과히 살아 꿈틀대고 움직이는 운동성까지 지닌 교과서였으니 나와 학생들의 자부심은 남다르고 대단하였다. 새싹이 나왔다. 볏짚을 밀어내며 점파한 위치에서 고개를 내민다. 삐쭉삐죽 내미는 싹들이 예뻤다. 

 

멧비둘기 울어대다.

여주 북성산에서 멧비둘기가 '꾸우꾸우 꾸꾸' 하면서 깊은 콘트라베이스로 지저귈 때쯤이면 분주하기만 했던 긴 봄철의 밭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힐 때이다. 이때쯤이면 없던 수심도 어느새 자리잡아 내 안에 들어와 있고, 긴 한숨도 나 모르게 새어 나온다. 얼굴은 타서 뭐하는 사람인지 구별되지 않기 시작한다. 정선율과 발아율을 고려하고 손실을 따져도 6-7만개의 묘목이 생산된다. 내년 이 묘목을 다시 옮겨 심어야 한다. 어디가 좋을지 물색하며 계절을 넘긴다. 다행히 중학교 후문 쪽 과수원 자리가 있으니 거기 심을 수 있다고들 어디서부터인지 모르지만 말들이 생성되고 있었다. 멧비둘기 지저귐 속에 그나마 마음 한 쪽 편안한 미소가 들어 앉는다.

 

과수원 자리는 학교 목초지로 이용되고 있다.

목초지 대부분 가축 분뇨를 뿌리고 갈아 엎기를 반복하다가 목초 파종에서 수확기까지 초지로 이용된다. 이용되지 않는 모든 기간은 지속적으로 가축 분뇨를 뿜어 넣고 심경을 한다. 지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분뇨처리와 토질 개량이함께 이루어지는 축산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넓은 면적의 초지인 것이다. 제대로 목장을 운영하려면 사육 두수에 걸맞는 규모의 초지가 필요하다. 초지가 있는 풍경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의 18세기 영국에서 유행하였던 픽처레스크한 풍경이다.

 

초지를 운영하는 장비와 인력은 만만치 않다.

언제부터 과수원은 과수를 하지 않고 초지가 되었을까. 개간만 하면 곧바로 분뉴를 집어넣고 초지를 조성한다. 개간을 위해 동원된 엔진톱도 무지기수다. 성능 좋은 트랙터는 초지를 위하여 필수적이다. 분뇨탱크 역시 트랙터에 견인하여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그리고 이에 잘 적응된 전담반이 투입되어 꽤 발달된 조직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학교 경영의 측면에서 평가했다. 이 모든 것이 원활하게 운영되어야만 하였기에 학교 시스템이 한쪽으로 편중되었다.

 

 

 

출처 : :::사이SAI:::조경문화교육공동체
글쓴이 : 나무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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