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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
나무에게
2024. 1. 25. 10:06
엄동설한
온형근
매일 추위는 엄격했고 폭설의 겨울이었지
눈을 비벼 개서 큰 블록을 찍어 에스키모의 이글루를 만드는 공사는 우물 가까운 언덕 한 켠이었어
아무나 껴주지 않았지
소수 정예
어른들은 지나면서 야무지게 설계하여 진행하는 이글루 모습을 신통한 듯
뭐라고 관여하고 싶었겠지
어림없었어 도면에 없는 지침이었거든
중단 없었지
엄마가 밥 먹으라 부르면 교대로 들락댔지
양동이는 연신 물 뿌리며 엄동을 재촉하고
우물물은 이글루에 퍼질러 미끄러졌고
반짝거리며 파르르 떨면서 단단해졌지
좀 더 크게 만들 것을
거적과 솜이불 같은 거 깔고 두 명 들앉아
뭐가 그리 좋았을까 희희낙락 대며
바깥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교대하자는 걸 못 들은 척하는 잔망스러움은
오늘같이 춥고 엄한 날일수록 그 추웠던 제천의 어린 날이 생생해
지어 냈다는 성취가 이글루 이후로는 한결같이 허접한 게
손발과 얼굴 얼어 터지던 아린 상처의 힘이라
엄동설한 들면 얼굴 얼어 터지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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