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유현재幽玄岾
나무에게
2024. 1. 14. 12:55
유현재幽玄岾
온형근
바람길이었던 그의 고개는 달름하다.
호수에서 산 쪽 바라보매 세 번 굴절되어
마지막 고갯길은 아득한 듯 숲이다.
하나를 후미지게 길이로 끌러 두더니
두 번째 고개를 두둑 쌓듯 가로지른다.
도톰하게 포갠 입술 속이 그윽하다.
무릇 보이는 것에 마음이 다가서듯
깊고 그윽한 지경에 닿는 것은
고갯길이 아니라 속내를 부르는 풍치여서
절로 흥 불러내는 아름다운 지경이라
드러내는 너와 보고 있는 내가 낳은 풍경이
꺾어 도는 고갯길의 유현幽玄을 짓는다.
-「유현재幽玄岾」, 『다시올문학』, 2022년 여름호(통권 52호), 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