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2024. 1. 7. 10:54

인물론


온형근


   그가 인물이었음을 이미 알았고

   앞선 날들이 정체된 시절과 만나 눈치로 때우는 이들에게는 면전에서 추켜세우는 잠시
   눈발 휘날리는 허허벌판 몇 번 건너다
   길 홀려 제 자리로 몇 바퀴 돌고 나서는
   살 에는 찬바람 골짜기로 갇혔다.

   인물은 빠르게 시절을 건너는 거라서
   미끄러울 때 설설 기며 조금씩이라도 나서고
   넘어지면 그곳이 풀섶이라 아늑하여
   때로는 묻혀 더부살이로 움츠리고
   낯설고 외진 곳에서 이름없이 머물러야
   인물도 숙성되어 힘 안들이고 내공을 구사할진대

   꽉 막힌 일상에서 일탈은 안빈낙도라
   그 인물 가까이 다가서니 이제야 알 듯
   흰 눈의 오솔길로 남긴 발자욱 따라 시린 손끝 꼭 눌러 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