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2024. 3. 8. 16:56

주름진 고석바위의 세월

한탄강 고석정

 

 

온형근

 

 

 

   겨울 한탄강 고석정으로 내려가는 길을
   굳이 옛 계단으로 접어든다.
   안전줄을 끌어 잡아야 할 정도로 단차가 크다.

 

   내려가면서 고석바위 꼭대기 소나무와 눈이 마주친다.

   소나무 눈망울에 물기 어리더니 암벽 아래 쪽빛 물결에 일렁인다.

   얼마나 깊을지 고독한 바위를 둘러싼 수면은 깊이를 알 수 없다.

 

   점점 명랑하고 청아한 소리가 나를 이끌더니

   햇살이 속살거리며 물보라 공중으로 튕겨 오르는

   반짝이며 꺾여 흐르는 여울물

   맑고 투명한 물결 소리는 명창의 구음처럼 잔향으로 남는다.

 

   고석정은 고석(孤石)에 기대어 머문다.

   고석바위에 엉금엉금 기어올랐다는 기이한 풍류는 콘크리트 정자에 올라 눈길만 더듬는다.

 

   지금은 올라갈 수 없는 문화재

   기어코 오르고야 말겠다는 각오의 마음도 식고

   협곡의 주름에 고석바위도 가로줄 긋고

   세월은 유장하여 흔적도 없으니

   절애고도일 때 고석바위의 소나무와 고석정의 지붕만 벗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