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2014. 1. 30. 12:56

감나무 / 온형근

 

 

 

비긋고 바람 차다

문 앞 감나무 잎새 흔들릴 때 물냄새로

가슴에 묻어두었던 고막 울리더니

커지고 커지면서 잠깐 우레처럼 쿵

내 안의 잡귀들 어질 어지럽게 물러선다

들판으로 나선 감나무 잎새의 빛살에

개울물 반짝이며 눈부시다

 

지상에 밟히는 푸른 감꼭지

한꺼번에 뱉어내던 여름비

청명한 하루 잔잔하게 젖은 눈길 만나

풀 우거진 망각의 느낌 여전한 긴 휴식과

그늘 가득한 숲으로 향하는 오솔길로

혼자여서 외로웠던 쓸슬하여 의젓했던

감나무의 고요함으로

내 원형의 잡것들 부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