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2014. 1. 30. 13:01

소나무.01 / 온형근

 

 

 

중첩된 채색, 빛의 고함이 번지는 도중

소나무 숲은 환청으로 황급하다

일관된 내숭과 시치미가 스며들어

솔잎이 만든 담벼락으로 산골짜기

마음의 평화를 아끼는 물소리는 

짙은 안개, 숲의 영령을 매긴다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는 것들

보배롭게 허락하여 떨어뜨리지 않는다

목관의 음률로 여명의 광채를 일으키고

숲을 이룬 신령스러운 낌새를 위해

현악의 선율로 상냥하게 두들긴다

기지개를 펴고 숲은 쏘곤거린다

 

소나무 너울너울

굵은 몸짓으로 잠들려 할 때쯤

넘실넘실 침묵의 소리

어수선한 묵언들이 반겨주는 맛

금관으로 이어질 때까지 곰삭는다

어둑해진 숲의 여백으로 노래는

새 몇 마리 쪼르르 달려 나와 뛰는 생동

부엉이 소리 닮은 콘트라베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