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3 낙엽이 길을 따라 흐르는 것은 낙엽이 길을 따라 흐르는 것은 온형근 낙엽이 길을 따라 흐르는 것은바람이 퍼질러 주저앉고자끝이 없는 먼 길을 타고 흐르고자 하는 욕망가을이 반짝거리며 속셈 없이 털어내던 잎 몇 개 매달린 가로수들의 수런거림찬바람 사람이 걷지 않는 길에는낙엽만 길을 따라 흐르며 두런댄다걷고 있는 이 길을 따라 사라지고 말면텅 비어 바람을 맞이할 수 없는 것을바람이 부는지 낙엽이 흐르는지볼이 찬지 두터운지 못내 아쉬워 자꾸걷다가 되돌아보는 길 위로길을 따라 쓸리듯 흐르는 바람 앞에사람의 흔적 비어 썰렁한 낙엽긴 밤길 걷다 맞이하는 새벽Leaves flowing along the road Ohn Hyung-geun Leaves flowing along the road The wind sprawling, wanting.. ::시집::/풍경의분별 2013. 12. 26. 안개의 숲길 안개의 숲길온형근 먼 가로등이 숲길을 지키고 있다가로등 불빛에 실려 안개가몸을 휘감아 돌고는 발길을 적신다깎아지른 듯한 벼랑 아래깊은 파도에서 퉁겨 나오는 물보라가 그랬듯이오늘 안개는 아찔하도록 젖어 있다밤새 건조했던 몸은안개 자욱한 새벽길에서 생동한다몸 여기저기서 찌그럭거리며새벽 안개를 가로지른다힘겨움 하나 스멀거리며 빠져나가는 것을시린 손을 둘러싸고 젖은 안개와 달마 있음을저 쓸쓸하고 우울한 잿빛 안개의 숲길에서 The Foggy Forest Path Ohn Hyung-geun A Distant Streetlight Guards the Forest Path Carried by the Streetlight's Glow, the Fog Swirls Around, Soaking the Steps .. ::시집::/슬픔이라는이름의성역 2013. 12. 26. 슬픔 ─화전.65 슬픔 - 화전.65온형근 살아있다고 외치는 나무와 풀싹들이 슬퍼 보인다새를 담고 있는 둥지까지 죄다 슬퍼 보인다 입 안 가득 슬픔을 씹고 있다 머물다 사라질 슬픔이 아닌 살아있다는 것에 슬픔이 매겨져 있다 바람은 없다 산천에 남아 쓸쓸하게 표류하는 것들은 흔들리지 않게끔설계되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모든 게 흔들리고 있다삶을 바라보면서 우울이 짙은 날은 쳐다볼 게 없다보이는 것들 한 가지도 남지 않은 채 거칠고 슬프다사립문 밖에는 시키지도 않은 냇물이 곡을 이루며 흐른다 지난 여름에 턱없이 달려들어 아꼈던 냇물이다발을 담그기도 벅찬 냇물 앞에 서 본다같은 종족의 목소리가 몹시 그립다 싶은 산천에 새소리 바람소리 귀신소리 가득하다 그리운 얼굴 하나가 반긴다 간질거리며 웃던 세월이 녹아 있다Sadness -.. ::시집::/연작시::화전 2013. 12.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