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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줄기
나무에게
2024. 2. 2. 12:37
겨울 산줄기
온형근
산을 날지 않게 붙잡고 있는 건 나무들
초목의 뿌리가 흙산을 움켜쥔 채
촘촘한 중력의 빈틈을 감지
근모는 방향을 탐지하며 사방 기웃댄다.
흠칫 나설 때마다 헛기침 내면
지나간 뒷발자국마다 근력이 붙어
세근은 섬유처럼 서로를 잇고 감싼다.
잠깐의 허공 잃은 눈동자의 짧은 허함
을, 급하게 덮어 주려는 듯
불콰한 환부로 서둘러 밀려오는 아림
을, 저 산 어디쯤에서 보았다.
주삿바늘 찌른 용액의 유영처럼 아플 텐데
어느새 산의 골격 울퉁불퉁 나출근 되어
나무의 지상부를 뽐낼 때마다
오솔길 한 편으로 나앉아 쪼그린다.
날갯짓 지쳤을까 지나던 새 힐끗 쳐다보더니
시퍼런 제 길 나선다.
기웃대느라 소란스러운 땅속 근모의 아우성
우산에 떨어지는 물소리처럼 단정하다.
2024.02.02 - [::신작시::/창작|생산] - 뾰드득 소란
2024.02.02 - [::신작시::/창작|생산] - 날궂이 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