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2024. 10. 10. 05:43

궁남지 버드나무

온형근

 

 

 

   아, 아름다움을 친견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

   대부분 그저 백치미를 부리듯

   먼 산 응시하는 바람의 상태를 살피는 일인 줄 알았어

   어쩌다 바싹 회가 동할 때 응석처럼 생동하다

   시무룩해지는 게 풍경의 미학인 것을

   왔다 머무는 잠시도 없이 떠나는 절기가 있는가 하면

   존재만으로 구경하다가 흠결투성이라 알게 되는

   있고 없음을 나누는 게

   애초에 늘어진 버드나무 가는 줄기처럼 흔들리는 것을

   될 줄 알고 대들었다가 어처구니없다고

   웃고 마는 우주적 자아가 있는가 하면

   안개에 휩싸였다 개이는 동안 부스스 산발을 드러내는

   호숫가 산책처럼 습한 나날도 있어

   불어오는 풍문에 방향 잃고 흔들리는 버들잎

   연초록 숨결을 나누는 찰나

   한순간이 스러진다.

   알면서도 무방비로 중력에 맡긴 채 서 있다.

   궁남지 버드나무 가는 줄기는 그곳 없이 흔들리고

   그러려니 다시금 옛적 대동강 능수버들처럼

   이별에 의지하여 여태 간직한 버들가지는

   떠나는 배에 실린 기세 부리듯 내려놓지 않아 슬프다.

 

시작 메모 >>

궁남지에 연꽃이 마르면 버드나무 길을 거닌다. 바람의 흔들림이 적나라하다. 버들가지를 산발이라 부르고 흔들린다고 하는 게 바람이다. 머물지 않았고 흠결투성이라 존재에 대한 백치미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알면서도 방비하지 않았다. 연초록 숨결조차 늦가을의 정서에 미치지 못했다. 버들가지 실은 배는 떠났다. 응석처럼 생동하다 웃다 말고 시무룩해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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