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2024. 2. 25. 13:36

별유천지 금수정

 
 

온형근

 
 
 
   비단처럼 매끄러운 물 흐름
   은빛 물살에 시달린 모래는 기슭으로 몰려 모래사장이 되어
   백로 어슬렁어슬렁 노닐다가 한순간에 날아올랐더니
   고니와 청둥오리 무심한 듯 따로 어울린다.
 
   은빛 모래에 쏘인 햇살이 보를 타는 물살로 스민다.
   파안대소하듯 튕겨 나오는 물보라는 가끔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올라 정자 마루를 힐끗댄다.
   내 얼굴 슬쩍 건드렸던 지난밤 꿈에 어린
   모양 사라진 오백 년 정인의 흐릿한 촉감

 
   바위 글씨를 쓰며 어울려 거닐 때 
   강 건너 솔숲에서 노래를 부르면
   금수정으로 달려가 거문고로 화답하였지
   그때 별유천지 흰 물결 일고
   백로는 이때다 싶어 혀끝을 맵게 오므려 날았다.

 
   신선은 흰 구름 타고 튀어 오르는 물살마다 둥지를 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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