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 금쇄동 원림. 01
온형근
고기가 없으면 살이 마를 뿐이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마음이 비속해진다. **
내가 너를 얻을 때 딱 한 가지 이끌림이
푸른 하늘 떠도는 구름처럼 망연해졌지만
고기가 아니라 대나무여서
육신이야 어찌 되었든 너의 마음씀이고
마르고 찌는 현장보다는 비루해질까 곤궁했다.
내 지닌 모든 것 다 주어도
너 하나 지니려 지켜냈다.
금으로 두른 산성 안 아늑한 경사마다
서로 다투듯 피워내는 춘란 군락은 누구
기암괴석으로 물고 드는 계류는 지줄대고
가는 곳마다 천석泉石을 정신의 대나무로 만드는
대체 고칠 수 없는 고질병, 산수벽山水癖을
** 無肉令人瘦。無竹令人俗 - 고산 윤선도의 『금쇄동기』에서
'::신작시:: > 시의 풍경을 거닐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유천지 금수정 (0) | 2024.02.25 |
---|---|
기구대棄拘臺 (0) | 2024.02.18 |
무진정 가야금 (0) | 2024.02.15 |
성주사지 고운孤雲 비문 (0) | 2024.02.14 |
사인암 (0) | 2024.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