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05 물결 산수 물결 산수온형근 숲그늘로 굵은 비 가슴을 세게 때리며빗줄기 무차별 순서 없이 꽂는다.비브람 발바닥 이질의 마루판에 젖은 빗물과 만나내딛고 밀어낼 때마다 찍찍대며 삐거덕댄다. 지상에 불어닥친 바람이 호숫가로 물결을 내몰아조금씩 파내어 그어지는 아름다운 곡선의 호안더하고 빼며 드가고 나온 볼륨에깎이고 얹히고 올라타서 부푼호안도 봉우리를 내어 산줄기를 닮아 있다. 풀도 내고 관목도 올려 부드러운 선계에 든다.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9. 20. 봄꽃 함성 봄꽃 함성온형근 춘분 동산 가득 채운 겨울나무 직립덜지 않아 꺼칠해진 사이로 햇살 한 줄기 뾰족하게 터져 나오는 봄볕 뒤꿈치 들고호기심 잃은 당리당략의 봄도 이처럼좋은 기운은 제다 남주고 돌아오는 건 화근 내게도 세상 다 줄 듯 정성 그득했었지다가서면 까칠하여 벌떡 따끔하게 긁어껄껄대며 제 무릎에서 놓아주지 않았으니 앗 따갑다. 놀라는 데 왁자한 즐거움에 가려어떨 때 힘들다 힘들어하더니 금방 셈 흐려좋은 마음 에먼 데 쓰이니 긴 겨울도 잊힐 참 언덕 아래로 듬성듬성한 턱수염같이 뻘줌해진 산하무리에서 튕겨 나온 고라니도 길을 놓쳤으나얼음 녹는 산길 따라 봄꽃 몽우리 아우성이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9. 20. 꼴림 응시 꼴림 응시온형근 혼자 있는 아이처럼더위 피해 구석진 뒤뜰 벽에 움츠려딴 방의 관능으로 슬픔을 느낀다는 게, 이다지 말을 줄이는 것에 온 정성을 깃들이는 백만 가지 생각과 촉각을 소등한다. 애지중지 아끼려고 우물대는 것들을혀 굴림 말아 올려 천장에 달라붙이고손가락 꿈틀대지 않고 나대는 생동을 틀어막는다. 반쯤 비친 우물 같은 내면의 고요를 떠올리고수면 위 달그림자를 밟듯 신경 곤두세운다. 씻고 누우면 발갛게 뜨거워진 종종거리며 기던 무릎은 들떠 있고말을 줄이는 데에 몰려 방책 없이 따갑게 찌르는 자극도 새살이 돋아 아픈 기억이 사라질 때쯤꼴림은 모래 위를 기며 들쑤시고 우주를 한 바퀴 돌아관능 얼얼한 것들 앞에 나서는 쏠림으로 침잠한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9. 20. 투정의 물살 투정의 물살온형근 투정이 깊어져투정을 부리고 싶어 져투정을 꿀꺽 삼키고 있는데투정의 물살 거센데누군가 있을 테고주변도 있을 테고 어째 그 흔한 투정 하나 부릴 곳 없네어째 그 투정 하나 쏟아내지 못하네그게 한 달이 지나더니새로운 달을 맞이하네 가만히 누워서 달을 보고 있네달도 투정에 흔들리는 선으로 요동하네내 투정이 달에 비춘 것이겠네 세상살이 투정 하나 건져내지 못하니용하게 비켜섰는 것이니마음을 던져내고 싶은데저 달 흐려질 때까지도내 투정은 흔들리다가 소멸하겠네딱 한 번만딱 한 군데라도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19. 회복 본능 회복 본능온형근 난봉꾼 집 들쑤셔 놓은 부산하고 왁자한압수 수색 포탈 세금 딱지도 못 따라간다. 임천으로 뒤범벅 우수수 어수선 떨어진총체적 몸부림은 산길 가득 채운 정한 크고 작고 두껍고 얇으며 굵고 가는잎과 가지와 심지어 제자리 틀던 줄기까지뒤집히거나 모로 눕고 들뜨거나 중층으로뭉쳐 있거나 낱개로 종횡을 무릅쓰고맨바닥 쌓거니 솔가지 채우며 두툼하기까지 간간이 반짝이며 인기척 내던 도토리는기어코 꼭꼭 숨겨 기약의 도모에 든다. 태풍이 거느린 바람은 산길을 푸르게 황토색 가리고 녹색의 수를 놓으며 색을 바꾼다. 잠시 머뭇댄 그 틈새에 거미줄 다시 그었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19. 야간 산행 야간 산행온형근 어둔 길에서조그마한 달빛 한 줄기 부여잡는다.헛헛함이 일궈낸 명부의 까만 눈빛스스로를 옭아맨 눈부신 작열이라꺼지지 않는 발원 모아 거주한다. 경계 허문 간섭은 먼 산줄기 훑듯급하게 내달리더니 호안으로 첨벙벌건 용광로 뜨겁다고 달려든 후간신히 서녘 노을 한 가지 보듬더니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18. 수승대 너럭바위 수승대 너럭바위온형근 단순히 넓어서가 아니라태생이 끝없이 펼쳐지는 바위그 틈으로 갈라져 가는 물줄기 졸졸 흐르는 물에 붓을 씻었다는 세필짐洗筆㴨그렇다면 벼루를 갈던 바위라는연반석硯磐石도 틀림없이 이 근처 그렇다 그래서 암반에 새긴 흥취를그 신명을 말릴 수가 없는데 붓 가는 대로 글 쓰다 산수의 다정을 흔들어수승대 한쪽에 오목한 웅덩이에 묻은 장주갑藏酒岬 한 말의 막걸리는 누가 얻어먹을까마신 티를 내지 않으니 들여다보는 저으기 큰 관심 시경詩境 절로 피어오르는 수승대 너럭바위에 서성인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18. 초간정 겨울 초간정 겨울온형근 흐르고 휘몰아 머물더니 어느덧 빠져나가네 겨울 계류 반듯한 팽팽함은 담근 세월을 건네왔음이고 그치지 않아 부대껴 때리는 우악스러움은 암벽의 뜰녹을 씻는다.물기 머금은 어느 날은 빛나는 눈부심, 떠날 수 없어덤으로 햇살 갈지자로 걸어왔나 보다. 몸부림치며 부대끼며 흘렀나 보다.한발 내디딜 때마다 헛헛한 지상의 안위를 또 파내더니갈 곳 없던 잠깐을 환하게 튀겨주었네 아늑했을까, 얼지 않으려는 순간을 즐겼을까 암반이 집채만 할 때, 건너편 언덕은 문 열어 닿는 머름상방이다.퍽퍽해진 벼랑에서 남모르게 분칠 하다 폴폴 흘린 가는 입자 냇물 물거품에 씻기는 한낮의 분탕질처럼, 대체 수고롭지 않은 고상저만치 물러설 때의 외롭고 은근한 허우적 풍경마다 각박하게 따로 섞여 제 손짓과 몸짓으로 아우성..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18. 동호정 평원석 동호정 평원석온형근 방금 물기 바싹 말라 동호정 앞 허연 너럭바위를 보노라면말하려고 다잡은 의식의 긴장으로 마른 혀 두어 번 쩝 하고 다신다. 황석산과 대봉산 마주보는 남강에서 호반같이 너른 강줄기 펼치더니꺾이고 부딪치는 유희까지 이쯤에서 싫다고 점잖게 흐르는데 차일암遮日岩, 햇빛 눈부시게 물에 비추는 성가심을 덜더니섬처럼 들어앉아 강물을 조용히 갈라 친다. 얕은 봉우리에 제법 호수의 격식 갖춘 평원석平原石,무엇보다도 수만리 들판 지닌 산수경석을 이루었으니 거문고와 피리 불며 앉은 금적암琴笛岩에서 일어나 시를 읊으며 소요하는 동안 영가대詠歌臺 출렁였다. 건너편 동호정 누각 계자난간에 기댄 세상 둘도 없이 의로운 이목구비 하나 꼼짝 않는다. 차일암에 스쳐 지나간 물결은 시간 같아서통나무 툭툭 도끼로 찍..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18. 남간정사 왕버들 남간정사 왕버들온형근 계족산에서 내려온 시냇물 연못에서 멈췄다. 드러난 너럭바위 수위의 연못가, 잠시 걸터앉아소리쟁이 날 듯 날렵하게 바쁜 한낮을 가까이한다. 남쪽 향한 계곡 시내는 어디서부터 끊겨 말랐을까남간정사 주초 올린 누 아래 흐르던 물은 물길로만 남아누마루 좌정한 엉덩이 시원할 여름 한철 기다렸을까 왕버들, 용트림 몇 번일지 더 이상 늘어질 근력 없어매달린 몸체는 새까맣게 타들어 푸른 기운 잃었으나우암이 심었다는 정사 뒤 언덕 배롱나무, 지원 없이 거듭 새 줄기로 복원되었으니 장한 일 우암도 뒷짐지고 왕버들 그늘을 거닐었을,아직 그대로인 왕버들 팔각정 양쪽에서 위용 갖춘다.굵직한 새싹의 눈을 틔워 짙어진 연두 터질락 말락만개한 매화와 산수유 하나도 부럽지 않은우암의 부끄러울 恥 한 글자만 남..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18. 봄꽃 위를 걷다 봄꽃 위를 걷다온형근 진달래 활짝 웃으니 참새 부리처럼 내미는 새순,저 아이도 벙글려고 탱탱한 몸뚱이 곧 터질 듯잎눈이었고 꽃눈이었을 추운 겨울은 잊자 반질반질 흙살 드러난 오솔길드리워진 낙엽 밟는 기척은 까마득 낯설어 이를테면 봄 도진 산길 낮은 언덕배기에서연분홍과 연초록이 서로 만나 화답할 때환한 노랑 네 갈래 통꽃으로 다소곳 숙인개나리 만난 눈부신 찬란함에 씐다. 새벽 미명처럼 더듬대며 봄꽃 위를 걷다,봄 신명 들어 봄산 허공으로 나락을 난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풍류 나들이 2026. 9. 18. 농월정 가는 길 농월정 가는 길온형근 불에 타 사라진 덤범주초 빈자리를 맨발로 걸었다.한 번은 군데군데 물 속에 박힌 돌을 밟고 한 번은 어찌 그 자리까지 갔을까 생각조차 나지 않는신발을 적셨는지 바지를 걷었는지황석산 너른 품 등진 단정한 모습에 홀려 남강으로 흐르다 눈부신 반석에 발 걸려 굽이치는 계류거센 물줄기 하얀 포말 일며 흐를 때 마다 움찔댄다.저 깊이를 알 수 없는 묵직한 바위 연못의 색소는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위용으로 소용돌이 치고건너뛰려던 몸 되돌려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발가벗긴 듯 다시 지었으나 황석산의 바람과 금천의 물보라로언제 불타 새로 지었을까 싶은 과거의 농월정 세월을 입는다.다가서는 길이 바뀌어 마땅히 기웃대다가도너럭바위 연못 삼아 담길 옛사람의 그리움은 넘실대며 흘러 가야금 현처럼..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18. 이전 1 2 3 4 ··· 1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