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68 온도만 달리하여도 온도만 달리하여도온형근 결혼식 닷새 쯤 지나니까 홍차의 은은한 온도라 할 수 있는 90도 찻물에 우린 맛이 되살아 난다. 펄펄 뜨거울 때 알지 못했던 여러 감흥이 속속 모공을 건드리며 일어난다. 온도만 달리해도 내 안의 생각들이 가지를 치면서 진화한다. 그러니 새로울 게 없다 말하지 말고 흔하고 일상인 평이한 나날에서 또 다른 발견으로 다다르는 긍정의 시선을 견인한다. 시집을 보낸다는 것은, 여위는 게 아니라 우주의 모성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이고, 딸래미에서 어머니로 환골탈태하는 통과의례를 고하는 것이다. 그러니 됐다. -이천이십년 칠월 초아흐렛날, 月白쓰다. 丹心茶社 2026. 10. 9. 다시 녹차를 우린다 다시 녹차를 우린다온형근 다시 녹차를 우린다. 걷는 일이 서툴러 연 이틀 장요근 쪽에서 놀란다. 두어 번 쪼그려 앉는다. 그때 물에 잠긴 낙우송이 들어왔다. 쪼그렸다 일어나면서 산책로로 찌르듯 뻗은 조팝나무 새가지 하나를 꺾었다. 딱 소리를 내면서 군더더기 없이 순순하다. 재택 근무하는 식구들, 이구동성으로 녹차가 좋다고 칭송한다. 좋은 녹차를 알맞은 온도로 적절하게 우리는 순순한 이치가 이 뻔뻔한 국면에 녹아들었으면 싶다. -이천이십년 팔월 스무하룻날, 月白끄적이다. 丹心茶社 2026. 10. 9. 나흘의 무통 걷기 나흘의 무통 걷기온형근 통증 치료 기록한다. 달력 없이...첫날, 협착과 디스크, 수술, 걷다가 쉬었다 가기 등으로 교과서에 기록된 증세 그대로라고 엄청 내 이름을 호명한다. 찍은 사진에도 환부와 증세 설명 자료가 명료하다. 난 아는 고통이라 개의치 않고 지니고 산다고 말한다. 전기 오면 말하라 반복하다 새로운 주사자리로 바꾸면서 왔다. 고통은 순간이지만 피하지 못한다. 복권 당첨 되었다고 오히려 시술자가 더 왁자하게 기쁘다. 내심 진심으로 고맙다.금요일 아침,산책에서 쉬지 않고 걷기 가능했다. 이날까지 주사의 강도와 횟수를 살핀다. 첫날 신경 횡단 주입, 목요일이다. 이틀 후 토요일, 허리 주변 산포 주입, 다시 월요일 신경 주변 맴도는 주입이다. 3회 주사 후, 수요일 주사를 금요일로 미룬다. 치.. 나무와함께 2026. 10. 9. 또 꿈쩍여야겠다 또 꿈쩍여야겠다온형근 무지 많은 시간을일찍 누워 깨고깨고 다시 눕고하다 보니누워있는 시간만큼뻐마디가 욱신하루 시작 위해침대에서 굳은 뼈마디 푸는 일이엄청난 공력이다. 매일 조금씩 미치지 못하네앞서는 게 굳어가는 거고미치지 못하는 게 풀어내는 건데이게 반복되어누적되니풀지 않은 뼈마디가 점차 굳고그러다 보니일어나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날이 늘고그러다 보면 일어나지 못하고그러다 보면 이쪽과 저쪽도 가까워져 있음이라 또 꿈쩍여야겠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10. 9. 기억, 헌다 기억, 헌다온형근 어떤 날은 천지신명이고매일매일 부모님이어서출타 아닌 날은 그리 더불어 나눈다. 먼 길 다녀오면 도란도란 살피고베풀라 한 만큼의 찻잔이 그어져 있다. 내심 기쁜 마음,천상의 육성을 풍만하게 연주한다. 대청마루 저쪽 끝, 글방을 가로질러내심 쫑긋거리며 달싹달싹 경청한다. 참으로 벅차고 아득하여어제만큼 오늘이 흐뭇하고 환하다. 기어이 지상을 딛고 있는 당위를채워 걸고 부호를 보낸다. 의전이고 법도여서스스로 걸친 단독자의 억류를 푼다. 차 한 잔의 해갈이어 다디달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부끄러움의 연대 2026. 10. 9. 독거 독거온형근 밥 두 솥 안쳐 열일곱 공기 냉동에 앉히니베란다 먼 산 그윽해진다. 묵은 술 한 잔 따라 부대끼며 앓았던 아득한 기억 소환하니술도 발원되어 원망과 내공을 건드린다.홀짝대며 입 축이는 사이바람 몇 점 훅하며 들이킨다. 독거는 뒤척이다 깨어나는 게 일이라설익은 비수를 수시로 꽂으며 들쑤신다.그리하여 그러함이라 애쓰는 데 그게 더러 말리는 시누이 같아내 맘에서 키웠으니 꿋꿋할 수밖에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아득함과 아늑함의 적바림 2026. 10. 8. 맑은 바람 불어오니 맑은 바람 불어오니온형근 활짝 창문 여니 도시를 멀리 둘러싼맑아지는 산록으로 눈길 꽂힌다. 비루하고 야비한 눈빛과 미소 다소 줏대 없는 본새와 비비 꼬는 몸짓솔잎 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반짝거리며 잿밥 챙기느라 눈 벌건 촉으로연신 뭐락하며 떠들고 눈치 보는 가슴팍전나무 잎 바늘귀로 새어 나간다. 소나무에 바람 긋고, 전나무에 비 긋는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10. 8. 거품 거품온형근 사람이 부풀려 놓은 끝 모를 지경아무도 만들어 내고 조종하지 않았다는데사모하고 동경하는 염원이 모여자본을 밑천으로 튼실해지는 동안거품은 뒤섞여 더 큰 포말을 일궈낸다. 최소한의 일차 생산 활동 시대 온다고아무도 듣지 않는 허망한 말을 했을 때나는 취한 소리 싱거운 흰소리로 치환된다.거품 속에 있으니, 거품을 걷어내야는데돈 있어도 살 길을 찾을 수 없는 아비규환 빵빵 부풀더니 식으면서 삭는다.거품 일어날 때는 몽글몽글 예뻐서 모르지적멸의 온도와 뾰족한 가시로도 건들지 못한다더니여기저기 한숨으로 새어 나온다. 알고 있었으나 오랫동안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체하던 치부 들추니 아우성가장 냄새나는 욕망에 마비된 후각펑펑 봇물 터지면서 줄줄이 샌다.바람이 일깨우는 세포의 각성으로 씻어내야꽃 피고 질 때..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10. 8. 오늘만 오늘만온형근 어느새 나중이 없는 시공에 들어보고 싶은 사연 즉시 달려 실컷 봐야껄껄대며 여유롭고 후일을 약조함이다 헛헛한 허공이거나 전파였음을 이제 다시는 잊지 않겠습네다. 떠오르면 두 손잡고 반기는 게 일상이어야잠금장치 벽장에 둔 금은보화 꿀단지도아끼는 동안 생이별은 실명으로 다가왔습네다. 어쩌라고 나중은 없는 거라 일깨워 주지 않았나요. 한 세상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마는,두고 볼 일이라는 건 하나 없습네다.나온 적이 없으니 떠난 적도 없겠사오나마주 보는 다정한 눈빛과 손바닥의 따스함은 영영 멈추고 말았습네다. 형님, 극락왕생도 나중이면 받지 않으렵니다. *마라푼다 58학번 석중형님의 타계 소식으로 삶과 저승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익숙한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각성, 새벽을 하얗게 태웁..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아득함과 아늑함의 적바림 2026. 10. 8. 청풍 청풍온형근 그대 가슴 섶을 풀어요. 앙칼지고 가파르게 외치는 멧비둘기 여민 가슴 단추 하나 땄을 뿐너 말고는 새 소리 하나 없더니외면하던 백척난간으로 시원한 바람풀어 젖힌 가슴팍으로 명랑하다. 원각루로 청풍이 고르게 파고 들면그대, 더도 덜도 말고 열고 푸시게맺혀 몽우리 진 심사 진달래꽃 피듯가냘픈 꽃잎 다섯 장으로 활짝 펼치게 흔들리는 꽃술머리의 무게로 말한다.맑아진다는 구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청향이고 청풍이라 그래서들 시샘없이 환하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10. 8. 목련의 시선 목련의 시선온형근 너의 사정은 이제 조금도 꺼낼 수가 없구나마감을 모르는 패착 짙은 길을 끝끝내 아프지 않고는 건널 수 없는 강짙은 물안개 헤어나려 할 때젖은 옷자락에 달라붙은 물기 얼어 어기적 내딛는 선택으로 애쓸 때생각하는 허위를 멈출 때 어둠과 환한 중간에서 곤궁함은 사라진다.손짓은 모두 미혹 묵묵히 목련의 시선으로 내다본다.예비된 시간은 모두 탕진되었고긍정만이 수풀 틈새에서 일렁인다. 세포의 떨림처럼 가슴 벅차오르고발갛게 달군 인두로 지지듯 뜨겁다주리 튼 사지처럼헐거워진 걸음으로 이다음과 어떤 날은 사라지고진달래 활짝 핀 황톳길의 침잠안되는 모든 것의 농간에 합의한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온전한 숨, 나무 2026. 10. 8. 소나무 호피 소나무 호피온형근 호선생 환복하여 소나무 껍질로 외투 삼아앞산 뒷산 무한 복제 벼랑 끝도 마다않고성대 잘렸을까 어흥 한번 못 지르고울퉁불퉁 두터워 골 패이도록 근육질인데 누구는 자라 등도 아니라 거북 등이라귀갑문 앞세워 현무라며 사신도 삼는다만먼 옛날 수궁가 기록에 별주부가 불러 내범 내려온다 위세등등 현현 이후 소식 끊긴 소나무, 몇 천 개의 인물을 바꾸었을까 토선생도 호선생도 이 산 저 산 자취 감춰둘의 현란한 설레발은 산중호피 되어청딱따구리 짝 찾는 센 휘파람 소리에소나무, 귀를 씻는다 청명으로 노래한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온전한 숨, 나무 2026. 10. 8. 이전 1 2 3 4 ··· 1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