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44 정수루에서 서성대다 정수루에서 서성대다온형근 처음엔 진을 쳐 둔 성처럼 올려다보았다.언덕배기 비탈진 경사를 딛고 서서종학당 안내판을 읽는다. 칠월의 배롱나무는 만개 직전의 단아한 몸짓으로사방에서 사진을 퍼 나르는 나비들을 불러댔다.꽃을 찍느라 정수루는 텅 비어 몰래 손짓하길래발뒤꿈치를 들고 살살, 렌즈 뒤로 빠져나와살금살금 내삼문을 넘어선다. 잔디 뒤덮인 동산 위로 배롱나무는 거리낌 없이 가지를 무성하게 뻗쳐 꽃은 붉은 기세로 종학당 원림 전체를 사로잡고작고 네모난 연못에는 연꽃이 몽울을 벙글며 꿈틀거린다.싱싱하고 무성하게 덮인 연잎은물에 비친 내 얼굴을 끝내 가린다. 정수루와 백록당이 서로 붙잡아 맨 틈으로돌로 쌓아 올린 비탈길이 단단한 침묵을 받친다. 정수루 난간에 걸터앉으니 세상 편하고 호방하다.기둥마다 나누어 걸.. 웹 시집 아카이브/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10. 27. 합방 합방온형근여주로 조금씩 흘러간 차 살림이되돌아 합쳐짐에 공력이 많이 든다.풀어내는 일이 모아 합치는 일보다 쉬웠던 게다.하나를 정리하는 시작이 다음 행보에 힘을 보태준다.조금씩 허락되는 만큼 이어 나가기로 슬쩍 다독인다.타이르듯 몸과 소통할 일이다. 2017. 2. 12. 21:02 웹 산문집 아카이브/丹心茶社 2026. 10. 26. 이팔청춘을 돌아본다 이팔청춘을 돌아본다온형근반발효차로 즐기는 황차의 이끌림. 토요일 산책 이후 더 바빴던 일과를 소화한다. 양재에서의 검토 회의는 구조적 모순인 산맥을 뒤로 하고 돌과 나무와 풀을 가지고 지엽적인 4시간을 사용하였다. 돌아오니 절로 차 한 잔에 다가선다. 속을 지긋이 가라앉히며 가슴을 올려 심호흡 몇 번으로 정좌한다. 교육이라는 건 그 대상 자체가 숱한 인격이고 다양한 욕구인데 매뉴얼로 도달 지점을 성취하라고 요청한다. 가르치는 선생님 또한 몰개성일 수 없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울텐데 이 또한 과잉의 투입이다. 과잉의 요청에 사람은, 인성은, 인격은, 어느 지점에서 논의를 이끌어야 할까? 꽉 짜인 매뉴얼로 빈틈 없이 치고 나가는 일이 이팔 청춘에게 혹독하지 않을까? 일과 자격과 교육이 일치하는게 교육의 본질일.. 웹 산문집 아카이브/丹心茶社 2026. 10. 26. 무명과 광목 무명과 광목온형근차살림 합치는데 이런저런 맺고 끊음의 이치가 꽤나 작용된다. 지닌 것을 펄치는 게 쉽지 다시 제 용도로 구별하는 건 찬찬하다. 다포를 삶고 다림질한다. 광목과 무명의 질감이 편안하다. 묵직하면서 적당히 찻물 들어 애착이 간다. 누에에서 뽑은 비단과 목화로 만들어진 무명은 여러 면에서 서로 궤를 달리한다. 그럼에도 광목과 무명은 질박하고 청빈한 차살림과 닮았다. 삶아 다리는 동안 닿는 촉감이 그윽했다. 개켜 놓으니 나름대로 공간에서 위세를 보인다. 2017. 2. 14. 9:45 웹 산문집 아카이브/丹心茶社 2026. 10. 26. 샤프란 차 샤프란 차온형근아프고 힘들다 보니 사방이 넓게 보인다. 사프란(saffraan) 차를 우렸다. 손길 닿는 곳에 두고도 잊고 살더니. 어느 여름철 옹골지게 마셨던 그 맛을 오늘 찾은 것이다. 관절염 초기라는데, 뭐 이리 심한 것이냐. 잠 청하느라 시작한 엊저녁의 주량이,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친구 놀이에 입안이 꺼칠하다. 사프란에 손이 간 이유가 분명해진다. 놓아두면 이처럼 두루 찾게 되는 것이 일상의 손길이다. 떠날 것들은 떠난다. 남을 것들은 남는다. 움켜쥔 것은 펼쳐질 때 딴 세상을 가진다. 떠나고 펼쳐지고 비우는 것들은 어김없이 아프다. 아프다 보면 하나, 둘, 숫자를 세지 않아도 떠난다. 구호처럼 주문처럼 뭔가를 되뇌는 음률은 망조이다. 가치는 삶 그 자체이다. 무엇과 뭔가를 비교하는 것은 삶에.. 웹 산문집 아카이브/丹心茶社 2026. 10. 26. 안부를 묻는다. 장안문에서 팔달문까지 안부를 묻는다. 장안문에서 팔달문까지온형근2015. 8. 31. 15:29 걷기 운동으로는 민망할 거리다. 사람 꽤나 종종거린다. 화성 걷기로 치면 성안으로 두둑한 흙길이겠으나 도심은 딱딱한 포장길이다. 좁아서 마주치거나 버스정류장 근처는 더디다. 사람으로 뭉쳐있다. 교통의 퍼짐이 능수능란하다. 언제부턴가 이곳 몰골을 엉성하게 지켜냈던 플라터너스 가로수가 달라졌다. 흉내만 내다 말겠지 했다. 그러더니 수원의 명경으로 뜬다. 나만 그랬을까. 장안문에서 팔달문 사이의 가로 경관이 플라타너스로만 치환된다. 장하다. 해 거듭 날로 진화된다. 자리 잡는다. 직방형 수관이 멋지다. 프랑스 파리의 피나무가 따라올까. 그들은 지상부를 연이어 붙이지 않던가. 띄엄거리며 땅을 내딛었으나 원래 서있던 자리다. 도심 가로를.. 웹 산문집 아카이브/나무 단상 2026. 10. 26. 나 좀 그냥 내버려둬라 나 좀 그냥 내버려둬라온형근2015. 10. 11. 15:38나무의 품위일찍 잠든 날이면 어김없이 걷기를 위해 집을 나선다. 부스스한 모습 그대로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여명이 좋아서일까. 언제부턴가 이 시간에 걷고 사유하는 내 모습을 아꼈다. 그러다가 세상이 훤하게 드러날 때쯤이면 바쁘게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주로 광교산 입구 호수 주변이다. 겨울철이면 거의 매일 걷는다. 계절이 바뀌면서 생활이 서로 다투는 상황에 오면 걷는 일이 준다. 다시 여름 지나 가을 문턱이 턱까지 차오르면 걷는다. 떠나지 않는 일감들 속에서 걷는 일이 가동된다. 그러면서 깊어지는 겨울을 시작으로 한결같아진다.언제부터인지 광교 호수 주변에 멋진 데크 길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에게 데크 길 이름을 공모하기도.. 웹 산문집 아카이브/나무 단상 2026. 10. 24. 청계산 찰피나무 청계산 찰피나무온형근2015. 10. 14. 20:48 청계산, 꼭 여기여야 만난다.한 여름 청계산 산행이면 꼭 들리는 청계사, 어머님도 뵙고 찰피나무도 만난다. 처음 만난 듯 늘 새롭고 고개 쳐들고 숙이질 못한다. 벌들은 또 그리 왱왱대며 주위를 맴도는지 늘 기억 속에 찰피나무는 벌과 꽃이 함께 한다.치악산 구룡사에서 귀한 찰피나무를 만난 적이 있다. 아직도 치악산 구룡사에는 그 찰피나무가 있을까? 2003년 대웅전 화재 이후 아직 가보지 않았으니 찰피나무가 그 모습 그대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막상 찾아가서 그 나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까봐 더욱 가는 것을 미루고 있었는지 모른다. 핑계처럼 머뭇대는 것도 삶이듯 여전히 가보고 싶으면서도 애태우며 번뇌를 키웠다. 그래서 어느 겨울, 답사 겸 .. 웹 산문집 아카이브/나무 단상 2026. 10. 24. 바싹 말라 가는 계절을 견디다 바싹 말라 가는 계절을 견디다온형근Oct 19. 2015걷기는 사색이다허리 펴서 걷는다. 아직 발밑등 명멸한다. 걷는 이들 두런대는 소리. 나뭇잎 툭 하고 손등에 인사한다. 왕벚나무 잎 바싹 말라 간다. 잎을 위로 살짝 만다. 전체적으로 봉긋한 승천의 꼴이다. 왼쪽 다리에서 마비증세로 저리기 시작한다. 아침 걷기가 제대로 안 된 날은 건조하다. 뭘 해도 비어 있는 듯 안절부절못한다. 엉치에 찌릿하며 전기가 온다.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의 제주도로 1908년에 학계에 보고 되었다. 왕벚나무는 일본의 국화이다. 일본에서는 기본종이 아닌 많은 교잡종을 육성해서 그 종류와 수량의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마루길에서는 뛰지 말자 어떤 이는 마루길에서 뛴다. 눈살 찌프린다. 누가 마루에서 뛰지? 어릴 때 자.. 웹 산문집 아카이브/나무 단상 2026. 10. 24. 비공개와 공개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수목원 비공개와 공개 -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수목원온형근아름답다는 것은 행복에 닿아 있다.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 받은 곳이 천리포 수목원이다. 천리포 수목원을 생각하면 먼지 풀풀 날리던 신작로가 먼저 떠오른다. 그 신작로 길의 이미지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일요일,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면 그곳을 열병앓이처럼 들락거렸다. 늦게 배운 도둑질 때문이다. 좀더 일찍 예비하며 나무 공부를 하였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내겐 가장 아름답던 시절이다. 니콘 필름카메라에 슬라이드 필름을 꽂고 참 열심히 들락거렸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공부도 없이, 그냥 한달치 봉급으로 카메라를 덜컹 샀고, 그렇게 나무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조경 경.. 웹 산문집 아카이브/길 위의 풍경 2026. 10. 24. 수선화에게 바친다 수선화에게 바친다온형근제이드가든 수목원의 겨울은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산책이다. 2011년 5월에 만들었다. 한화 그룹이다. 큰 기업들이 수목원 사업을 하는 것은 투자일까, 사회적 배려일까. 후자이었으면 싶다. 더 많은 기업들이 올망졸망, 또는 크고 작은 테마의 수목원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게 기대한다. 눈이 맑은 기업이라면 반드시 진출하여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할 참 좋은 분야일 것이다. 운영 주체가 누구인가보다는 운영하겠다는 마음과 진심이 더 소중하다.제이드가든 수목원은 지형이 좋다. 청양에서 오토캠핑을 준비하시는 게 좋다고 자문하여 준 선배에게도 제이드가든 수목원을 들려보라고 오늘 전화해야겠다. 어차피 긴 호흡의 삶이니까. 골짜기 전체를 아우른다. 수량이 풍부하여 곳곳에 폭포가 놓여.. 웹 산문집 아카이브/길 위의 풍경 2026. 10. 24. 참느릅나무의 웅장함 참느릅나무의 웅장함온형근물향기 수목원을 다녀왔다. 가장 먼저 기억을 차지하는 것은 참느릅나무의 웅장함이다.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참느릅나무 중 단연 으뜸이었다. 포항의 기청산 수목원 원장님이 참느릅나무를 칭찬하였는데, 과연 합당하다. 어쩌면 앞으로 더 웅장한 참느릅나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본다는 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삶인가. 뭔가를 보면서 느낌을 온당하게 지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 소박한 행복을 지녀야 한다.수목원 답사는 어느 계절, 어느 기후나 아름답다. 나무들은 그렇게 실재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적합화하여 자신을 만든다. 아까 웅장하다고 여겼던 참느릅나무에서 느낀 게 그렇다. 참느릅나무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이었기에 그러한 웅장함과 자신만만함이 드러나는 것이다.그리고 나서 유실수원을 .. 웹 산문집 아카이브/길 위의 풍경 2026. 10. 23. 이전 1 2 3 4 ··· 17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