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45 누리장나무 브로치 누리장나무 브로치온형근 참나리 피었던 자리 근처에서 꽃이 피어 다가갔다. 치악산 골짜기와 흑산도에서 만났던 기억이 아직 얼얼하다. 부채 하나는 쥐고 다녔던 그리운 시절, 되돌아 살피려는가 임천으로 눅눅함 가득 펼쳐져 속건의 옷도 물귀신처럼 들러붙는다. 무릎 위 허벅지와 어깨로 견각근에서 유난하다. 우울해진 심사 뿌옇다. 몇 개의 먹구름 사이로 환한 빛이 강렬하다. 오고 가는 나를 보면서 무례한 일상의 여름풀을 날카로운 쇠꼬챙이로 꼬집어 뽑는다. 무례를 무례라고 여기지 않았으니 눅눅함 속에서도 누리장나무는 장하게 가슴팍에 브로치를 매달 것이다. 청보라애 금강을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온전한 숨, 나무 2026. 9. 21. 나무꼭대기 나무꼭대기온형근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뱃살이 등거죽에 닿더니 어디선가 솨아솨아 먼 이웃 말발굽 소리 나무꼭대기에 바람 걸쳐 앉느라 제 소란 틈으로 희끗 가을 하늘은매미 소리에 올라탔네. 어느 태풍 몰아치던 날나무꼭대기는 지상으로 눕고 이 나무와 저 나무의 등걸에 걸쳐 긴의자하늘에 짧은 선 잠깐 굿는다. 점 하나로 찍혀 흔적조차 찾을 길 없을 내 걷는 동안의 궤적 나무꼭대기에 매단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21. 포화용수량 포화용수량온형근 꽉 차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스밀 수 없으니 아서라 내외한다.능선에 도랑 파이고 물길에 씻긴 마사토 백골처럼 청결하다. 채울 수 없는 포화 용수량에 이르니 그저사질 지대는 변함없이 단단해져 흐뭇하고진흙 지점 물렁물렁 헛발로 쫙 미끄러지는 살얼음 근처국수나무는 양 언덕에서 비 맞아 늘어졌다. 가슴에 불빛을 모아 어두운 길을 밝히고원림을 혼자 소요하는 비밀스러운 쾌락에 울먹울먹 발걸음 저벅저벅갑자기 환해지는 숲 사이 호수의 푸른 수면가득 차서 취하지 못하는 꾸지람 쿵덕댄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안개의 원림을 걷다 2026. 9. 21. 산중 간찰 산중 간찰온형근 막걸리 생각 간절하여 간찰을 넣을까 말까 괜히 빗나간 선약에 그도 나도 초라해질까 덧술 부으며 망설이다 마음 고쳐먹는다. 여태 그러하였듯이 혼술은 나를 위무하거나 심연 깊이 가라앉은 바닥을 끄집어내기도 하지. 슬쩍 변죽을 치면 스리슬쩍 술판이 운다. 구구절절 사연 있는 호출보다는 나을 테지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21. 각개의 사연 각개의 사연온형근 미명이 걷히고 어두운 입산 순간에 하산자를 둘이나 봉면하면서 나보다 이른 각개의 사연은 뭘까를 풀어놓는다. 오르막에서 벗었던 외투 능선에서 도로 입는다. 울창하여 꽉 조이며 제 품이던 오솔길은 낙엽 이후 확장되어 숲마다 꼬마길 드러나고 호수로 이어져 물기는 눈발에 버무려진 채 한기로 으스스하다. 시린 손 품 안으로 꽂아 가슴에 비벼대다 망극하여 놀라고 바지 주머니에 여러 번 칼손으로 디민다. 바야흐로 장갑으로 거듭 사유할지라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안개의 원림을 걷다 2026. 9. 21. 국수나무 임연부 국수나무 임연부온형근 오솔길 따라 길게 이어진 봄부터선하고 곱게 모여 피던 잎새의 단정인적 드문 언덕을 파고든 소로 양쪽으로눈매 시원한 초록의 잔치 애기나리 군락을 배경으로 거느린 국수나무 너는 꽃망울 덕지덕지 매달고 애태우더니문암골 바람 차던 날 창백하여 피어라 피워라어루만지며 사진을 찍었건만 다 아니고 그러하였다.기다린다고 다가올 리 없는 어느 날이었다.아까시나무 천지를 하얗게 늘어뜨린후두둑 분질러 수직의 무게 중심일 때너는 만개하여 수풀 가장자리를 수놓는다. 새순이었을 때 파릇파릇 영민하더니활짝 핀 몸매는 초롱초롱 이슬 머금었네. 인기척은 국수나무 군락을 이루고오솔길은 숲 가장자리를 모신다.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9. 21. 작살나무 혼자 피다 작살나무 혼자 피다온형근 그대의 그대로인 숲정원에도뻐꾸기는 용의주도하게 울며 탁란의 하루를 잇는다. 바람 고요한 하지의 떨기나무 곳곳에 하얗게 진딧물 달라붙어 집 근처에서는석류와 능소화가 고개 내민다. 숲정원 한복판에서 바람에 흔들리다 응답 없는뜨거운 열기 내뿜는 호수를 품은 채작살나무 연한 보랏빛 꽃매와 마주한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온전한 숨, 나무 2026. 9. 21. 사성암 심우도 사성암 심우도온형근 저 평안의 구례 곡창 뜰을 내려다보는사성암 활공장, 무엇으로 살고무엇 때문에 뛰어 날아오르는지잠시 잠깐 깊은 우울을 길어 올린다. 들판으로 우르릉 쿵쾅 빗줄기어둠을 간혹 깨우며 번쩍번쩍누런 소 끈도 없이 서로 의지한 발굽으로날고 싶었을까 활공하려 따지듯 등에 올라탄 동자의 얼굴은 티 없이 맑아풍랑 속 환하게 빛나는 후광을 짊어지고생기 터에 편안히 이르러 푸드덕대며힘차게 머리 털 때마다 벽화로 쓰윽 몸소 납신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1. 수행 수행온형근 눈물로 슬피 울다 저절로 웃음이 되기까지구슬처럼 이슬이 맺히고 달디 단 봄바람 불면서저 깊어진 속마음 빼고 내주었네 너부터 가라고 질퍼덕질퍼덕 숲길은 미끄러지면서 벗겨지지만떨어져 나간 건 분별 아직 웅숭깊은 얼음의 너테 쌩쌩 추워질 때마다 얼음 한 장씩 포개거듭거듭 미안하다 한 번 더 덮고 펼치니속살 여물어지기까지 끌어내린 얼음의 무게중력이 다할 때까지 버티고 맞닥뜨려 바꾼다. 성에가 첫얼음을 부르고 백설이 빙설이 되고얼음장이 켜켜 쌓여 뼈까지 시려 느낌조차 없을 때긴 겨울 하루도 쉬지 않고 포개지는 게 단련이고천백 번을 곱씹었다 거듭되는 아픔이 수행이라고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9. 21. 삼라만상 삼라만상온형근 달은 져야 차고해는 넘어가야 일어난다. 들꽃은 지고 피는 걸나무도 떨어져야 싹트는 걸 지고 넘겨야 달이고 해이니피고 싹 틀 때 들꽃도 나무도 은밀하다. 맨손으로 휘저으며 숲길 거닐 때시린 손등으로 흰뺨검둥오리 짝지어 논다.호숫가 햇살 따라 날아들고 비벼댄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9. 21. 금쇄동 원림의 기구대 금쇄동 원림의 기구대온형근 마당이 있고 사랑방이었을 때 우리는자꾸 떠나고 외면하고 멀어져 간다.못 견디게 혼자의 경계 틈바구니에 낀 채겨우 구차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까그러니 그를 버리겠다는 의지는 차별 두지 않겠다는 불차 석문을 통과잠시 일단 쉬어야 하는 하휴이니 숨차서 머뭇대는 순간의 마주침에서 드러나는 생명의 맑음과발간 눈 주위에서 뿜어내는 환각의 경계심을 담는다.발 디딘 바위에서 곧추서는 경계 너머의 의분을 비우려 했건만 역부족 구차함을 버리는 높은 풍경에서 큰 숨 하나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1. 사유의 증식 사유의 증식온형근 몽상은 몽상의 세계에서 몽상이다. 비 오고 낙엽 우수수 떨어지더니 마르면서 들고일어나 제 촉으로 방향을 잡는다. 꿈은 꿈속에서 꿈을 조몰락거리고슬픔은 근심으로 불현듯 인다.희망이 절망 끝에 빛으로 다가서듯추락하는 것은 중력보다 한 수 위다. 생각이 우수수 슬고 일어서는 건생각이 생각의 경지를 자가증식해생식의 격무에 밤낮없이 종사하기 때문비와 눈, 신록과 꽃 피는 계절의 단호함이한 번에 쓸어내 지우기 전에는 여전하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9. 21. 이전 1 2 3 4 ··· 13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