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48 천년의 배포 온달산성 천년의 배포 온달산성온형근 북저남고의 비스듬한 고구려풍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풍우는 활짝 열린 하늘을 수놓으며 고스란히 솔숲 바람에 미끄러진다. 남쪽 성벽의 단애 굽어보다 어질하다. 동문을 통해 남문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에 서 두려움은 헤실거리며 풀린다. 성채 안쪽 짙은 그늘을 따라 올라가며 도열한 둥근 강돌의 석환石丸. 제각기 속살로 파고든 접선은 치안을 담보하였다. 애틋하여 그리워하는 정 흠뻑 담아 잘 만든 콘크리트 정자, 사모정까지만 오르고 말 것을. 조남익 시인의 '온달장군을 위한 진혼곡'을 읽고 나니 시인과 각자와 시주의 묘합이 담대함을 솟구친다. 단숨에 달려 오르는 남한강 북풍에 탑승하여 훌쩍 산성 안을 사뿐히 걷는다. 말 부려 뛰고 달리면 말의 무릎이 쉬 닳을까. 급정거와 발진..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7. 닭실 마을 청암정 닭실 마을 청암정온형근 연못 물 빠져나가니 생생하게 용트림하던 왕버들 누웠으나 등골을 바로 세워 위로 솟게 한 새 줄기 지상을 디디고 활개 편다. 한 자 반 돌다리를 막아선 대나무 울도 섧다. 많은 것이 지고 피니 새로 갈 길을 찾는 게 마땅 청암정 정자를 등에 인 거대한 암반의 거북은 대체 곁을 내주지 않을 듯 장엄한데 못을 이룬 석축 호안 주변 낙락장송과 왕버들은 몇 번의 환골탈태를 꿈꾸었을까 지극 간단한 일자형 돌계단 위를 지나면 청암정 계자 난간 붙잡고 우물마루에 앉아 사시가경四時佳景으로 어울린다. 울긋불긋 가을 묵상은 예고했을까 한 겨울 맵시 암벽을 뚫고 돌다리 건넌 단풍나무에게 묻는다. 먼 풍경이 가까운 사람의 온도만 할까 내성천에서 발길 돌린 가계천으로 들락..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7. 운암과 수운정 운암과 수운정온형근 마치 맑은 가을 하늘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떠날 줄 몰라 정갈하게 차려입은 사인암은 볼 게 없다며 먼저 찾았다더니 어느새 오가며 들렸던 옛사람 몇은 신선의 세례로 운암과 사인암을 오가며 현학玄鶴과 백록白鹿을 벗하였다더니 명승을 친구 삼아 떠돌다 운암 앞을 휘몰아 흐르는 끊임없이 지절대는 명랑한 물소리에 머문다. 과연 유상곡수流觴曲水 자리 여기저기 드러난다. 나는 이곳 너럭바위에 앉아 붉은 곰팡이 이는 속세를 잊을래 내 앞에 당도한 술잔 받아 들고 고개 돌려 단정한 구름같이 우아하게 정좌한다. 바위를 두어 번 휘몰아 흐르는 아직도 맑기만 한 계류 굽어살피던 붉은 기운의 암벽, 석영을 캐어 단약을 고을 때 넣는다더니 나는 모른다. 네가 다다르는 강 건너 운암뜰로 나아갈 제 물..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7. 언제 좋았다고 언제 좋았다고온형근 내원재 언덕을 치고 오르다 보면 딱 중간에 등의자 오늘은 셋이나 앉아, 지는 가을볕바라기 활짝 펴진 밝은 얼굴 좋았었던 얘기꽃 활짝 수런대며 빛과 그늘을 넘나드는 최전방 을, 통과한다. 백두고원에서 숲을 가로지르며 쾌활 웃음 아까는 주야장천 좋았던 적 있었냐고 뒤틀더니 언제는 좋았다고에 이내 방점을 찍었는지 꽁무니 빠지도록 저리 좋다고 웃어댄다. 웃는 낯이 강산을 닮아 바람과 달을 사귀었다. 수심 가득해지는 겨울 원림의 쌀쌀함이 그림자 길게 늘어진 앞길을 인도하는 평안 사는 게 지나감도 다가옴도 아니라면 언제 좋았다고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9. 27. 송석정松石亭 가는 길 송석정松石亭 가는 길온형근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대숲에 묻힌 옛 마을 쳐다볼 엄두조차 없는데 기억 속 동네 이제는 동복호同福湖로 남아 물속에 남겨 둔 아궁이와 솥단지, 부지깽이는 불 긋지 못한 지상의 어느 날 그리워 지긋이 눈 감았다. 망향정 세워 누에 오르니 노루목적벽 아래 고인 슬픔의 물기 일렁이고천제단 읊조리니 기억의 굵은 회오리 하늘과 손잡는다. 다시 대숲에 묻힌 마을 길을 더듬는데,남은 돌담길 기반이 갈 길을 재촉해화순적벽이 훤히 보이는 망미정望美亭, 단정한 시선 하나 허공 가득 걷는다.아름다움은 오가며 발길 머물던 흐뭇함이었으니 동복호 건너 배를 빌려 소나무를 등대 삼아 거북바위 너른 품새에 접안할 때송석정은 석정처사 이후 다시 세웠으니대숲은 정자를 향하여 말을 걸고취합된 말들이 오늘처럼..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7. 수북정 원림의 봄 수북정 원림의 봄온형근 낙화암 굽이치는 물결 덧없이 흘러 슬펐을까자온대로 이끌려 다독이며 흐르는 세월은고개 들어 멀리 엿본다는 바위섬 위에 수북정 들였으니어디선들 행장 꾸리는 번잡을 핑계로 머뭇대랴새벽부터 나서는 내내 백마강 나룻배의 안위를 묻는다. 자온대 복사꽃 휘날려 붉은 꽃잎으로 들뜬 친구떠돌며 맴도는 드센 강바람 막아 선 움푹 안온한 나루터로 힐끗댄다.배에서 내리니 정자 우물마루에 둘러앉은 맑은 웃음 가득해 머언 옛 도읍 사비성 낙화암의 아침노을고란사의 저녁 종소리까지 왼종일 그대여나룻배 저어 바위글씨 찾아 춘추대의 찾았으니 사대와 모화慕華 아닌 우월한 자신감척화와 배척 아닌 문명을 씨앗 삼아패도에 굽신대지 말고 호혜와 공영을 주체 삼으라 읊는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7. 호가정 원림 호가정 원림온형근 두물머리 내려다보는 산줄기 히나를운을 떼 시 한 수 읊었을 뿐인데후세 가인까지 운을 잇는 한 시절 기개 여울 눈부신 흔들림은 내 마음 같아서단애취벽 밑으로 세차게 두들기던 회오리깊은 놀을 퐁당 안고 종심을 배운다. 낮은 계단에서 호가정가를 노래했으니한 계단 위에서 이윽고 자네를 불렀네 두 강물은 여지없이 맞잡아 얼싸안으며 어설픈 속마음 끄집어 웅숭깊게 교접하니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오리 떼 쌍을 짓고배 띄워 한나절 흔들리는 요즘 풍광에미안한 물정 천천히 들이마셨다 길게 내쉰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7. 죽설헌 원림 죽설헌 원림온형근 씨 뿌리거나 꺾꽂이하여 기른 묘목,때로는 귀한 수종 득의에 찬 날까지 반백 년 다가올 줄 알려고도 않았건만기왓장 담장길이 질경이 포장으로 변하고 심은 나무 틈으로 새가 물고 와 제 스스로 싹튼생존의 안쓰러운 자리 잡기는 본능이어서눈길 외면하여 모른 척하기도 어느새 수백 년이라 해도 놀라지 않을 물가 왕버들은굵기와 식재 간격, 뻗은 줄기 방향조차 제각각 연못은 어릴 적 시냇물처럼 길고 멀어주마등처럼 냇가 사계절 놀이 그 즐거웠던, 훅 다가선다. 도연명의 오류선생 이야기를 가져오지 않더라도왕버들 다섯 그루가 아니라 지천명 이순 종심에 이르러왕버들 새순 나와 다시 쉰, 예순, 일흔에 다가선다 한들 그 물가 법정 걸상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으면나도 그처럼 '환장허겄네!'를 연발하겠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7. 아무것도 하지 말라 아무것도 하지 말라온형근 걷는 게 종종걸음이니 등산화 속 당뇨의 발은 점차 이지러졌을 텐데 나제통문만큼이라도 들쑤셔 확확 생기 돌아야 할 텐데 덕유산 아래 설천雪川의 한낮 따사로운 냇가로 주간거리와 열간거리 정확하게 꿰찬 파이프에 이은 지주 줄에 메마른 오층석탑 같은 사과나무 붙들려 섰다. 덕유산 자락마다 정성껏 일군 논바닥은 사과나무 시설 원예 기술자가 점령하여 하나의 풍광으로 바뀌어 인심조차 달라졌는데 사과나무를 심을지를 심사숙고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의 포획, 당뇨의 사내가 욕심 한 자락 조몰락댄다. 그에게 호두나무를 심으랬다가 둘 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 당부하고 밤 열차로 돌아오니 내 왼쪽 엉치의 협착도 돌이키기에 늦은 구실이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부끄러움의 연대 2026. 9. 27. 석문의 쌍계입석 석문의 쌍계입석온형근 경정을 뒤로한 대박산 줄기 이어 주일재 뒤로 자양산으로 달릴 때반변천도 곁을 따라 흐른다.조산과 종산으로 이어 달리는 기운 자양산에서 뭉쳤다 떨어지는 자금병점점을 찍으며 남이정이 단아하다. 청기천과 반변천의 두 강이 부용봉 산맥에응집되는 입석은 집승정을 별당으로 삼아천혜의 아름다운 풍광을 당기고 내민다. 내원인 서석지 원림의 야트막한 담장은주일재에서 곧바로 복개한 하천을 내려와 담쟁이덩굴에 걸친 달을 보는 나월엄 향해느티나무 아래 오래 머물며 헤엄칠 듯거북이 모양의 구포가 움츠려 뛸 듯하다. 마음은 선바위 근처에 서성이고남이정에 올라 한량없이 맑은 바람에 놓인서석지 기평석의 바둑돌 놓는 소리에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굳은 난가암에서먼 세월 두루 오간 노곤한 육신 눕는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7. 오밀조밀 신록 오밀조밀 신록온형근 곡우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임천 입구 아직 어두운 낮은 숲속 아늑하게 모여 덤불을 보듬고 시선은 서로에게 따사롭고 경계는 짐짓 노래일 뿐, 검은지빠귀 곡우의 원림에서 분주한 포진오솔길 눈높이로 선선한 신록 이어진다. 녹음이야말로 곡우에서 비롯되는 것을멧도요와 흰배지빠귀가 섞여 노래한다. 그늘도 없이 원림은 깨어나고바람 일지 않아도 검은지빠귀는 폴짝폴짝 뛰듯이 운다.곡우는 의성어가 아니라 의태이어서곡우의 새 조차 한꺼번에 오밀조밀하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26. 눈부시게 나직하게 눈부시게 나직하게온형근 원림 찾아 나서면 날마다 눈부시게 환하고숲의 일렁임 새삼스러운 기쁨 피어난다. 아득한 태초의 시원은 어이 이리 불쑥 담았는지숲의 가장자리에 드니 오랜 꿈이 비로소 다가선다. 어찌 풍경을 그저 즐기려 왔다고만 이를까마땅히 그 자리 스스로 존재하는돌고 도는 순환은 본래 그러하다.마침내 푸른 숲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깊은 멋 찾는 일 얼추 대충 함이 아니니온 마음을 놓아두고 열어 맡긴다. 너와 나의 손때 묻어 정다움은 더욱 짙고발길 멈춘 자리에서 숨결을 함께 나눈다. 내 발길 머물며 숨 나눠 쉬는 원림은뭇 생명이 동생同生으로 갈아입는 순간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9. 26. 이전 1 2 3 4 ··· 1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