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014 가을볕 가을볕온형근추분 지나니 가을볕에 잠긴다. 좋은날 연속이다. 걷다가 쪼그리는 협착도 그저그렇다 여긴다. 황홀한 계절에 그까짓 저리고 쓰라린 고통쯤이야 대수일까. 세상 사는 사용설명서 제대로 숙지 못한 탓이니 아는 병은 제 식구려니 친구 삼는다.아는 것 아무리 그득하여도 때를 놓쳐 건너 뛰는 일상이 늘어난다. 그런 행태에서 못내 지켜내는 게 있다면 절기를 감지하며 원림을 향유하는 행위이다. 협착도 슬쩍 자리를 피해준다. 다시 돌아올 것이면서 내심 배려라고 은총처럼 싸하다.고요함에 이끌려 발걸음을 뗄 때마다 혼자만의 우주에 놓여진 아득한 시원의 추체험이 가능하다. 저 먼 시절 두들기고 달리며 햇살과 어둠의 틈바구니에서 웃고 공포에 떨었을 아득한 원시의 내가 걷는다. 언덕일수록 쭉쭉 뒷다리 늘리며 나아간다. .. 나무와함께/일상의 사유 2026. 10. 16. 가을비는 흔들리고 가을비는 흔들리고온형근우산대를 세우는 게 산발이다. 추분 끝나가는 지점의 가을비는 방향을 특젱할 수 없다. 수시로 흔들리는 게 바람의 항로일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일지 둘 다 이기도 하다. 평일 아닌 휴일의 원림 향유 또한 비의지적이어 들쑥날쑥 산만하다. 그러니 월요일이라는 출발선에서 마땅히 진진한 의미의 변화를 꿈꾼다. 새로움은 곧 변화이고 이윽고 구태이다. 그러니 원림은 늘 변하지 않으면서 자세히 보면 지극한 다정다감과 살아있음의 약동으로 품고 헤아린다.제법 파인 늙은 화강암이 밤새 씻겨 벌개진 뻐마디를 희끗희끗 드러낸다. 원림에서 흙 파여 쓰린 뼈마디는 매혹의 관능이다. 내원재 급경사를 통해 이미 별유천지 짙은 안개가 송간세로의 상층을 가린다. 은근 무덥다. 가을이고 비 오는 날인데 젖은 밤껍질만.. 나무와함께/일상의 사유 2026. 10. 16. 생각이 일고 스러지고 생각이 일고 스러지고온형근누우면 어느새 이지러진 생각들이 아득하다. 그러다 퍼뜩 생각 하나 줍는다. 스멀스멀 피어 오르듯 일렁이며 모락모락. 하루가 일고 스러진다. 낯모르는 도시의 폐허 건물 둘러보고 어딘가를 향하여 걷는다. 뭔가를 부추키는 달콤한 권유를 편치 않다 되뇌이면서 말하는 이를 힐끔댄다.긴 밤 이슬 맺는다. 한로 지났다. 옷차림은 그대로였었다가 아뿔사 옷깃을 세우며 오싹 한기를 입는다. 이르게 깬 새벽부터 옷장을 연다. 경험상 여룸을 접어 넣고 가을을 펴서 꺼낸다. 소용 없음을 안다. 아니 곧바로 기모 있는 옷차림으로 옷장이 한번 더 소란스러워질테다. 좋은 계절은 짧다. 지나간 시절은 한결같이 쏜살처럼 날아갔다. 어제가 하염없이 기다렸던 참 좋은 날이다. 오늘이 두근대는 설레임으로 일렁인다... 나무와함께/일상의 사유 2026. 10. 16. 가야 할 곳 줄이기 가야 할 곳 줄이기온형근바람이 차다. 흔적이라는 건축물 미술작품을 지난다. 작품명이 잔디에 가려졌다. 일부러 제치고 본다. 참 많은 골목과 일상이 스몄던 곳이다. 재개발조합과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현수막 전면전과 폭로전이 몇 년 동안 지리멸렬하더니 어느새 속도를 내 완성한다. 대다수의 재개발이 지닌 피상적 면모이다. 누군가는 평생의 집 한 채를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날린다. 재개발로 입주하는 실거주자는 또 빚이다. 그 빚은 부동산 폭등이 받쳐주지 않는 한 무덤까지 가져간다. 한때 엔트로피 증가에 대한 우려로 지구환경을 접근하던 적이 있다.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하여 엔트로피를 낮춰야 하는 지구환경 차원으로 보았을 때 재개발은 엄격하게 따지고 또 따져야 한다.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쓸모없.. 나무와함께/일상의 사유 2026. 10. 16. 흔적 흔적온형근바람이 차다. 흔적이라는 건축물 미술작품을 지난다. 작품명이 잔디에 가려졌다. 일부러 제치고 본다. 참 많은 골목과 일상이 스몄던 곳이다. 재개발조합과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현수막 전면전과 폭로전이 몇 년 동안 지리멸렬하더니 어느새 속도를 내 완성한다. 대다수의 재개발이 지닌 피상적 면모이다.누군가는 평생의 집 한 채를 흔적도 없이 허공으로 날린다. 재개발로 입주하는 실거주자는 또 빚이다. 그 빚은 부동산 폭등이 받쳐주지 않는 한 무덤까지 가져간다. 한때 엔트로피 증가에 대한 우려로 지구환경을 접근하던 적이 있다.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하여 엔트로피를 낮춰야 하는 지구환경 차원으로 보았을 때 재개발은 엄격하게 따지고 또 따져야 한다.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쓸모없는 쓰레기로 변환.. 나무와함께/일상의 사유 2026. 10. 16. 온형근 온형근溫亨根 시인 · 조경학박사 · 한국정원문화콘텐츠연구소(KOCHLA) 대표 “나무에서 노동을 거쳐 풍경의 사유로, 다시 몸과 차(茶)와 고전의 언어로” 작가 소개나무에서 노동을 거쳐 풍경의 사유로, 다시 몸과 차(茶)와 고전의 언어로, 관념이 아니라 몸의 언어로 창작한다. 보임과 보이지 않음, 그리고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수행을 흔쾌히 주고받으며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연을 발효시켜 따스한 손길 나누는 일을 지상의 행복으로 삼는다.임학과 조경을 공부하였고, 나무를 포함한 생태적 삶을 이루는 과정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며 정성스러움으로 다가서고자 애쓴다. 만나는 모든 인연을 도반이라 여기며, 1997년 『오늘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시와 조경, 교육과 연구를 한 몸의 언어로 이어 왔다. 등.. 카테고리 없음 2026. 10. 15. 경이라는 것 경이라는 것온형근敬은 공경한다는 것, 삼가고 또 삼가하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아침마다 출근산행을 하면서 그 횟수를 즐기는 게 아니라 마음가짐을 또 새롭게 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삼는 일이 많아야 삼가할 일도 생긴다. 종일 아무 일 없다가 뜬금없이 빚받는 사람처럼 뭔가를 요구하거나 요구 받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을 열고 기꺼이 풀면 가끔 그 끝에서 괜히 친하지 않아야 할 일이 생긴다. 친한 것은 무엇인가. 친하지 않다는 현상을 또한 어디에서 근거하는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호흡이 가빠질 때가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불콰해질 때가 있다. 그러면 그 기분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빠져 보는 게다. 어디까지 불이 붙었다가 언제쯤 재가 되어 꺼질지를 두고 보는 것으로 .. 서재 休林山房 2026. 10. 14. 수승대 거닐다 수승대 거닐다온형근근심을 보낸다는 愁送臺를 빼어난 풍광을 찾는다는 搜勝臺로 개명한 퇴계는 바위에 각자를 새기지 않았다. 280명의 이름이 새겨진 바위는 그들의 이름만으로 묵직하다. 이름하여 거북의 못인 구연은 그래서 더욱 깊고 그윽하여 현묘하다. 검다는 것의 이치를 되새긴다. 이치란 격물치지여서 더욱 생동감으로 다가선다.구연서원이 빛나는 것은 출입문 양 옆의 대와 암이다. 바위는 서쪽인 왼쪽에 기수에서 목욕한다는 욕기암이고 대는 동쪽인 오른쪽에 에서 바람쐰다는 풍우대이다. 기수라는 강과 무우라는 산꼭대기가 등장하니 거닐고 또 거닌다는 격식이다. 모두 詠歸의 목적성 행위이다. 시를 읊으며 돌아온다는 의미이다.구연서원의 관수루의 빼어난 경관은 아침에 더욱 빛난다.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이다. 나무와함께/길 위의 풍경 2026. 10. 14. 자작나무의 재발견 자작나무의 재발견온형근자작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참 많다. 나 역시 항상 친근하게 여겼던 나무이다. 자작나무를 글씨로 쓰니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내친김에 백화라는 백석의 시를 썼다. 둘 다 잘 어울리며 서로를 호응한다. 이 글씨는 그래서인지 행운을 안긴다. 약간 퉁명스러웠던 관계를 자작나무의 껍질처럼 반드러니 매끄럽게 다독인다. 대화라는 건 만나서 심중을 나누는 일이 잦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창 바쁠 연대를 사는 모습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그냥 두는 비법을 쓸 수밖에 없다. 돌아올 것은 돌아오고 떠날 것은 떠난다. 새벽에 누군가 생태계의 호수를 들먹였다. 호수처럼 지하수로 연결되어 있는 게 관계이다. 지하수로 연결된 호수여서 소통은 하지만 서로의 생태계는 나름대로 존중해주어야 .. 나무와함께/나무 단상 2026. 10. 14. 호안정에서 호안정에서온형근낙엽 지독하게 몰아털더니 호안정에서 내려다 보는 편안하게 펼쳐진 호수는 폐부를 시원하게 씻는다. 한 번씩 어김없이 서서 심호흡하는 잠휴정도 전망이 사정없이 훤하게 열렸다. 숲이 꽉 찼울 때는 폭포소리라 여겼던 차량의 질주가 그대로 시각에 노출된다. 바야흐로 여기저기 용궁으로 모실 토끼가 보이는 한철이 다가왔다. 겨울숲은 넓다. 눈 내린 숲이라도 되면 기어코 광활하다. 숲길은 버석대다 숨죽이며 가라앉는다. 천천히 계절의 변화에 잦아든다. 움직이면 벗고 서 있을 때 입는다. 나설 때 계단에서 따닥따닥 관절이 모로스 부호로 호소한다. 무시하고 나선 길이다. 자꾸 누군가 따라 나서기에 돌아본다. 낙엽 긁히는 소리이다. 정해진 원림 코스를 완주한다. 경이직내와 의이방외를 떠올린다. 경으로써 안을 바.. 나무와함께/길 위의 풍경 2026. 10. 14. 새롭다는 건 새롭다는 건온형근변하는 것, 새롭다는 건 달라지는 것, 그래서 쓸쓸하지 않고 더욱 내적으로 풍요로와지는것을 말한다.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어떻게 변하는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게 나를 버리는 것이다. 생각만큼 썩 바람직하지 않은 교우 관계를 버린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지루함을 버리는 거다. 갈수록 듣던 이야기만 반복하는 자리를 애써 지키려 하지 않음이다. 타성에 젖은 이야기 앞에서 안절부절하느니 속 시원하게 숲길로 나서는 상상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나섬이다. 내가 주도하지 않으면서 스스로에게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다. 마음에서 주저하는 바를 알아차림이다. 사색은 부지런하다. 끊김이 없다. 그래서 분주하다. 급하게 마음 먹는 습관에서 한발자욱씩 물러나는 경우의 나를 되돌아볼 줄 알아야겠다. 아침 일.. 서재 休林山房 2026. 10. 14. 물 끓이는 상태 분별하는 삼대변법 물 끓이는 상태 분별하는 삼대변법온형근2) 삼대변법 (三大辨法)(1) 형변 오소변법(形辨五小辨法)탕(湯水)이 끓이는 형태(形態)를 보고 분별하는 법이다. 탕관 안을 살펴 보고서 분별하기 때문에 내변(內辨)이라고도 한다. 해안(蟹眼), 하안(蝦眼), 어목(魚目), 연주(連珠), 용천(涌泉), 등파고랑(騰波鼓浪), 세우(細雨)가 모두 형변이다. * 해안(蟹眼)은『게의 눈』이다. 게의 눈처럼 탕관 바닥에 바짝 달라 붙어서 처음 생긴 물방을이다. * 하안(蝦眼)은『새우의 눈』이다. 새우의 눈처럼 탕관 바닥에서 막 떠오르려고(浮上)할 때, 게의 눈(蟹眼) 보다는 약간 큰 모양의 물방울을 말한다. * 어목(魚目)은『물고기의 눈』이다. 물고기의 눈처럼 둥글고 또렷한 것인데 새우의 눈(蝦眼)이 탕관 바닥에서 떠오르고 .. 나무와함께/일상의 사유 2026. 10. 13. 이전 1 2 3 4 ··· 16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