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22 소쇄원, 그 잠깐이 황홀하여 소쇄원, 그 잠깐이 황홀하여온형근 같이 어울려 함께 놀더니 멧비둘기도 꿩도 금세 혼자더라그 잠깐을 황홀이라 그리워하더니혼자 노는 긍정을 놓치고 만다. 생각보다 그윽함이 빨라소쇄원은 안개이듯 홀연 다듬어진 오솔길을 꽃그늘에 걷다 보면숲 우듬지마다 새소리 서로 다른 우짖음얼었던 땅이 녹는 기밀을 캐낸 듯숲은 부풀어 올라 물안개 피는 둣 마는 듯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8. 진달래 쳐다보다 진달래 쳐다보다온형근 소복한 한 무더기 담뿍 널린 꽃집이다.사랑채에서 안방 너울너울 하늘 이고고개 쳐 든 분홍 꽃잎에서 까만 눈동자 불 켠 채아래로 다소곳이 펼쳐 핀 꽃잎 사이로 암술 찾듯꽃술은 바람 일 때마다 꿈에도 설레는 듯 내분다. 잠잠하여 숨 죽인 고즈넉 기척 소거했을 때달관하듯 머문 시선을 한소끔의 바람에 흔들면그제서야 부지런한 벌이 새벽 이슬 막론하고이 꽃 저 꽃 진달래라고 옮아 부린다.멈춰 선 잠깐에 내가 쳐다보는 걸 아는지 움찔, 자백하는 것도 잊는다. ::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2026. 9. 8. 벚꽃 길을 따라서 벚꽃 길을 따라서온형근 벚꽃이 지천이면안갯속을 걷다 스치듯먼길을 걸어왔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형태는 아릿한데 자취는 뚜렷하여 더듬다가훝날리는 꽃잎 비를 맞은 후에야봄바람에 밀리어 한 쪽 가에 둔덕을 이룬몇 개의 산을 가져와 내 저승길로 삼은지 오래다.발길은 육신의 길을 떠나지 않았으나멧비둘기 유혹하다 진달래 피더니 파랑새 운다.그러니 산 너머 거기 어디쯤에 들꽃 산새 함께거들어 긴의자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와락하며 산속 풍경 하나 흐릿 만나겠다. ::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2026. 9. 8. 업보 업보— 동동動動_서사 온형근 덕일랑은 뒷 잔에 바치옵고복일랑은 앞 잔에 바치옵고덕이여 복이라 하는 것을드리러 오십시오. 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권5. 만들어 낸 모든 게 업보라면 넘치더라도 안고 가게주세요 건너는 동안 남몰래속사정 토닥토닥 다독여 그대에게 이르는 길밤길이라도 더듬더듬 헤쳐 가게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사대四大 강 사대四大 강— 동동動動_정월령온형근 정월의 냇물은아 얼었다 녹았다 정다운데누리 가운데 나고는이 몸은 홀로 지내누나.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권5. 물길은 물의 생각이고의지다 물길은너와 내가어찌할 수 없는 억겁의 세월을사연으로 발효시켜 둔 자유로운영혼이다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꽃눈이었을 수줍음 꽃눈이었을 수줍음— 동동動動_2월령온형근 이월 보름에아 높이 켠 등불 같아라.만인 비치실 모습이로다.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권5. 연초록 가는 줄기에 매달린 그대메마른 가슴 훑으며 쓸어내던 그대녹아 흐르는 계곡에 눈 머물던 소리바람에 흔들리는 햇살로 아롱져 터지는 꽃눈이었을 수줍음을조금씩 열어 두들겨 가면서함초롬한 치마 밖으로 내미는 버선처럼빙글빙글 풀어내는 포만 매화 한 송이가 터지고 있었어요저리 예쁘게 다독거리며 붙어 있는지요터진 꽃과 이제 막 터지려는 꽃망울이앞서거니 뒤서거니 가슴을 화안하게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진달래꽃 진달래꽃— 동동動動_3월령온형근 삼월 나면서 핀아 늦봄 진달래꽃이여남이 부러워할 자태를 지니고 나셨도다.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권5. 속사정도 모르고이리 터지려 안달일까환장하겠네 꽃 피려나 봐새벽산의 안부 눈내리는 날의 삼월이 소나무 백설에 취해 이마에 닿고더 심한 건 아예 등허리 꺾여 아랫도리를 붙잡네동동거리며 눈길 쓸며 훑으면서 이 산고라니 발자욱 선명한데그 옆 나란히 내 한숨 찍으며백설로 잡혀든다 아으 동동다리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마음은 봄볕 마음은 봄볕— 동동動動_4월령온형근 사월 아니 잊고 아 오셨네, 꾀꼬리여. 무슨 일로 녹사님은 옛날을 잊고 계신가. 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권5. 꽃이 피었다고 꽃을 보낼 수는 없잖아요 마음에 난 길을 걷듯가득 피어난 영춘화 화단꿈길 울울한 한옥 뒤꼍 툇마루에서낙숫물로 팬 처마끝 선을 지상에 긋고활짝 영접하였지요 한 바가지의 물을 붓고한 차관의 차를 우려 마셨네요 흐트러진 꽃흩어진 차향꽃내음으로 그을리는 봄볕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기억나니 기억나니— 동동動動_5월령온형근 오월 오일에 아 수릿날 아침 약은천 년을 길이 사실약이라고 받치옵니다.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권5. ‘꽃은 지는 게 아닌 것’이잖아 아름다움은 열정을 지니고 있고 그 열정은 반드시 반사되는 것을 배운다 따신 것들은 메아리가 있다 삶에 대한 젖은 시선은 죽음조차 반짝이게 한다. (「모감주나무」, 기억나니?)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맑은 물에 발 담그고 맑은 물에 발 담그고— 동동動動_6월령온형근 유월 보름에 아 벼랑 가에 버린 빗 같아라. 돌보실 임을 잠시라도 쫓아가겠습니다. 아으 동동다리 — 『악학궤범』권5. 짊어질 수 없는 꽃들이 날리는 동안 낯을 가린 채 무거워진 고개를 숙였어길바닥에 뒹구는 버찌들이 사라지고더 밟히는 게 없어진 후에야 그쪽을 생각해냈어 소리도 없이 가슴도 없이 그림자도 없이바람은 왜 또 그리 시리게 부는지 그쪽도 그런지 쫓아가는 동안 지극하여 눈 감으면 팍팍한 흙길 먼지까지 가벼워져 흩날리는 나비 날다 그칠 때쯤에야눈부신 그쪽이 궁금하여아으 당해낼 도리가 없었어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쏟아지는 안절부절 쏟아지는 안절부절— 동동動動_7월령온형근 칠월 보름에아 갖가지 제물 벌여 두고님과 함께 지내고자 원을 비옵니다.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권5. 산만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접고아득하니 하나의 색조로 흐린 안개그 위로 함초롬히 떠 있는 태양 붉은 빛살을 따라숲을 향한 들창으로주렁주렁 저절로 슬픔 서린다 무심한 나무껍질도잎 다 빠져나간 악의를 딛고걸쭉한 숲으로 살아간다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꽃집의 안부 꽃집의 안부— 동동動動_8월령온형근 팔월 보름은아 한가윗날이건마는님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한가위여라.아으 동동다리 — 『악학궤범』권5. 작은 바람 슬쩍 스칠까 싶은 한낮가고 오는 길에 매인바르르 떨며 소리 이루는 비울 수 없는 풍경들 더운 날의 아침이 싱그러운 것은 잠든 사이 세상이 차분하게 숙연해져 별과 달빛과 그림자로 머금어 이슬을 낳고 미명을 깊은 가슴울음으로 수없이 썼다 지우며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파하면서도 아프지 않은 척 하는 몇 개의 세상을 열어 두기 때문 아름다움이란 기어이 내 상처를 모두의 기쁨으로 거듭나게 하거나 모두의 상처를 내 안의 따스함으로 버무려 터지려는 것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26. 9. 8. 이전 1 2 3 4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