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42 환벽당 산수유 환벽당 산수유온형근 경칩이라 들뜬 환벽당 삐그덕 문 여니오래된 산수유 큰 기지개 우주적 몸짓 이제 춘분이면 붉은 매화 하늘에서 쏟아지고용소에 날아와 움츠린 꽃들이 풍월을 부를텐데작은 언덕으로 버드나무 연둣잎 열 듯 말 듯얕은 돌담 아래 수줍게 벙그는 수선화 환벽당 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노란 잔치는홍매와 사귀면서 백화난만 아찔한 시름망연히 쳐다보던 배롱나무 매끄러운 줄기는뒤뜰로 백매 환하게 물들라 읍소한다. 산수유 지제부 둥치를 들락대는 개미는어느새 벌 나비를 부르는 속깊은 공사자미탄 개울물 송사리는 우얄꼬방금 바람 한 줄기 꽃비로 움찔하던데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10. 8. 봄숲을 거닐다 봄숲을 거닐다온형근 새벽이 좀 더 이르게 찾아드는 춘분 즈음에야 가물던 숲길이 푹신푹신 고르게 젖었다. 발길 닿는 곳 미끄러울 듯 말 듯묘한 생경, 발바닥을 간지르는나는 좋다. 어둠 일찍 벗개어 환해지는 게매화 고요한 습기를 머금어에워싼 몇 겹의 공기층과 적막 방음을멧비둘기 큰 북소리로 울리며 깨운다. 유현재 계곡으로 산기운에 씻긴 청량을살면서 진짜라고 매달렸던 길들의 겸연스러움한꺼번에 아니다 그렇다를 다스려주는연못을 감싸는 오솔길 무중력의 선계를 걷는다. 생강나무 노란 기운 보듬어 봄숲을 거닌다.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10. 8. 동틀 무렵 호수 동틀 무렵 호수온형근 데크 위로 어둑한 발걸음 헛디디지 않아방금 터져 나오는 잎새에 형광처럼 번지는반짝반짝 교질의 끈적임 닮은 광교저수지 동틀 무렵청딱따구리 저음의 육성 방금 핀 꽃은 환하여 주변 잎새 빛내는데세웠거나 고개 숙인참새 부리 혹은 오리 발바닥 닮은세상의 흔한 날갯짓처럼 솟아오르는 새순 잎새의 기운으로 파래지는 왕벚나무는사람의 온도에 뜨거웠다가 시들렸구나. 동트는 새벽 숲속 끝 호수를 거닐자니동이 튼다는 말은 어둡던 씨간장의 묵은 감칠맛처럼항아리를 깨며 터져 나오는 눈부심 같아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10. 8. 산벚 순정 산벚 순정온형근 내원재에서 백두고원 오르는데 산벚꽃 분분하다. 잎과 꽃이 잠깐 만났다가 꽃잎 흐트러지면서 산화낱개로 누운 당당한 시선 탱탱하게 맺힌 벚꿀이 활짝 열리고산벚꽃 싱싱한 꽃잎 포개 날린다.가지 뻗어 오솔길에 떨어진 꽃잎아침 햇살 등진 그림자를 사열하듯 길 양쪽으로 아련한 군락으로 도열 탁탁 탁타닥 탁탁타닥 청딱따구리참나무 연둣빛 새순의 신록이건만쉴 새 없이 중간 높이의 줄기를 후벼파는 혼절의 안부는 흩날림일까 산벚꽃 낙하를 바람이 거두는걸까 한 그루 장성한 산벚나무 꽃잎 우수수 막 피어나 만개에 이른 조팝나무 위로 연분홍 봄날이 살포시 선계에 든다.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10. 8. 검은지빠귀 검은지빠귀온형근 곡우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임천 입구 아직 어두운 낮은 숲속 아늑하게 모여 덤불을 보듬고 시선은 서로에게 따사롭고 경계는 짐짓 노래일 뿐, 검은지빠귀 곡우의 원림에서 분주한 포진오솔길 눈높이로 선선한 신록 이어진다. 녹음이야말로 곡우에서 비롯되는 것을멧도요와 흰배지빠귀가 섞여 노래한다. 그늘도 없이 원림은 깨어나고바람 일지 않아도 검은지빠귀는 폴짝폴짝 뛰듯이 운다.곡우는 의성어가 아니라 의태이어서곡우의 새 조차 한꺼번에 오밀조밀하다.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10. 8. 왕래 풍류 왕래 풍류온형근 꽃 벌어진 자리에 시원한 바람 활짝새소리 한 모금 거두어 삼키면 나무 그림자 사이 햇빛 아스라한 우주 지난해 꾸렸던 솔갈비 융단넘치는 발길에 반짝거리던 윤기를 잃고송홧가루 날리는 빽빽한 소나무 언덕가루 털린 송홧대만 꿈틀꿈틀 팔각정 지나 종처럼 매달린 때죽나무 흰꽃광교저수지의 윤슬만큼 잔잔하게 흔들린다.협곡으로 찢어질 듯 뻗은 아까시나무 꽃송이민물가마우지 목대만큼 굵다. 열음정과 호안정을 들리며 걷는 소요로휘청대는 하루를 곧게 편다.하루 일해 하루 소용되게 하듯아침 걷고 종일 몸뚱이 챙긴다. 거닐기 풍류로 날마다 아름다우니잠휴정에서 긴 숨 몰아쉬는 마음이 풍만풍만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10. 7. 수줍은 싸리꽃 수줍은 싸리꽃온형근 어버이날 꽃바구니 잔치인 고깃집을 지나아무 기척 없이 조용한 조원동 원림을 오른다. 거니는 걸음 맞춘 탁란의 운율로 뻐꾸기그제서야 깊어진 숲 메마른 돌계단 한 켠이붉은 마음 주렁주렁 수줍어 울었는지 조용하다. 까끄라기 벼와 보리 심으라는 망종이건만지상으로 매달린 싸리꽃 긴 밤 동트며 머금은 눈물 열브스름하게 씻겨보라에 빨강이 볼에 들어 고개 돌린 슬픔마저 스밀 수 없이 반지랍게 드리운 꽃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온전한 숨, 나무 2026. 10. 7. 계곡 물푸레나무 계곡 물푸레나무온형근 참았던 울먹임밤새 왈칵왈칵 쏟아붓더니 속절없이 흠뻑 물벼락 둥지마다 새들은젖은 깃을 누구에게 비벼대나부둥켜 지긋이 눈을 감고다 타들어간 촛불 같은 체온에 기대어감았던 눈을 얼추 떠본다. 실낱같다. 고개마다 산길로 백골 드러나 급했던 울음바다는어디로 갔을까 단단한 뼈의 능선 타고문암골 계곡 물푸레나무 둥둥 떠다닐라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온전한 숨, 나무 2026. 10. 7. 배롱나무 사색 배롱나무 사색온형근 여름 밤 깊은 뒤척임길 나선 안성국밥을 먹다가비린 맛 고춧가루로 잡다가 벌개진 국밥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명옥헌 붉은 배롱아너의 바다는 깨어나새로운 적요를 피웠을까 붉다 만 국밥 들이키고너에게 간다. 배롱나무의 젊잖은 함묵울다가 울다가가장자리로 조금씩 몰리다가뚝 떨어진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풍류 나들이 2026. 10. 7. 소쇄 한 낮 소쇄 한 낮온형근 제월당 마루 높아 어질발 뜬 채단전으로 흡기한다. 지난 봄 노란 산수유 광풍각을 설레게 하더니대봉대 벽오동 가린 배롱나무 붉은 꽃대에서서러움 꿈틀댄다.꽃 지고 열매 뭉개어 거무죽죽 매달린 청객 광풍각 파인 골짜기뼈 사리 닮은 백골 암반으로자락자락 내리는 여름비 외원에서 끌고 오는 계곡 물은풍요롭고파초의 자태는 조선의 외곬으로다시 광풍각으로 번지는 촉발된 흥취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10. 7. 관방제림 뚝방을 걷다 관방제림 뚝방을 걷다온형근 관방제림을 걷다가느티나무와 푸조나무, 팽나무까지 이거 정말 발다닥 굳은 살 녹아뚝방길의 지기를 왕창 받는 혜택 잎을 가지고서도이른 열매로도줄기 가로 세로 갈라내는 실력만으로도멀리 볼 때와 가까이 볼 때 다시 긴가민가 닮아 있고 우산 꺾어 접고 왕복 관방제림푹신푹신 와 이런 길이라니 왜 새들은 엿볼까 관방제림을 도돌이로 맨날 두근대며 걷고자거대한 상수리나무에게 두 손가락 모아뫼비우스 띠를 만든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10. 7. 메타세쿼이아 편지 메타세쿼이아 편지온형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편지를 썼어요 그대 있었던 신작로에서 면지 풀풀 날리다그대 뒷모습이 저 멀리 일점쇄선 당겨 오듯 동안에도멀어지지 않는 나무들 메타세쿼이아의 그늘과오후의 서늘함이비맞은 몸체 털어내고휘영청 밝은 연녹의 계절을 뽐내는 것을 나는 걷다가 숨이 막혀요여기가 어딘지 몰라요아름다움은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게 한다더니여기, 메타세쿼이아 길을 두고 이른 말이네요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온전한 숨, 나무 2026. 10. 7. 이전 1 2 3 4 ··· 15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