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677 검이불루 검이불루온형근 바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머물기를 숲정원, 거닐며 읊조린다. 먹고 마시는 일에서 뛰쳐나와덜 가졌기에 더 넉넉한 마음산중 절기의 오묘한 끌림에 쏘인다. 바람 정직한 날은 빳빳하게 풀물 든 모시 적삼 우중충 끈적끈적 잎새 멈춘 습한 날은산비얄 그늘진 바위 밑 날 선 푸른 이끼 걷고 있지만 갈 곳 정하지 않은혼자이지만숲그늘 새소리 호수의 윤슬까지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23. 우수, 천진난만 우수, 천진난만온형근 우수 흐르면서 속얼음 헤어지는 소리로호수는 저수의 본성에 한층 더 파묻히더니 경칩에서야 잔잔해져 흰뺨검둥오리 군데군데 무리 짓거나 혹은 외따로파장의 메아리로 물살을 저어 가는 평온 아침 햇살 지극하여 눈부신 틈을 타서은빛 반짝이는 댕기흰죽지가 한꺼번에 난다.마음껏 뛰논다는 광경이란 저렇듯군더더기 없이 천진난만하여 시원한데 헤엄치고 도약하고 비행하는 큰 동작도도화지에 그려진 크레파스 그림처럼오랜만에 담아보는 마음껏 뛰논다는 것어쩌면 저리 곱고 평온할까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안개의 원림을 걷다 2026. 9. 23. 산중 소풍 산중 소풍온형근 그대여그대의 소풍아직일지 여즉일지드러나는 것보다 엉켜있는 게 많아서아침 해가 뜨듯이 일고 지는 이치를 오늘 소풍은 또한 어디에서 오솔길을 맞이할지를 높은 산 깊은 골짝웃통 벗은 나무의 가지끼리 부벼 낸 불꽃온갖 나물이 화답하는 한 바구니 헛기침이만하면 이번 소풍은 근기를 갖췄다고 정선 아리랑 한 곡조 제끼면 곤드레와 취나물 방긋 손 내민다. 자고 나면 그쪽 소풍 어디쯤일까를내 소풍은 만고강산 중 하나를 원림 삼아나지막이 흥얼대며 천천히 걷는 풍류 마른날은 흙먼지 펄펄 날리며세상을 소풍으로 나서는 게 일상이건만비 오고 눈 내리는 날도 궂은 날이라 하지 않겠네 아침해 일어서고 구름 멈춰 서는 일렁이는 절벽 위 후들대는 소풍일세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23. 고라니 좌표 고라니 좌표온형근 영하 오도 이하인 도시의 원림은 숲 사이로 건물이 후욱 들어온다. 어찌 사방 도로와 호수로 섬처럼 외떨어진 빤한 곳을쏜살같이 내려 달렸던 고라니는숨을 곳 없는 어느 길 잘못 들었을까 훤해도 너무 속속들이 세밀하여겨울 귀 시린 얼얼한 둔탁함이 선명한 오솔길을 껴안고 돌아 나서던산허리 혀끝 마취된 아련함에 가려 감출 곳 없으니 머물 곳 또한 좌표 없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안개의 원림을 걷다 2026. 9. 23. 다시, 입동 산행 다시, 입동 산행온형근 겨울비 추적추적 우중산행을 따른다.입동 지났는데 언감생심 소설을 앞두고 이게 뭐야 노랗게 변한 솔잎 융단이 내원재를 곱게 깔아 고갯길은 푹신푹신백두고원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지나니빗물이 씻어내고 흐린 시계가 자아내는 노란 것을 더욱 샛노랗게 하는 마법, 가을비 숲을 지키는 나무줄기 욕실 문 열기 전이라젖은 채 부득부득 지상을 거머쥔 우람한 뒷모습힐끔힐끔 떡갈나무 낙엽 들고일어나 인사하는 부스럭 소리 밟고 가을비 냉랭하다.푸른 숲 꾀꼬리 우짖던 벽수앵성길에서봄비에 찬연했던 순간 주마등처럼 스친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23. 손바닥으로 읽다 손바닥으로 읽다온형근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것도 있다. 팔뚝으로 숲을 이루듯 울창한 갈기였더니 융모가 된 털이 손바닥에서 가려졌다. 피부모皮膚毛가 사라진 그곳을 문명이라 해야 하나 첩첩산골 오지라 할까 임천의 오솔길처럼 드러내어 긁어모으는 사람의 탄식, 으로 여름비가 먹구름을 뒷배 삼아 옴찔옴찔 숲을 때리는 소리, 습을 머금은 산중으로 몸 하나 들붙는다. 쩌억 쩍, 상의는 완전 물귀신에 사로잡혀 사지를 꼼짝달싹 못하게 붙잡아 맨다. 이쯤에서 대피소를 구축하고 습에 찌든 채 옹크린다. 가릴 수 없으면 피한다. 우산이 걷히면 다시 산중의 오솔길을 손바닥으로 읽어내련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당신의 격조 2026. 9. 23. 산결에 맡기다 산결에 맡기다온형근 시계를 확보한 참호는 하룻밤 모기에 뜯기는 명상 터, 움찔 댈 지어라 다 뜯겨 영혼마저 달달 털렸을 때야 설설재를 내려간다. 지극히 짧은 보폭으로 버선코를 똑바로 세운다. 타이어 현수교에서 절룩이다 쉰다. 가장 기뻐하고 내 일처럼 벅차서 들뜬 숨이 이승을 건너 먼 폐사지에서조차 도량석이 들리고 종성 울린다. 그리하여 그대와 아침 공양으로 안위를 살피고 평온의 포행길로 나선다면, 아아, 나는 등판으로 쏟아붓는 뜨거운 태양의 무게를 감당할 지어라 쪼그려 앉아 중력에 버틴 허리의 포텐션을 작게 하여 물리적 한계에 따를 지어라 넉넉하게 조인 뼈마디를 산중의 공기가 그어낸 산결의 세포에 맡겨 예쁜 걸음의 그물을 짓는다. 그대여, 들쑤시고 일어나라 조원동 원림 미학 2026. 9. 23. 고도 담장 답사 고도 담장 답사온형근 고도에서 햇살이나 주우면서 한성에서 부여와 공주, 익산, 어느 왕조를 알현하나 재촉하는 여린 결심을손 뻗어 닿을 수 없는 먼 항구처럼 묵힌다. 그대와의 담장 하나쯤은 기억한다.슬라이드 필름으로 찍고 현상하여 마운트 입히던 시절의 순결함을 왕조의 슬픔은 묻히고 슬라이드 필름을 긁는다.필름 속 텅 빈 민가는 주초 없이 흔적도 없어 왕조의 끝자락에서 서성대며 머금었을 생각 섬록암처럼 뚜렷한 사진으로 골자를 갈망하였건만기골이 장대한 궁리를 보자기에 싸 둔 채임류각이었을까 궁남지였을까, 폐사지의 담장은 또 만만하여 도약하여 나타나는 당신의 담장까지발끝으로 차며 살강에 봉양한 애물단지 꽤 일찍 다가왔다가 여태까지 골바람 맴도는오래도록 맵시로 치장한 허공에서 머무는 각도 아직은 이르다고 더디..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풍류 나들이 2026. 9. 22. 부소산 단풍 초입 부소산 단풍 초입온형근 순하게 입고 나섰다가 우와, 날 선 대치뭐야, 색즉시공이라더니 빈 건 하나도 없어곱디고운 시간이 숙성시킨 공력 앞에울긋불긋 번쩍이는 단풍을 예봉으로 삼을 걸갖추지 못해 부소산 초입부터 색색 항복이다. 낙엽은 이슬에 젖은 채 지상에 두툼한 층을 이루고꾸역꾸역 뒷목 켕기며 성큼성큼 지나왔건만한 바퀴 돌면 다시 초입 색색 앞인 것을비운다더니 꽉 채우고 털어낸다더니 깊어졌네 비록 경로를 이탈할 수 없는 호구지책이라 가겠고피하거나 숨어서 돌릴 길 아니니 기어코 마주하겠고산길마다 색색단풍 화장기라고 우듬지 꺾지 않을 터계단마다 긴 호흡 오른다고 낙엽 지진 않을 터 부소산 초입은 기품있는 색감으로 황홀경이니단풍나무니 복자기니 부르지 않아야 우주일 것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풍류 나들이 2026. 9. 22. 나출근 외경 나출근 외경온형근 좁은 오솔길 굵은 뿌리 들고일어나내 어찌 발 옮겨 넘어갈 수 있을까. 미안합니다. 죄인입니다.심장 오그려 읍하여 조심 넘을 적에나무뿌리로부터 한 줄기 진동어이 어이 어미이고 아비인 산천 대를 이어 밤 지새워도 시들지 않고대갓집 몸채로 앞마당 두루 비추는데 땅 위로 솟아올라 어울려 사는 동안네 것도 내 것도 없이 까치밥으로그윽하게 번져 나가는 양떼구름기어코 파아란 입추의 입꼬리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산중 안부 2026. 9. 22. 고란사 가는 길 고란사 가는 길온형근 처음, 멧비둘기 꾸우 꾸 익숙했다. 낙화암 위 백화정 근처중저음 딱따구리 영역에 드니머리 풀어 난만한 소나무 몇 올지켜보고 있을 백제의 날 것들모골 송연한 듯 절집의 문은 보살이 열고백마강 짙고 푸른 꿈결더럽혀질까 꽃, 절벽 아래로 날고자맥질에 시드는 고란초 고란사,막다른 지상의 발디딤 풀고피안으로 다가서는 선착장피우지 못한 꽃, 채우지 못한 마침표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6. 9. 22. 해금 해금온형근 정오 알람은 묵직한 해금의 명주실찌는 습기 머금어 부풀 대로 헐렁한 날머뭇대며 머물기를 먼 나라 백제라 부르더니정류장 미루나무에 걸친 염주비둘기 둥지에서포란하듯 번갈아 겁에 질렸으나 단단한 속내 오르리라 저 버스 부여행 오전 여섯,오후 여덟 번 연주는 해금 터질 듯 폭풍해일유현에서 중현을 밟는 순간 숨 멎듯 낮고 늘어져 심호흡 들이켜 내쉬는 잠깐에부여행 버스는 몇 개의 과속방지턱을 지나잠결에 냅다 백제였고 정림사지 오층 석탑해금 닮은 백제의 순수 석조여래좌상 오래 앉은 도반의 옆모습 훔치듯이목구비 번다스럽다. 미음완보, 원림에 들다/풍류 나들이 2026. 9. 22. 이전 1 2 3 4 ··· 14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