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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뭔가 하고자 이루고자 애쓰는 건 자연스러운 진화이다. 일상이 그래서 소중하다. 일상이란 자신을 읽어내는 수준의 범위에서 비롯된다. 되돌아보고 접을 줄 아는 것을 지혜라고 했다. 지혜는 소박하여 내 세울게 없는 지리멸렬한 속성을 한 축으로 성립한다. 더 우려나지 않는 차.. 2017. 2. 7.
결정 #차이야기 #황차 #차명상 #선달차회 포장지의 지끈을 풀고 오동나무 상자를 여니, 3개의 황차가 담겼다. 그 중 하나를 오려 세로 꺼낸 현암도요의 다관에 우린다. 차봉지에 오늘 날짜로 개봉하였음을 명기한다. 소소한 기록이 사유를 이끌어내더라. 오려낸 차봉지의 향이나 우려낸 황차 특.. 2017. 1. 26.
외면 아무것도 아닌 겨울, 걷는 일에서 저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사이, 마디마다 녹슨 언어가 쟁긴다. 애쓰지 않고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은 긴장 없이도 긴장할게 없다는 사실로 치환된다. 생각은 자꾸 허공의 아지랑이처럼 흩어지고 알맹이 없이 지나가는 일상에서 일.. 2017. 1. 24.
선의 위계 선의 기본은 검정이다. 어디든 못가는 곳이 없다. 흔해서 존재감 약하다. 반면에 일상에서 검정을 좋아하는 소수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일수다.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넘친 부분을 가려준다. 검정선의 매력이다. 선에 위계가 있다. 이 위계만 지킬 줄 알면 깨닫는 경지에 도달한다. 머리로는 가능한 사유이지만 실제는 어렵다. 몸의 사유이기 때문이다. 몸이 알아서 하는 경지다. 명필이 붓을 가리랴.? 는 옛말에서 선의 위계를 터득하면, 선이 그어지는 곳을 가리랴? 로 바꿔야 한다. 그곳이 종이든 유리든 철판이든 두껍거나 얇기를 떠나 선이 가는 길은 거침이 없다. 필기구를 가리지 않고 그어지는 대상을 넘어서는 아득한 경지를 이른다. 참으로 되어 이룬 이가 있으니 나 또한 될 것이라고 잔뜩 유념해 둔다. 위계는.. 2017. 1. 20.
형태를 이루는 것들 스스로 운행의 묘를 살펴 적폐가 되지 않도록 애쓴다. 차를 우리면서 준비하고 앉아 고요한 장면에서 줄기를 찾는다. 아침부터 말도 되지 않는 기각이라는 어수선으로, 그 어이없음으로 실소에서 실망으로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던 오래된 지혜조차 외면되는 사통팔달이어야 할 세상.. 2017. 1. 20.
늘 그만큼 지니는 황차 #선달차회 #차이야기 #teastory #차명상 항아리 몇 개 더 있었으면 했던 계절이 저물어 눈에 띄게 줄어든 황차를 우린다. 어김없이 늘 그만큼의 맛을 안긴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변함없이 익었다. 살짝 무게를 주면서 입가를 동시에 파고드는 단맛이다. 여운이 깊다. 가공의 깊이보다는 아.. 2017. 1. 16.
이제 겨우 숨 돌리고 내내 정리하고 또 흐트려 놓는다. 그 자리라는게 주어짐이 아니라 등장과 퇴장의 잠깐 사이에 놓였다. 개미굴에 들락대는 일개미와 다를바 없다. 내 것이라고 주어짐이 우스운 까닭이다. 선호라는 게 추구하는 대상에 달려 있겠지만 결국 손 타는 국면과 상황이 그이의 진면목으로 작용.. 2017. 1. 9.
평면의 구성 평면 가득 널어 놓는 것과 수납 공간에 자리를 차지 하는 것의 차이는 무얼까. 평면에 잔뜩 펼쳐 놓고 나서 펼쳐진 선을 지우는 일, 남겨 두어 3차원으로 변하여 발 디딜 틈도 없도록 콩나물 기르듯 물을 붓고 있는 일, 뭐 그런 차이일 것이다.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찬다는 것은 분명 부유.. 2017. 1. 8.
경쾌한 붙잡음 짐 정리하다 획득한 차마고도차, 바짝 마른 낙엽처럼 가볍다. 압착되었다가 풀려 나와 자유로운 잎새로 소소하게 담겨져 있다. 뜨거운 물로 우리면 다섯 번 정도까지는 차 기운이 고스란히 소주천을 이룬다. 비우고 버려내면 이처럼 날렵해질까. 눈으로 바라보던 낙엽의 가을이 .. 2017. 1. 6.
헐렁한 길 헐렁한 길 -정유년, 자화상 / 온형근 짜여진 길을 걷다 보면 쉬 질린다 마루 바닥에서 삐그덕 대며 걷는 일이 호수의 찹쌀같이 달라붙는 촉촉한 각성 잠시 잠깐 놓칠 즈음이면 규격화된 길에서 눈 감고 걸어도 되는 발걸음에 맡긴 채 날숨과 들숨의 깊이와 시간에 존재한다 눅눅하여 &#48932.. 2017. 1. 5.
호수 위에 떠서 호수 위 마루에는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쩌릿한 저림발목 조명도 자동 꺼지는 때가 되었는지 반짝반짝호안 가까이 수중에 불기둥을 박아둔 채 흔들흔들내어 준 적 없이 불빛은 모아져 실체로 떠있네호수 잔 물결 일어 청둥오리 이르게 마실 나와그 뒤 따르며 꽥꽥꽥 넓어진 가슴 뽐내듯 내밀고흐트러지듯 물밀듯이 고요하다마루를 뒤뚱대며 삐걱삐걱 소리내는 나에게곤곤한 습윤은 마르지 않는다걸을 수 있는 호수 하나 퍼 담을 방도를 궁리하고접히고 펼 수 있는 유연한 발걸음 또한 궁리한다 2017. 1. 5.
서릿발 눈물 [ ] 서릿발 눈물 젖다가 떨어트리기도 한다. 뜨겁기도 따뜻하기도 서릿발처럼 차기도 하다. 손바닥 몇 개의 손가락 인지 하나로 가리거나 비벼 멀쩡해질 수 있다. 기뻐서 슬픔이 복받쳐서 감동이어 분노여서 쏟아내거나 흘리거나 뚝뚝 떨어진다. 눈물이란 내 가슴에서 만들어져 어느 순간 퍼올려지는 특수한 공급 기관을 가졌다. 2016. 12. 8.,08:29 2016. 12. 8.
꿈은 쉬게 하지 않는 것이다. 2016. 8. 31.
창문을 연다. 창문을 연다. 여기 저기 보이는 곳마다. 2016. 8. 26.
굵은 줄기의 황차 2016. 8. 22.
소수서원의 소나무 소수서원의 소나무 2016. 8. 16.
골방, 서재 들락대다 골방, 서재 들락대다 / 온형근 2016. 8. 9.
시 창작 접근 방법 시 창작 접근 방법 2016. 8. 7.
골방, 서재 들락대다 골방, 서재 들락대다 /온형근 들락날락 않던 서재에 그녀의 책이 있을 거라 굳게 믿으니 바람 한 점 없는 골방에 방언이 피어오른다 종알 흥얼 중얼 뭐라고 했는지 같은 말이었겠지 책과 위치를 연결하는 뇌파의 GPS는 자꾸 헛디뎠다 열 바퀴도 넘게 헛돌면서 골방 서재를 공전했다 그녀와 어상반한 서책이 손아귀에 얼추 잡혀 나왔다 얼마나 흘렀을까 장서에 갇혀 진종일 헤어나지 못했던 봉쇄에 가까운 기꺼움에 향락되었던 앳되던 계절이 떠올랐다 시생에게는 아니꼽살스러운 일이었지만 신체발부로 땀 스며 생동은 굼뜨고 엉겁결에 연륜은 쏜살같이 딴 세계로 넘나든다 두드러지게 내가 타자의 삶에 있었던 거다 책은 뜻밖에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허무했다 드나들지 않는 공간의 기억은 남루하다 그토록 심하게 한 방 얻어맞으니 기력이 .. 2016. 7. 20.
경비 아저씨, 청소 아줌마 경비 아저씨, 청소 아줌마 / 온형근 몇 번 언덕 위를 야릿한 걸음걸이로 오르고 있었다. 중간에 차를 세울 수 없는 고갯마루라 찔끔대며 짐짓 스쳐 지났다. 어떨 때는 어찌하여 어찌 되었을 것일진대, 시간과 장소라는 게 대중없어서 드물게 역시 그러하였을 것이다. 구태여 잘 걸어가는 사람을 불러 세울 일도 아니었고, 일부러 살갑게 손짓하여 꼬드길 일은 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미상불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 거침없이 넘나 든 셈이다. 모처럼 본마음은 있었나 보다. 드문드문 출근길을 마다치 않고 뭐 그게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근무할 곳을 향하는 것은 본의임이 틀림없었으니, 달려가는 그니를 부득불 보게 된 일이다. 건널목 앞두고 세울 수 없어 건넌 다음 교회 한쪽에 세우고 기다렸다. 뛰시기에 타라고 했더니 늦은 건.. 2016. 6. 29.
지류 소양천 어느 지류 다리 위에 슬쩍 걸쳐 앉았어 빠진 살점에 잡히는 모래 기운 콘크리트 겉만 두른 일상을 툭 찌르네 이내 편안해지거나 아무 것도 아닐 묵직한 별에 쏘인다 그대 닮은 우울 화살 깊다 쓰리고 결리고 다시 환청처럼 살아 운다 물 속 용궁까지 모두 다 2016. 5. 17.
강변길 걷기를 위해 일어서야겠다 2016. 4. 26.
산벚나무-루즈 바른 그 입술 황금의 눈 배호 1.사랑을 아시나요 모르시나요 내 마음을 잃어버린 황금의 눈 막막한 이 한밤을 술에 타서 마시며 흘러간 세월 속에 헐벗고 간다 아 ~ 황혼길에 불타오른 마지막 정열. 2.사랑을 아시나요 모르시나요 내 마음을 찟어버린 황금의 눈 꽃같은 그 입술은 어느 손에 꺾였나 .. 2015. 12. 11.
電線 아래 낮은 위요 도시의 가로수 심는 것은 쉬웠으나 관리는 어렵다. 숲에서 살다가 숲을 베어내고 도시를 만든다. 도시를 살다가 숲을 찾는다. 숲으로 들기도 하지만 숲을 만들기도 한다. 빠른 추진력으로 세계적인 치산녹화를 자랑하는 나라다. 그 동력을 중국과 몽골에 수출하자고 수런댄다. 그런 여력과 기술, 고급 인력이 즐비하다. 마차가 다니던 신작로에서 차량 가득한 도로로 거듭나는 동안 가로수도 몸살을 앓는다. 급한대로 식재한 가로수들의 대부분은 몇 번의 교체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1년 12월 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2백만 그루의 가로수가 식재되어 있고, 은행나무(36.3%), 플라타너스(17.6%), 수양버들(4.3%), 벚나무(5.3%), 현사시(7.3%), 포플러(9.5%) 등 6개 수종이 전체 7.. 2015. 9. 1.
장안문에서 팔달문 사이 걷기 운동으로는 민망할 거리다. 사람 꽤나 종종거린다. 화성 걷기로 치면 성안으로 두둑한 흙길이겠으나 도심은 딱딱한 포장길이다. 좁아서 마주치거나 버스정류장 근처는 더디다. 사람으로 뭉쳐있다. 교통의 퍼짐이 능수능란하다. 언제부턴가 이곳 몰골을 엉성하게 지켜냈던 플라터너스 가로수가 달라졌다. 흉내만 내다 말겠지 했다. 그러더니 수원의 명경으로 뜬다. 나만 그랬을까. 장안문에서 팔달문 사이의 가로 경관이 플라타너스로만 치환된다. 장하다. 해 거듭 날로 진화된다. 자리 잡는다. 직방형 수관이 멋지다. 프랑스 파리의 피나무가 따라올까. 그들은 지상부를 연이어 붙이지 않던가. 띄엄거리며 땅을 내딛었으나 원래 서있던 자리다. 도심 가로를 향한 상가 빌딩과 친하게 닮아 있다. 건물과 가로수가 손 잡고 밤마다 내통하.. 2015. 8. 31.
오래된 옥잠화 오늘이 보름이다. 음력 칠월이니 칠석도 지난 그런 보름달이 떠오를 것이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을 때 바라보는 옥잠화를 상상한다. 흰색은 밝아서 눈길을 끈다. 반짝이는 흰색은 더더욱 처량할 정도로 서럽다. 달빛에 서로 뽐내는 옥잠화가 그랬다.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를 개교하면서 조경설계를 맡았고, 시공까지 직접 완료한 일이 까마득하다. 북향의 건물 아래 식재할 수 있는 음지 식물로 당시 덜 알려진 구상나무를 고집하였다. 물론 주목도 함께 도입하였다. 문제는 지피식물이었다. 나는 전체를 옥잠화로 식재하기로 결정하였고 전체 군식으로 처리하였다. 20여년 지난 지금 이 옥잠화는 세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갱신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집단미를 보여준다. 늦은 밤 달빛에 어울리는 옥잠화를 보면 몸서리친다... 2015. 8. 31.
상수리나무 수원에서 용서고속도로 진입할 때, 뺑 돌면서 만나는 상수리나무 미끈한 군락지를, 비 맞아 반짝거리는 날 지나 보았는가. 청량하고 익숙한 산자락을 접어 든 것처럼, 아무도 없는 산길 가장자리를 서성이는 것처럼, 막연한 시원의 여행처럼, 지나다가 저렇게 뽐내는 몸매는 누가 만들었.. 2015. 8. 25.
설해목(雪害木) 설해목(雪害木) / 온형근 이 악물던 옆 나무의 떨림을 삼켰고 가지 끝에 매달린 솔내음 일정한 운율로 파고들고 밑가지 위아래로 춤추는데 목덜미에서 쏟아지던 바람이 공기 터지는 소리를 내며 펼쳐진다 소나무 수관에서 빨래판 소리 나오고 가늘고 미끈한 가지 아찔아찔 스르르 내려와.. 2015. 8. 23.
꽃차 꽃차 / 온형근 지는 것은 꽃이었고 피어난 것은 꽃차 그대가 피어 즐거웠다 치자 거꾸로 그대가 져서 슬퍼한들 목련꽃에서 우린 뜨거운 찻물에 비틀대며 시들어가던 너는 깨어나 따스함은 그대 근처를 맴돌고 그대는 근거 없이 반듯해지고 나는 하릴없이 그대와 어울려 하루 근처 내내 떠나지 못하며 2015. 8. 17.
국립산악박물관 히말라야 사진전 국립산악박물관에서 작년 말에서 금년 초까지 히말라야 사진전시회를 하였고, 나는 하늘 기획의 의뢰를 받고 캘리그래피를 써 주었다. 전시는 이렇게 마쳤는데.. 나는 초대도 받지 못하고, 작품료도 감감 무소식이다. 아무튼 거칠게 순종하고 막힘없이 시원하게 표현해 보았다. 2015.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