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골방, 서재 들락대다

by 나무에게 2016. 7. 20.

골방, 서재 들락대다 

/온형근

 

 

 

들락날락 않던 서재에 그녀의 책이 있을 거라 굳게 믿으니 바람 한 점 없는 골방에 방언이 피어오른다 종알 흥얼 중얼 뭐라고 했는지 같은 말이었겠지 책과 위치를 연결하는 뇌파의 GPS는 자꾸 헛디뎠다 열 바퀴도 넘게 헛돌면서 골방 서재를 공전했다 그녀와 어상반한 서책이 손아귀에 얼추 잡혀 나왔다 얼마나 흘렀을까 장서에 갇혀 진종일 헤어나지 못했던 봉쇄에 가까운 기꺼움에 향락되었던 앳되던 계절이 떠올랐다 시생에게는 아니꼽살스러운 일이었지만 신체발부로 땀 스며 생동은 굼뜨고 엉겁결에 연륜은 쏜살같이 딴 세계로 넘나든다 두드러지게 내가 타자의 삶에 있었던 거다 책은 뜻밖에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허무했다 드나들지 않는 공간의 기억은 남루하다 그토록 심하게 한 방 얻어맞으니 기력이 야위며 내려앉더라 갈 곳 몰라 하더라 동서남북이 서툴더라 빨간 노끈으로 낱개의 책을 단단히 묶었다 여기에 나는 여름을 빠뜨릴 참이다 아직 빨간 노끈은 풀지 않았지 머릿속을 강타한 북소리가 새나가지 않아 그대로 바라보았지 왜 그런 우레같은 소리가 내게로 쏘아졌을까 그럴만한 연유를 지녔을까 골방 서재는 캄캄한 밤길처럼 어둡고 거짓말처럼 고요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