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기본은 검정이다. 어디든 못가는 곳이 없다. 흔해서 존재감 약하다. 반면에 일상에서 검정을 좋아하는 소수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일수다.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넘친 부분을 가려준다. 검정선의 매력이다.
선에 위계가 있다. 이 위계만 지킬 줄 알면 깨닫는 경지에 도달한다. 머리로는 가능한 사유이지만 실제는 어렵다. 몸의 사유이기 때문이다. 몸이 알아서 하는 경지다.
명필이 붓을 가리랴.?
는 옛말에서 선의 위계를 터득하면,
선이 그어지는 곳을 가리랴?
로 바꿔야 한다.
그곳이 종이든 유리든 철판이든 두껍거나 얇기를 떠나 선이 가는 길은 거침이 없다. 필기구를 가리지 않고 그어지는 대상을 넘어서는 아득한 경지를 이른다. 참으로 되어 이룬 이가 있으니 나 또한 될 것이라고 잔뜩 유념해 둔다.
위계는 계급이다. 부모형제의 관계이고 차도와 인도의 구별이다. 눈에 확 띄는 것이며 강조하고자 애쓰는 중요성의 정도이다.
그래서 방법은 많다. 많은 방법을 다 한번씩 적용해보고 실험하여 실제에 적용할 수 있어야겠다. 작은 나무에 한 번 긋고, 그 다음 크기에 한 번 긋는다면, 아까 그 작은 나무는 두 번의 긋기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점점 나아간다면 처음의 그 아이는 가로 세로로 그어져 있을 것이다. 가장 돋보여야 할 큰 형님은 아직 희멀건 하거나 한 번 정도 그어져 있을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하면 어떨까. 가장 큰 형님이 새카맣게 되어 있는 상황. 태양 아래 작은 것들은 그늘을 이룬다. 그러니 삼가야 할 일이다.
선의 위계는 지워지면 다시 그어야하는 유연성을 획득해야 마땅하다.
그러니 수시로 제 몫을 하고 있는지 임무를 망각한 것은 아닌지를 검토한다.
선의 길을 열어 주는 라인 에디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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