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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창작|생산

경비 아저씨, 청소 아줌마

by 나무에게 2016. 6. 29.

경비 아저씨, 청소 아줌마

/ 온형근

 

 

몇 번 언덕 위를 야릿한 걸음걸이로 오르고 있었다. 중간에 차를 세울 수 없는 고갯마루라 찔끔대며 짐짓 스쳐 지났다. 어떨 때는 어찌하여 어찌 되었을 것일진대, 시간과 장소라는 게 대중없어서 드물게 역시 그러하였을 것이다. 구태여 잘 걸어가는 사람을 불러 세울 일도 아니었고, 일부러 살갑게 손짓하여 꼬드길 일은 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미상불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 거침없이 넘나 든 셈이다. 모처럼 본마음은 있었나 보다. 드문드문 출근길을 마다치 않고 뭐 그게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근무할 곳을 향하는 것은 본의임이 틀림없었으니, 달려가는 그니를 부득불 보게 된 일이다. 건널목 앞두고 세울 수 없어 건넌 다음 교회 한쪽에 세우고 기다렸다. 뛰시기에 타라고 했더니 늦은 건 아니라는데, 그렇다면 운동 삼아 빠르게 걸으면서 조금씩 뛰는 것인가보다. 언덕을 치고 올라 빠질 때쯤 묻는다. 여기 경비하지 않는 날은 또 다른 어느 곳에서 근무하는가를 궁금해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워 곤궁해 하다가 치고 올라 주차장 평지에서 알게 된다. 교무실 내 책상 주변도 훔치며 다니시더니, 좀체 사람을 쳐다보고 구별할 용의가 없었던 게다. 언제부터 내가 이곳의 경비 아저씨였던 게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 진즉 알면서 모른 체 했던 건가. 아무래도 궁금한 사람이 생겼나 보다. 중원의 내공으로는 펼치기 힘들다는 신공에 가까운 방언도 불사하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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