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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창작|생산26

추석 삼대 추석 삼대온형근      멀고 먼 여행처럼 음복주에 취한다.   그이들 다들 없는데도   단어도 잘 떠 오르지 않더구먼 주문처럼 음복   하나 둘 곁을 떠났으니 나눌, 더 따를   혼자 채우고 비우기를 여러 차례   하나 둘 곁으로 다가서니 또 한 잔, 다시 살피는    누군가는 찾아오고 찾고 두리번 댈까   아무 소용 없는 세상의 끄트머리에 스민다.   손주 보러 나가고 싶은데 낮술 얼그레 해   가급적 머뭇댄다.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겠노라   이 찢어지는 가슴 다독거려 움찔움찔    붉그적 푸르적 시작 메모>>고요하였다가 번듯해진다는 건 자주 본 가까운 이들의 왁자함이다. 명절, 그것도 한가위가 접속이 수월하다. 2024.10.10 - [::신작시::/창작|생산] - 평온 평온평온온형근   깊지 않은.. 2024. 10. 10.
평온 평온온형근   깊지 않은 생각 인다.그때는 반갑고 좋아서 바빠굶고 친구 없이 살기로 선언하여딱 한 명 연락 오는 그 이 고요하니굶는다. 좋을 때는 신나서 행복했고먹고 싶은 게 없었다. 나와 만나는 지금은 화려하여먹고 싶은 게 없다.  시작 메모 >>모두 가진 듯 흐뭇한 날들을 접는다.  2024.10.08 - [::신작시::/창작|생산] - 종아리 종아리종아리온형근  놀라서 우주에서 가장 빠른 용수철 누른다.딴딴해진 근육 경련 파르르 떨며 이크 신음,어쩌지 못하는 순간을 미처 사귀지 못한 혈행 미약으로 냅다 혼미해진 탓일까 자는 일ohnsan.tistory.com2024.10.08 - [::신작시::/창작|생산] - 빛바랜 친절 빛바랜 친절빛바랜 친절온형근  잠깐 꽃을 피웠을 때도 주변이 환하지는 않았다.. 2024. 10. 10.
종아리 종아리온형근  놀라서 우주에서 가장 빠른 용수철 누른다.딴딴해진 근육 경련 파르르 떨며 이크 신음,어쩌지 못하는 순간을 미처 사귀지 못한 혈행 미약으로 냅다 혼미해진 탓일까 자는 일을 멈추고 종아리를 어루만진다.짧은 것은 일하는 거라는데 잠잘 때 종아리는장요근 풀어주느라 알람까지 호출한멀쩡한 낮 시간의 깨어있음과는 달라서 밤자리 애쓴 흔적 계통없어 요란 떠나보다창문 열고 여름 밤 폭우 소리처럼 몰려 다니는탄식 몇 줄기 쏟아 붓고 떠나는 집중호우처럼한쪽 발로 한쪽 종아리 안부를 두들겨 노크한다. 시작 메모>>잠은 설치는 게 아니라 깨라고 있다. 종아리 쥐는 깨우는 알람이다. 지나치지 않다고 가끔이었잖아 라고 항변, 놀라 튀어 오르는 건 예정에 있는 여정이다. 놀라지 말라. 두들겨 문을 열고 만난다. 다룰 .. 2024. 10. 8.
빛바랜 친절 빛바랜 친절온형근  잠깐 꽃을 피웠을 때도 주변이 환하지는 않았다.  아팠다가 괜찮았다가 끊임없이 나를 봐 달라는  수습 어려운 왼쪽 허벅지를 파고드는 협착처럼  여러 날을 너와 나는 옹기종기 사는 수밖에 없었지  알거나 헤아리지 못하는 사이 송화가루 분칠하고  여름의 가뭄과 다습이 교차할 때 벌레는 구멍을 뚫고  보잘 것 없는 외면으로 먼 발치였어도 괜찮다 했다.  언덕을 치고 오르는 신선한 바람은 알았겠다.  어디서 보랏빛 생경스러운 이치를 따왔는지  내려가는 길에서 안보이던 게 친절하게 삐죽 내민다.  한 무리 뭉쳐 자라거나 떨어져 있거나,  누리장나무의 열매가 입을 봉하였다 터졌을 때,  저 천의무봉의 표정과 깨끗한 도발이  가히 내 마음에 모셔질 궁극의 도법이 아니겠는가  작가 한마디원림을 노니.. 2024. 10. 8.
노랫가락 3수 노랫가락 3수 온형근 바람이 물 소린가 물 소리 바람인가 석벽에 달린 노송 움츠리고 춤을 추네 백운이 허위적거리고 창천에서 내리더라사랑도 거짓말이요 임이 날 위함도 또 거짓말 꿈에 와서 보인다 하니 그것도 역시 못 믿겠구료 날같이 잠 못 이루면 꿈인들 어이 꿀수 있나그리워 애닯아도 부디 오지 마옵소서 만나서 아픈 가슴 상사보다 더 하오니 나 혼자 기다리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리라 애닯을 게 무어 있을까 서러움이 그렇게 자리 잡는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봐야겠다고 기어코 오른 산길 내려 올 때 부디 오지 마라 메아리로 울리는 것을 어화 둥둥 들떴다가 에야 디야 서글픈 낙조 다음이 없다는 데, 매번 다음이고야 마는 모두 헛 일 꽃이 피어 나를 벙글게 했다고 지는 꽃 말릴 수 없듯이 가는 것은 지듯 시.. 2024. 2. 25.
겨울 산줄기 겨울 산줄기 온형근 산을 날지 않게 붙잡고 있는 건 나무들 초목의 뿌리가 흙산을 움켜쥔 채 촘촘한 중력의 빈틈을 감지 근모는 방향을 탐지하며 사방 기웃댄다. 흠칫 나설 때마다 헛기침 내면 지나간 뒷발자국마다 근력이 붙어 세근은 섬유처럼 서로를 잇고 감싼다. 잠깐의 허공 잃은 눈동자의 짧은 허함 을, 급하게 덮어 주려는 듯 불콰한 환부로 서둘러 밀려오는 아림 을, 저 산 어디쯤에서 보았다. 주삿바늘 찌른 용액의 유영처럼 아플 텐데 어느새 산의 골격 울퉁불퉁 나출근 되어 나무의 지상부를 뽐낼 때마다 오솔길 한 편으로 나앉아 쪼그린다. 날갯짓 지쳤을까 지나던 새 힐끗 쳐다보더니 시퍼런 제 길 나선다. 기웃대느라 소란스러운 땅속 근모의 아우성 우산에 떨어지는 물소리처럼 단정하다. 2024.02.02 - [::신.. 2024. 2. 2.
뾰드득 소란 뾰드득 소란 온형근 장독대와 담장에 오롯하게 올라앉았다. 피었다 지는 것들은 수북하다. 눈 내린 하얀 소복처럼 산비탈 첫 발자국 선명한 낙엽 족적은 전혀 미끄러지지 않게 그가 정성스레 올랐을 그 옆에 화인 찍듯 천수경 독경 흩날린다. 주고받을 대화는 숨고 화평한 안면 일그러진다. 매일 쌓인 울화 일시 허탕 치듯 날리라고 천길만길 홧덩어리 눈밭에 찍는다. 내딛는 미끄러움은 뽀드득 소란을 경배한다. 눈 쌓인 고요에도 감정은 일렁이고 부끄러운 속내는 끄집어내는 순간을 기다려 나락이다 2024.02.02 - [::신작시::/창작|생산] - 날궂이 파일 날궂이 파일 날궂이 파일 온형근 재잘재잘 창가로 빗소리 넘나 든다. 를, 황차를 우렸던가 모니터로 넘실대는 산행의 기억을 더듬었을 거라는 추측만 난무 내치는 심사.. 2024. 2. 2.
날궂이 파일 날궂이 파일 온형근 재잘재잘 창가로 빗소리 넘나 든다. 를, 황차를 우렸던가 모니터로 넘실대는 산행의 기억을 더듬었을 거라는 추측만 난무 내치는 심사를 어찌 움직여 우공이산을 이루겠는가 싶어 술 걸러 날궂이 파일을 들여다보는 지극한 현묘지도玄妙之道에 흠뻑 스민다. 산채에 이르러 고추장 얕게 푼 민물새우탕을 나누며 날궂이 파일을 연다. 내 생각으로 내 길을 가라 했다. 몰려다니거나 대세에 이끌리는 것을 의심하고 동문이라고 얼싸안으려 말고 사람의 심지가 따사로운 햇살을 품었는지를 보라고 했다. 그런데 무지하게 들이켠 막 거른 술이 채 섞이지 않아 두런대는 소리 민물새우 우린 틈새에 버무려 흡음되었을까 기억도 요동 없어 질서 정연하다. 이쯤 되면 새로운 날궂이 파일 하나 더 는 셈 알지? 흐린 날, 산채에 이.. 2024. 2. 2.
엄동설한 엄동설한 온형근 매일 추위는 엄격했고 폭설의 겨울이었지 눈을 비벼 개서 큰 블록을 찍어 에스키모의 이글루를 만드는 공사는 우물 가까운 언덕 한 켠이었어 아무나 껴주지 않았지 소수 정예 어른들은 지나면서 야무지게 설계하여 진행하는 이글루 모습을 신통한 듯 뭐라고 관여하고 싶었겠지 어림없었어 도면에 없는 지침이었거든 중단 없었지 엄마가 밥 먹으라 부르면 교대로 들락댔지 양동이는 연신 물 뿌리며 엄동을 재촉하고 우물물은 이글루에 퍼질러 미끄러졌고 반짝거리며 파르르 떨면서 단단해졌지 좀 더 크게 만들 것을 거적과 솜이불 같은 거 깔고 두 명 들앉아 뭐가 그리 좋았을까 희희낙락 대며 바깥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교대하자는 걸 못 들은 척하는 잔망스러움은 오늘같이 춥고 엄한 날일수록 그 추웠던 제천의 어린 날이 생생.. 2024. 1. 25.
나무의 직립성 나무의 직립성 온형근 내원재 중턱이면 거리의 옷을 벗는다. 이미 덥혀지고 충분히 예열되어 洗心臺로 오른다. 원림을 미음완보할 숲의 옷으로 환복한다. 청딱따구리 굵직한 공명으로 사르륵 웃옷을 벗기는 데 동참한다. 내원재 고개길마다 직립한 나무의 안위는 치고 올라온 눈발을 곧은 줄기로 막아 선 채 밤새워 어울리며 흔퇘히 놀아난 흔적 남겼다. 동쪽 언덕 바라보며 맞선 눈발은 서쪽 줄기, 그림자처럼 길게 맨살이다. 나무의 직립이 눈발의 그림자를 언덕 이으며 남겼는데 온통 새하얗게 덮인 숲에서 솔잎 쌓인 숲의 맨살이 지상으로 직립을 긋고 걸음마다에 직립의 꿈을 놓지 마라 일깨운다. 흰 도화지에 나무를 그린 후 명암을 뽑듯 2024. 1. 11.
겨울 산책 겨울 산책 온형근 아침해 산능선 위로 고개 기웃댈 때 까치와 청설모만 산을 지킨다. 비스듬히 언덕배기 덮인 눈 위로 햇살 급하게 머물다 떠날 때 비로소 기운 나무들로 겨울 산책이 위태롭다. 보이는 것은 늘 위태로울 때, 유난히 추운 겨울을 발 종종대며 마음 놓지 못했던 눈길에 나 있는 발자국이 여태 판국을 이끌고 있음을 흰눈에 비친 새파란 하늘로 한결 으스스 춥다. 2024. 1. 8.
인물론 인물론 온형근 그가 인물이었음을 이미 알았고 앞선 날들이 정체된 시절과 만나 눈치로 때우는 이들에게는 면전에서 추켜세우는 잠시 눈발 휘날리는 허허벌판 몇 번 건너다 길 홀려 제 자리로 몇 바퀴 돌고 나서는 살 에는 찬바람 골짜기로 갇혔다. 인물은 빠르게 시절을 건너는 거라서 미끄러울 때 설설 기며 조금씩이라도 나서고 넘어지면 그곳이 풀섶이라 아늑하여 때로는 묻혀 더부살이로 움츠리고 낯설고 외진 곳에서 이름없이 머물러야 인물도 숙성되어 힘 안들이고 내공을 구사할진대 꽉 막힌 일상에서 일탈은 안빈낙도라 그 인물 가까이 다가서니 이제야 알 듯 흰 눈의 오솔길로 남긴 발자욱 따라 시린 손끝 꼭 눌러 비빈다. 2024. 1. 7.
바람결 바람은 나무 곁에 머물려는데 나무가 바람눈 내주고 허락하기를 우람한 장년이 될 때까지 눈길 하나 흐트리지 않더라. 내 어느날 기꺼이 빗자루로 모은 느티나무 열매 취해 묘목이었다가 몇 번 옮겨 심어 제자리 내 주었더니 의젓하여 천하의 바람을 애정하더라. 바람소리, 바람결, 바람시내, 바람길 불가촉 폭염까지 쓸어내며 시원한데, 귀로 옷자락 헤집고 살결 파고드는 바람에게 길 내주고 짐짓 모른 체 이 더위에, 벽력같고 우렁차서 반했더니 끌렸겠다. -온형근, '바람결', 전문 2018. 8. 17.
근육처럼, 문신처럼 한 계절 넘기는 동안 덤덤하더니 무궁화, 능소화까지 눈 호사 부리는 사이 우람하게 늠름하여 꽃도 아닌 것이라 잔비처럼 꽃가루 날리어 바닥을 덮어도 동네 벌 왱왱대며 소리로 날개짓으로 다릅나무 꽃 지즐대며 화답할 즈음, 가슴 근육 터질 듯 갈라진 채 툭툭 치고 나와 그물망 문신으로 젊음을 그려놓고는 쩍 갈라지는 피부쯤이야 노화의 증좌 폭염으로 가지 펼친 다릅나무 잎 만큼이나 꽃잎 꽃가루 꽃 지는 바람결 흐르는 소리 여울처럼 번져 줄기에 새긴 문양, 곧 터질 듯. (온형근, ‘근육처럼, 문신처럼’, 전문) 2018. 7. 16.
인기척의 깊이 비 오는 날 우산으로 나를 가린 채 광교산 요모조모 살피며 고요를 즐기다 사방 빗소리 오만가지 잡것들이 오직 하나로 올곧게 정렬되어 직진하는 순간에 덜컹 소스라치듯 인기척에 놀라는데 혼쭐 빠지고 심장 두어 쪽 자빠진다. 펄펄 내리는 그해 정월 이 밭 저 밭 쌓인 눈 풍요로워 들창문 여닫고 냅다 건넌방 문지방 넘어 주섬주섬 산릉선까지 거침없이 환하게 거닐다 밤새 산바람과 눈결이 교접하여 이뤄낸 울퉁불퉁 내고 들어간 돌무덤 흙 구멍 찬란하여 평탄한 들판이라 내디디며 아득하게 모르는 깊이에 빠져 누웠다. -온형근, ‘인기척의 깊이’ 전문. 2018. 1. 27.
혼자 산책 나는 기억 못한다. 지난밤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새벽마다 떠도는 영혼 머문 곳 그리고 더욱 언제 상처의 더께를 들쳐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혹시 취한 적 없었던 건 아닐까에 크게 원을 긋고 한 방 들락댔다. 맨날 쳐 마시니 기억나는 게 있겠냐고 그래서 그런가 친구도 길동무도 상기되지 않는 혼자 산책 -온형근, ‘혼자 산책’ 전문 2018. 1. 6.
타액 타액 / 온형근 입안을 씻어도 타액은 타액의 성분으로 되돌아 간다 이 정도 산출에 쩍 마른 갈증의 저 쪽 호시탐탐 한정 짓지 않아 절대적이지 않다 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데 입 마르면 너도 나도 안녕이다 2017. 2. 18.
호수 위에 떠서 호수 위 마루에는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쩌릿한 저림발목 조명도 자동 꺼지는 때가 되었는지 반짝반짝호안 가까이 수중에 불기둥을 박아둔 채 흔들흔들내어 준 적 없이 불빛은 모아져 실체로 떠있네호수 잔 물결 일어 청둥오리 이르게 마실 나와그 뒤 따르며 꽥꽥꽥 넓어진 가슴 뽐내듯 내밀고흐트러지듯 물밀듯이 고요하다마루를 뒤뚱대며 삐걱삐걱 소리내는 나에게곤곤한 습윤은 마르지 않는다걸을 수 있는 호수 하나 퍼 담을 방도를 궁리하고접히고 펼 수 있는 유연한 발걸음 또한 궁리한다 2017. 1. 5.
서릿발 눈물 [ ] 서릿발 눈물 젖다가 떨어트리기도 한다. 뜨겁기도 따뜻하기도 서릿발처럼 차기도 하다. 손바닥 몇 개의 손가락 인지 하나로 가리거나 비벼 멀쩡해질 수 있다. 기뻐서 슬픔이 복받쳐서 감동이어 분노여서 쏟아내거나 흘리거나 뚝뚝 떨어진다. 눈물이란 내 가슴에서 만들어져 어느 순간 퍼올려지는 특수한 공급 기관을 가졌다. 2016. 12. 8.,08:29 2016. 12. 8.
경비 아저씨, 청소 아줌마 경비 아저씨, 청소 아줌마 / 온형근 몇 번 언덕 위를 야릿한 걸음걸이로 오르고 있었다. 중간에 차를 세울 수 없는 고갯마루라 찔끔대며 짐짓 스쳐 지났다. 어떨 때는 어찌하여 어찌 되었을 것일진대, 시간과 장소라는 게 대중없어서 드물게 역시 그러하였을 것이다. 구태여 잘 걸어가는 사람을 불러 세울 일도 아니었고, 일부러 살갑게 손짓하여 꼬드길 일은 더욱 아니었을 것이다. 미상불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 거침없이 넘나 든 셈이다. 모처럼 본마음은 있었나 보다. 드문드문 출근길을 마다치 않고 뭐 그게 의도된 바는 아니지만 근무할 곳을 향하는 것은 본의임이 틀림없었으니, 달려가는 그니를 부득불 보게 된 일이다. 건널목 앞두고 세울 수 없어 건넌 다음 교회 한쪽에 세우고 기다렸다. 뛰시기에 타라고 했더니 늦은 건.. 2016. 6. 29.
지류 소양천 어느 지류 다리 위에 슬쩍 걸쳐 앉았어 빠진 살점에 잡히는 모래 기운 콘크리트 겉만 두른 일상을 툭 찌르네 이내 편안해지거나 아무 것도 아닐 묵직한 별에 쏘인다 그대 닮은 우울 화살 깊다 쓰리고 결리고 다시 환청처럼 살아 운다 물 속 용궁까지 모두 다 2016. 5. 17.
꽃은 피겠노라고 꽃은 피겠노라고 / 온형근 기어이 그러하겠노라 우기는 일 곁에 두지 않아야 꽃도 점잖을 터 조용히 피어 소담스러우면 그 마음도 기꺼이 가득한 한 시절 꽃이었을 터 가만두라 그 또한 시절 인연이라고 해서 만들어지고 없어지니 바람에 마음 올라타 듯 스쳐가면 그만인 하 수상한 이기.. 2014. 3. 23.
다산, 멀고 가까움 다산, 멀고 가까움 / 온형근 일곱 살에 멀고 가까움의 다른 풍경을 읽고 유배지에서 그 이치를 통렬하게 써냈지요 다시는 말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지요 나를 지나가는 세월을 읽어내지 않았고 책 속에 글이 쏟아지는 광채를 줍고 있었지요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를 만들었던 공덕까지도.. 2013. 12. 27.
정조, 머뭇대다 정조, 머뭇대다 / 온형근 얼마나 많은 세월을 머뭇대었나요. 알고 있어서 행하려 했으나 행하려 하니 성급하지 않을까 주저 그러다 지나는 것들은 떠나고 떠나보낸 것들은 다시 찾아 들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다시 머뭇대었지요. 담장을 기웃대며 나를 해하려 했고 조석으로 끼니마다 은.. 2013. 12. 27.
선한 가슴 선한 가슴 / 온형근 혼자 내는 찻자리에 가슴을 쓸어내며 목구멍 넘기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는데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허공에 떠도는 방언을 주워 담고 있었다 누구인지 목소리를 빌려 누구인지 그의 소리를 담아낸다 가슴이 있었다 가슴을 도려냈다 잊혀진 가슴에 봉우리가 생.. 2013. 12. 27.
얼음의 길, 새의 길 얼음의 길, 새의 길 / 온형근 호수 꽝꽝 얼었더니 눈 쌓여 순백이다 바람이 조금씩 긁어낸 맨살처럼 언뜻 반짝이는 상처들 그렇다고 저들의 관계를 내연이라 맡길 건가 얼음의 길이라고 해두자 다 녹아 없어질 것을 그 위로 벚꽃 지천으로 날려 뒤덮일 것을 고욤나무 열매에 앉아 먹이를 .. 2013.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