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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창작|생산

바람결

by 나무에게 2018. 8. 17.

바람은

 

나무 곁에 머물려는데

 

나무가 바람눈 내주고 허락하기를

 

우람한 장년이 될 때까지

 

눈길 하나 흐트리지 않더라.

 

 

 

내 어느날 기꺼이

 

빗자루로 모은 느티나무 열매 취해

 

묘목이었다가 몇 번 옮겨 심어

 

제자리 내 주었더니

 

의젓하여 천하의 바람을 애정하더라.

 

 

 

바람소리, 바람결, 바람시내, 바람길

 

불가촉 폭염까지 쓸어내며 시원한데,

 

귀로 옷자락 헤집고 살결 파고드는

 

바람에게 길 내주고 짐짓 모른 체

 

이 더위에,

 

벽력같고 우렁차서 반했더니 끌렸겠다.

 

 

 

 

-온형근, '바람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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