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19 숲길 근처 숲길 근처온형근숲길 근처마른 도랑 둑으로길 잃고리기다소나무밭 지나다아직 밟지 않은 낙엽을 밟는다길을 잃은 것은사람이 그리운 것숲에서혼자 되는 막연함가려진 숲그늘 조차보이지 않아 더욱다가서면 저만치고독처럼 혼자되는숲길 근처 Near the forest pathOHN Hyung-geun Near the forest path By the dry ditch embankment Lost the way Passing through the rigida pine forest Stepping on untouched fallen leaves Losing the way is Missing people In the forest The vague feeling of being alone Even the hidden fore..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숲의 노래 숲의 노래온형근 숲이 울었다.아프고 건조한 숲은어깨 들먹이며숨 골라 쏟아 부으니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다.긴 호흡.가냘프기도 하고둔중하기도 한숲은더 이상 환상에 머물지 않는다새벽 안개 따라 피어오르고몸을 식혀한낮에도 서늘한 숲의 기운을 뿜는다.숲은 더 이상.이내에 덮여도 징징 울지 않는다 Song of the ForestOHN Hyung-geun The forest wept. The aching and dry forest With heaving shoulders Catching breath and pouring out There are no more songs to sing. A long breath. Sometimes delicate And sometimes heavy The forest No..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내 안의 직박구리 내 안의 직박구리온형근 오늘도 직박구리가 노래한다 적막한 미명이면 가슴으로 파고들어 내 안의 직박구리와 함께 한다 파리한 새벽빛 창을 건너 다가오고 열려진 창은 이내 하나의 우주가 된다 후벼내듯 베어내듯 찢어지듯 직박구리의 노래는 천지에 가득하다 투박한 숲에 가려진 채 내 안의 비워짐 거둬들이고 쉼 없이 둥지로 깃을 묻는다 날개 지닌 것이면 영혼이란 토라진 마음 변하듯 가볍지만 새벽의 무게에 실린 노래는 사소한 바람이라도 싱그럽다 The brown eared bulbul within meOHN Hyung-geun The brown eared bulbul sings again today If it is a silent dawn, it penetrates into my heart I am with th..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자서_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생각은 생각에서 멈춰야 하고, 바람은 바람으로서 마감해야 하고, 여행은 여행으로서 여행이어야 하고, 외로움은 외로움으로서 소멸되어야 하고, 떠돎은 떠돎으로서 머물러야 하고, 새는 새로서 날아야 하고, 산조는 산조로서 흩어져야 하고, 붓다는 붓다로서 산이어야 하고, 숲은 숲으로서 그 자리이어야 한다. 아하 이 일은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허우적거림이다. 한 무더기 떠도는 것들을 모아 애틋하게 바라보려 함이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길이 젖는 헛헛함을 닫아내려 함이다. 살면서 튕겨내지 못해 에두르고 있는 것들에 대한 껴안음이다. 몸에 실려 있는 시린 것들에 대한 부숴냄이다. 헤메임의 숲에서 떠돌다 길을 차곡차곡 찾아내는 ..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변종태_기다림, 그 뒤편에 선 나무들의 음성 기다림, 그 뒤편에 선 나무들의 음성 / 변종태시인 1. 여기 한 시인이 있다. 그는 홈페이지 ( http://www.namuwa.org )을 꾸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단순히 시인의 홈페이지라고 하기에는 뭔가 색다른 것들이 있다. 온갖 조경과 식물에 대한 지식과 정보들, 그리고 한 귀퉁이에 링크된 시의 공간. 이 가상의 집 엿보기를 통해 그가 농업계 학교에서 조경과 분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시를 쓰고 있다는, 어쩌면 간략한 정보와 먗 번의 통화로 가느란 인연의 자락만을 쥐고 있을 뿐이다. 시집의 해설을 쓰기에 앞서 이번 사집이 '나무'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망설였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초보수준이긴 하지만 내가 분재를 취미로 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었기에 우선 반가운 느낌이 들었..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달빛 체념 달빛 체념온형근뜨거워진 도시를 밤새 지켜내던 달빛은 서늘하다동무하자고 짖어대던 개들로 소통하던 바깥 기운은아직 식지 않았다 달빛은 가슴을 서늘하게 내리 누르고 체념은 이내 창가로 한숨이 되어 쏟아진다 체념이비가 되어 내렸다 그리고 다시 달빛은 신묘한 웃음을지닌다 방화수류정의 달빛이 그러하였다 하얀 소복처럼 슬픔을 감춘 아련함에 화강암 성벽도 투명해져 이끝과 저 끝이 하나였다Moonlight ResignationOHN Hyung-geun The moonlight that guarded the heated city all night is cool. The outside energy, communicated through barking dogs calling for camaraderie, ..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온형근 꽃이 피어 아 꽃이 피었구나 했다 그 사이에 있고 없음 묻고 답함이 스쳐갔다 그 꽃이 살짝 입힌 노란색 꽈리로 새 옷 입은 것을 보고서야 꽃은 지는게 아닌 것을 꽃이 하나인 것을 내 눈길이 젖어 있었다 Goldenrain Tree OHN Hyung-geun The flower bloomed Ah, the flower has bloomed In the meantime Being and non-being Asking and answering passed by That flower With a slightly painted yellow lantern It was only after seeing the new clothes That the flower is not withering Th..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단풍의 뒷모습 단풍의 뒷모습온형근 그가 가을을 감응하는 것은 꽤 오랜만이다. 그에게 가을은 어쩐지 물든 단풍만큼이나 어눌하고 서러운 색조로 감싸여 있다. 빠져나갈 수 없는 가을의 단풍에 함몰되면서 색조를 이겨내지 못해 마침내 낙엽으로 내던져 가을은 머리 쥐어뜯으며 흐트러진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이나 안절부절이다. 흩어지는 것들은 잠깐 사이에 녹기 마련이어서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하나 가득 어항을 채우는 하느작거리는 열대어의 붉은 꼬리를 닮아 있다. 꼬리 잘리고 붉게 번진 지느러미를 둔탁한 칼로 바쁘게 긁어내면 붉은 색조는 긁은 만큼씩 가을을 적신다. 가을은 있었는지 사라졌는지조차 모르게 다가서지 못해 애통하여 감염된 단풍의 뒷모습에 닿아 있다. 목둘레까지 붉게 익어드는 아득한 시원의 노을로 가을이 꼼짝 못하고 서성거리고 ..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산조합주(散調合奏) 산조합주(散調合奏)온형근 내가 부서진다. 이미 내 안에 진양은 없다. 곧바로 자진모리로 불붙어 춘향의 옥중가는 귓전에만 맴돌고 심봉사 물에 빠지는 긴박만 남았을까. 가야금은 숨고 아쟁, 대금 아하 가끔 장고를 등에 업고 산비탈로 내쳐 빠지는 피리였나. 가려지지 않아 보여지지 않아 아무 것도, 버물려 휘몰아치는 내 안의 자진모리는숨차. 잿빛 하늘로 한꺼번에 쏟아내는데 바닥 깊숙이 거문고, 찢어지고 뒤집힌 하늘을 뜯어내는데 숲도 새도 노래도 시도 한꺼번에 종료되어 웅숭깊다 Sanjo ensemble performanceOhn Hyung-GeunI am breaking. There is no Jinyang in me anymore. Straight to Jajinmori bursts into flames, C..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개나리 지천으로 핀 길 위에서 개나리 지천으로 핀 길 위에서온형근개나리 지천으로 핀 길 위에서 지난밤은 향기도 맡지 못했었건만 되돌아오는 그 길로 세상이 달랐다 부끄러워하지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다 낯설었던 처음에는 나도 외면하다 길 위에서 잿빛을 도와 천지를 밝게 함이 진달래의 유혹과도 백목련의 화려함과도 달랐다 개나리꽃으로 지난 겨울을 씻어내는 동안 길은 다시 꽃으로 남아 봄 기억은 다시 길 위에서 노랗게 물들고 살아야 할 희망은 길 위로 쏟아졌다 On the path where forsythias bloom abundantlyOhn Hyung-Geun On the road where forsythias bloom abundantly Though I couldn't smell the fragrance last night The..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당신에게 나는 당신에게 나는온형근 낙엽이고 낙엽을 구르게 하는 바람이고 고운 복사꽃이고 연록의 버드나무 신록이고 눈발이었나 푸릇한 숲의 향기였나 저녁 노을로 날아든 새들의 지저귐이었나 진달래로 피어 개나리로 지고 철쭉길로 접어들면 둥굴레꽃 밟히고 계곡길 철철 넘치는 숲길에서 서성대었나 낙엽이고 낙엽을 구르게 하는 바람이었나 To you, I am Ohn Hyung-geun A fallen leaf and the wind that makes the leaf roll A beautiful peach blossom and the fresh green willow's verdure Was I snowflakes or the scent of a lush fores..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봄꽃의 숙명처럼 봄꽃의 숙명처럼온형근봄눈처럼 금방쌓여 길이 막힐 것 같다가도 짐짓 시침떼며 흔적 없이 녹아버리는 이른 계절의 혼란 꽃이 그렇다 하였던가 터질 듯 부풀어 머물 듯 하다가도 길을 나서면 무수히 짓밟혀 뒹구는 낙엽과 같은 이지러진 흔적들로 마땅히 꽃봉오리 펼친 채 떨어뜨리지 못하고 봄눈처럼 녹아서야 지쳐 자취도 없이 흩날려야 할 운명 어이 후회처럼 몸 하나 지킬까 살짝 얼굴 들이민 채 꺽이고 말 봄꽃의 숙명이라면 높은 절벽에 세찬 바람이라도 빌려 꽃이었을 때 꺾여 날았으면 아 그랬더라면 Like the fate of spring flowers Ohn Hyung-geun Like spring snow That seems to pile up quickly and block the road Pretending i..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머물며 서성이는 바람 앞에 머물며 서성이는 바람 앞에 온형근 주머니에 꽂은 손만 애꿎다 실낱같은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손등을 건드릴 것 같아 바람마저 애타서 가슴 조일 것만 같아꺼내지도 꼼지락거리지도 머물며 서성이는 바람 앞에 내 이토록 떨렸는지 주머니 속 하나 가득 따스한 손바닥 이르게 날리는 은행잎 하나 Lingering in front of the wandering windOhn Hyung-geun Only the hands in my pockets feel unjust Even if a thread-like breeze merely brushes by It feels like it might touch the back of my hand Even the wind seems so anxious, it feels lik..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다시 매화에게 다시 매화에게온형근 꽃샘 추위를 견디기에도 매화는 늘 그자리 변함없다 시새울 줄 몰라 피어나는 것을 견고히 맡기다 스러지기까지 다시 매화가 되어 매화로 피기까지 겨울은 향기 지닌 꽃이 되고 햇살이 있어 거듭 꽃이 된다 잠시 피다 말 동안 눈앞에 어른대며 여울처럼 차이는 것이 그리움일지 허공으로 내뻗치고 허공은 이내 긴 여행을 마친다 To the Plum Blossom Again Ohn Hyung-geun Even enduring the late winter coldThe plum blossom remains unchanged in its place Blooming without knowing envy Firmly entrusted until it fades away Becoming a plum b..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개나리가 남다른 나이 개나리가 남다른 나이온형근 스쳐 지나가는 꽃이었다 숱하게 많은 꽃들 속에 더러 놀라움이기도 했던 개나리가 남다른 나이에 있다 꽃이 부르는 음성도 달라 세월처럼 드러났다 감추어진다 속일 수 없는 것들로 몸이 예전 같지 않다 그리움도 예전 같지 않고 좋아하는 것들도 달라개나리가 남다른 나이에 봄이 어느 골목으로 스민다 Forsythia at an unusual ageOhn Hyung-geun It was a passing flower Among countless flowers Sometimes it was amazement Forsythia is at an unusual age The voice the flower calls is different It appeared like time It is c..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감포의 스침 감포의 스침온형근 바다로 뜨거운 햇살이 튕긴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언뜻 몸 뒤집어 어깨를 담갔다 석굴암이었던가 바로 보면 감당하지 못해 뒷모습은 그리운 마음으로 그득 진한 바다의 껍질 드러내지 못해 파랗게 익은 두터운 물결에 돌아누운 육신 바다에 실려 멀어지는데 감포의 새벽 잠깐의 스침마저 담아낸다 Brushing of GampoOhn Hyung-geun The Sunlight Bounces Off the Sea Dazzling Morning Sunlight and a Glimpse Flipped My Body and Dipped My Shoulders Was It Seokguram Can't Bear to Look Directly The Back Is Filled with Longing The..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낯선 도시의 길 잃음 낯선 도시의 길 잃음온형근 5일장이 설만한 소읍이래도 좋다. 작은 역을 낀 나즈막한 건물들 골목을 몇바퀴 돌아 나와도 좋다. 낯선 곳에서 길 잃음에 째지게 기분 좋은 것은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낯선 내가 있다는 어줍잖은 앎 낯선 도시의 골목이래야 다시 큰 길로 접어들 수 있고 큰길에서 이정표는 육신이 허락하는 만큼의 맴돎 낯선 도시의 길 잃음 동안은 꽉 다문 입으로 숫타니파타. 내 안의 시원을 만나기로 한다 Lost in the streets of a strange city Ohn Hyung-geun Even a small town with a five-day market is fine. Low buildings near a small station It's okay to come out afte..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26. 안면도 꽃박람회 안면도 꽃박람회온형근 안면도 꽃박람회에서꽃은 못보고 사람 홍수에 밀려바같으로 흘러나온 뒤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에 섰다나무는 모여 있을수록 고운데낮고 높은 수관선이 이어내는무작위의 선들이 차마 발길을 놓지 못하게 해서성대다 흐르다 멈추다길 위에 있던 나는 나무가 된다하늘과 맞닿은 나무 끝.혹은 그늘 완연한 숲길에서바닷바람에 살랑대며 웃고 있었다바닷내음에 맞춰 나뭇잎 흔들며바람 소리를 더 돋우고 있었다.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16. 차고 흰 겨울의 자화상 차고 흰 겨울의 자화상온형근 차고 흰 겨울을 만나고 싶습니다소중하여 그리운 사람들 모두가슴 가득 새롭게 꿈틀대는 기운침묵만으로도 아름다워 생동하는긴 겨울의 떨림작고 낮은 희망그런 겨울 숲에 들고 싶습니다살얼음 밑으로 계곡물 흐르는넉넉하여 이름 없는 산겨울의 어느 낯선 시간을발길 닿지 않아 섭섭한 오솔길서둘러 해지기를 기다리는 숲에서고요만이 떠돎의 삶을 일깨우는그런 숲길에 있고 싶습니다그리하여 차고 흰 겨울로더듬으며 문 잠그려 할 때쯤내가 나를 느낄 수 없는가슴 차오르며 증폭되는 환희자연의 언어로 술잔을 나눌 수 있는무섬타듯 오싹하고 낯선 곳에서우수의 영령처럼 버티어 선 채나를 버려 귀신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A Self-Portrait of Cold and White Winter OHN Hyung.. ::시집::/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 2013. 12.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