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14 설해목(雪害木) 설해목(雪害木) 온형근 이 악물던 옆 나무의 떨림을 삼켰고가지 끝에 매달린 솔내음 일정한 운율로 파고들고밑가지 위아래로 춤추는데목덜미에서 쏟아지던 바람이 공기 터지는 소리를 내며펼쳐진다 소나무 수관에서 빨래판 소리 나오고가늘고 미끈한 가지 아찔아찔 스르르 내려와 무너지며운다날 선 바람의 손놀림이 숨죽이던 문풍지로 쌓여 정적이깃든다밑동으로 봉곳이 돋은 굵은 바람이 올라탄다 껍질은 부어터진 입술로 떨어지지 않는 가지를 나무라면서잎 끝 세운 바람의 여운에 살포시 포개진다눈 온 후 부푼 가지와 잎의 내통으로끽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당신을 낳는다 누가 더 소리 내어 울었는지소나무도 밤을 새우며 고비를 건너고끝도 없이 파고드는 고음과 저음의 파장에 놀라꺼억 하고 속수무책인 가슴 하늘로 드러낸다나뭇가지 끝 깨..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8. 23. 꽃차 꽃차온형근 지는 것은 꽃이었고피어난 것은 꽃차 그대가 피어 즐거웠다 치자거꾸로 그대가 져서 슬퍼한들 목련꽃에서 우린 뜨거운 찻물에비틀대며 시들어가던 너는 깨어나 따스함은 그대 근처를 맴돌고그대는 근거 없이 반듯해지고 나는 하릴없이 그대와 어울려하루 근처 내내 떠나지 못하며 Flower teaOHN Hyung-geun What was fading was the flower What bloomed was the flower tea Let's say that you bloomed and were delighted Even if you fell back and were saddened In the magnolia flower, we were in hot tea You, who were wilting a..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8. 17. 나무 캐기 나무 캐기 온형근 몸은 맑아지는 일에 쓰인다 단순하면서 반복되는 몸의 동작 속에 푸른 바람이 깊은 샘을 퍼올리는 섭생이 담겼다 바람은 나뭇잎 위로하며 편안하게 쏟아지고 몸 가득 파장을 일으켜 바르르 떨게 하고 손과 발은 저항 없이 몸의 파도에 쓸려 제 각각의 숨을 쉰다 그에게 쏟아지는 땀이 인자함 가득 채운 별들을 깨우고 별빛에 쏘인 간단명료하고 희열이던 몸이 우주에서 하나의 별이 된다 기척도 없이 젖어들어 대지를 끓게 하는 달아오름 너와 내가 서로 만나 발그레해지는 몸으로 나무를 캐서 옮겨 심는 일에는 깨달음이라는 별천지가 있다 환하게 피어오르는 얼굴의 미소가 세월 넘나들며 이룬 따스하여 그윽해진 웃음이 자비와 살아있음의 슬픔 넘어선 측은지심의 눈빛 같은 것들이 거기까지..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8. 8. 움찔 꽃 움찔 꽃 - 처용가온형근 이곳 꽃은 피어벌 나비 날아드는데 어찌 낯가릴 수 있으며꽃 나누어 앉을까 보여질 때 숨을 수 없고나는 듯 부지런할 때 감춰지지 않으니 바람 휘청 꺾이지 않을 것이고햇살 간질여도 흐트러지지 않을 것 어느새 꽃이었다가지는 사이 역시 꽃이었으니 이 세상 꽃이었다가저 세상 꽃이기도 하다 |처용가 서울 밝은 달밤에 밤늦도록 노닐다가들어와 자리를 보니 가랑이가 넷이어라.둘은 내 것이고 둘은 뉘 것인고,본디 내 것이지마는 앗아간 것을 어찌하리오. -삼국유사| Flinch Flower - CheoyonggaOhn Hyung-Geun The flowers here bloom Bees and butterflies fly in How could one be shy Shall we sit sh..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8. 5. 꽃집의 안부 꽃집의 안부 - 동동_8월령 온형근 작은 바람 슬쩍 스칠까 싶은 한낮가고 오는 길에 매인바르르 떨며 소리 이루는 비울 수 없는 풍경들 더운 날의 아침이 싱그러운 것은 잠든 사이 세상이 차분하게 숙연해져 별과 달빛과 그림자로 머금어 이슬을 낳고미명을 깊은 가슴울음으로 수없이 썼다 지우며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아파하면서도 아프지 않은 척하는 몇 개의세상을 열어두기 때문 아름다움이란 기어이내 상처를 모두의 기쁨으로 거듭나게 하거나모두의 상처를 내 안의 따스함으로 버무려 터지려는 것 |동동_8월령 팔월 보름은아 한가위날이건마는임을 모시고 지내야만 오늘이 한가위여라.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 권5|Greetings from the Flower Shop - Dongdong_8 Months OldOhn Hyung..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8. 3. 온순한 박자 온순한 박자온형근 직립의 숲 성근 나무 사이에는 새벽 달빛만 채워 있지않다 얼굴 휘감는 거미줄맑고 어둔 대지의 섬유로 발목 거는 나무뿌리마음 주저앉게 하는 관목 덩어리달빛 머금은 그림자 거미줄에 얼굴 감긴다그리 곱지 않게 나를 보고 있구나박자 고르게 맞춘온순한 인사에 산길이 훤하다 Gentle rhythmOhn Hyung-geun The upright forest, only filled with dawn moonlight between sparse trees Not Spiderweb wrapping around the face Tree roots tripping the ankles with the fibers of clear and dark earth Shrub clusters that make ..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8. 2. 공진화共進化-구기자나무 공진화共進化 - 구기자나무온형근 나뭇가지에 가시를 가졌는데가시의 결을 따라사람의 손이 가는 쪽으로몸을 낮추는 게 분명하여 흥분했는데 길들여진다는 건 얼마나 긴 세월일까바람 부는 방향으로 늘어져 흔들리다땅 냄새 맡으면 그 자리에 뿌리내리고잎 쓰다듬듯 퍼 가면 다시 새잎 틔우고 길들여진다는 게 살아가는 것이라고엄지와 검지 사이에잔뜩 푸른 엽록소의 즙액이유전자 지문 사이를 메운다온몸이 바람 부는 대로 휘청거린다 송송 뚫린 세포에서 비릿한 풀내가 진동한다Coevolution - Chinese wolfberry treeOhn Hyung-geun Having thorns on its branches Along the grain of the thorns Towards where human hands reach I..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31. 설렘도 아프다 설렘도 아프다 - 동짓달 기나긴 밤을 온형근 설렘도 이럴 수는 없다 한번 저리기 시작하면 끝을 낼 수 없는 사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조차 찾아내지 못한다차라리 쪼개거나 찔러 쏟아냈으면 싶다두 다리 쭉 뻗어 부르르 떨다 시원찮으면 주먹으로 두들긴다바늘로 찌를까 내내 아픈 것도 아닌 것이 저리기 시작하면 눈물을 짜낸다 저리다고 집착한 순간부터 모든 것은풋사랑처럼 짐짓 딴청을 부리려 애쓰지만몸의 차별을 아는 사람만 알 거라고흠집에 더듬는 것만으로도 환장할 정도라고 강하게 끌어 당기는 절절한 호소로 설렘은 저 혼자 미쳐있거나 구멍 숭숭 뚫린 채 불멸을 꿈꾼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동지ㅅ 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춘풍 니불 아래서리서리 너혔다가,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황진이| ..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27. 쏟아지는 안절부절 쏟아지는 안절부절 - 동동 7월령 온형근 산만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접고아득하니 하나의 색조로 흐린 안개그 위로 함초롬히 떠 있는 태양 붉은 빛살을 따라숲을 향한 들창으로주렁주렁 저절로 슬픔 서린다 무심한 나무껍질도잎 다 빠져나간 악의를 딛고걸쭉한 숲으로 살아간다 |동동_7월령 칠월보름에아 갖가지 제물 벌여 두고임과 함께 지내고자 원을 비옵니다.아으 동동다리 -악학궤범 권5| Pouring restlessness - Dongdong July Spirit Ohn Hyung-geun Folding the wandering gaze A hazy mist in a single tone The sun floating gracefully above it Following the crimson rays Th..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25. 숲의 기원 숲의 기원온형근 그녀와 헤어진 숲은 고요하여가슴 허전한 산길의 모퉁이를 삼킨다어깨로 흐르는 들뜸이나발끝으로 전해지는 아득한 울렁거림까지도 짐짓 모른 채 이미 그녀는 고요에 길들어져 울면서 소리 지른다그래 속으로 풀어지는 것이라고나무 한 그루씩 다가서서는 속내를 가다듬고 껴안는다 그녀의 속삭임에 숲의 모공 일어나곳곳 막혀 범벅이던 수액의 바람길큰 바람 작은 바람 시원하게 풀린다큰 길 오솔길에 풀잎처럼 흔들린다 Origin of the Forest Ohn Hyung-geun The forest she left behind is silent Swallowing the corner of the desolate mountain path The excitement flowing over the should..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24. 안압지 안압지온형근 따스함 아직 넘기지 못하여 어둑한 어깃장 그늘진 햇살로 반쯤 열린 반가움 걸쳤는데 낙엽의 흩날림으로 무릎덮는 온기 저 산 정념 하나 그예 떠다밀고는 시치미를 떼니 흐려진깊이로 들쑥날쑥 길모퉁이로 자취 감추고 이른 새벽 월지굳게 닫힌 문살 틈 기러기와 오리는 다시 올 기약만으로가을 맛 적신다 마른 연못 반짝이는 화강암 다 좋으라고 그저 좋아하라고 웃다가 보면 늘 헛헛한 바람 빠지는 고무풍선 애써 아니라고 가슴 통째로 비우거나 채웠을 때 둥근 달 한 귀퉁이 퍼런 반점 번지는 새벽 귀가 얼굴 표면 차갑게 스치는 솔바람 사이로 떨면서 다가오는 겨우내 품고 살아야 할 햇살 갑자기 눈부시게 속속 들이찬다 Anapji Pond Ohn Hyung-geun Warmth not yet overcome..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23.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온형근 넘쳐 난 계곡물 가라앉을 때쯤물푸레나무 잎새에서 푸른 색소가 자랄 테지처음에는 뿜어낼 줄 몰라퍼질러 곳곳으로 흩어졌다가검은등뻐꾸기 찾아와 한참을 앉아 있을 때쯤아랫녘에서 치밀어 오른 바람이 뜨거워질 때쯤숨 벅찬 상처주변 나무들에게 나누질 못해바짝 잎새를 조일 텐데젖은 기운 잎맥으로 몰려 마른 잎새 물드는데통통한 잎자루로 착한 시선 잔뜩 모아눈매 시원해지는데맑아진 계곡물 흙탕물 걸러낸 곳으로아픈 상처 자주 떨구는 고개손끝만 닿아도 툭 터져 쏟아낼 뭉침저러다터진 수액으로 당신의 무른 살점 비집고푸른 상처로 몇 날 밤을 아파 잠 못 이루고맑은 계곡 모두 새파래져씻어내려면 또 몇 차례 비 쏟아져야 할지저 빗속에서 목청 터지라 함께 소리 질러야 할지 Ash tree Ohn Hyung-geun ..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22. 곰배령 곰배령 - 청산별곡온형근 몸 뒤집어 네 발 하늘 향해 자신의 내부를 유폐시킨다 곰배령 언덕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생명의 외침 자연으로 순응하는 부드러움을 바람이 거칠다고 말하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기댈 미련이 있기 때문 사람의 틈에서 사람의 틈을 해체하고 스스로 마감하는 장엄 벼랑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았을 감금 곰배령에서 곰삭아 또 어찌하거나 | 청산별곡, 이렁공 더렁공 하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가리도 업슨 바므란 또 엇디호리라 -청산별곡, 4연 악장가사 |Gombaeryeong - CheongsanbyeolgokOhn Hyung-geun Turn your body over, four legs facing the sky Imprisoning oneself internally To ..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5. 7. 22. 책 소개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31228.22013205351 ::시집::/천년의숲에서있었네 2014. 10.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