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00 지선원(至善遠) 곡절 회랑 지선원(至善遠) 곡절 회랑온형근 지선원 입구 매달린 시선으로 등장인물 계속 바뀌고몇 번 사진 찍어달라는 젊은이들에게 이끌려봉사하듯 낯모르게 주어진 상황을 힐끔댄다.가운데가 비어 둥근 원을 건너는 원통문으로한 번 들면 생의 곡절도 접혔다 펴진다.용이 머무는 연못에도 울긋불긋 비단잉어 용솟아아이의 고사리손에서 던져지는 물과 세상의 경계 평온하다는 말은 푸른 물에 늘어진 수양버들수면을 가로질러 육곡교로 아름다움을 노닐면정자 바닥에 세 개의 섬처럼 놓인 탁자는둘러 앉은 인생마다 꽃놀이 나선 정겨운 황혼꽃바구니 헤쳐 풀어놓으니 쿠키와 다관이 정물이다.섬세한 긴장 세포 후드둑 풀어 놓기에 최적인목마른 회고, 박물관 기념 머그잔을 거듭 채운다. 유상곡수 검정 방수 부직포 계류를 따라 난정 앞 난정집서를 돌판에 새..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5. 5. 7. 환산정 원림에 머문다 환산정 원림에 머문다온형근 수만리 무등산 바우정원을 거듭 탄복하다 금방이라도 보일 듯한 환산정이 떠올라백천로 길가 화순 땅에 그림자 멈추고 발길 이른다.길가에 내려서니 오래전 만났던 환산정이 다정하다.한 번에 그윽한 만남 터뜨릴까 봐 일부러 멀리 물러출렁다리 위를 오가며 고독한 은거지를 읽는다. 벽천 류함에게 병자년의 아픔은 고독한 소나무를 닮아세상의 시름을 따라 흘러드는 대로 기울었다. 무등산의 품에서 뻗어 나온 물줄기는 서성제 호수에 하늘을 담고두툼한 바위섬 위에 연꽃처럼 정자는 피어나고물빛에 스며드는 처마 끝 활주가 일렁인다.단단한 바위를 만나 끊임없이 출렁이는 물결로고요함과 움직임이 하나 되고부드러움과 강함이 서로 마주하며 어루만진다. 소나무 줄기는 용의 등처럼 귀갑문을 이루고화려함보다는 푸르.. 카테고리 없음 2025. 4. 4. 종합 눈물 종합 눈물온형근 1. 내 돌아가는 날처럼 오늘을 걷는다.마을을 지나면서 협착의 통증 너무 아파 서럽다.변함없이 아픈 것도 가져가야겠구나 하면서 운다.십 리 길 산행 출근 통틀어 내원재 입구 능선에서어김없이 청딱따구리 몇 년째 대를 이으며 운다.한 때 저 청량한 고음으로 다그치는 소리를 따라 울며사는 게 우는 거라고 위무했다.그 사이 쇳소리처럼 비집고 오목눈이 한숨처럼 운다.비싼 능선을 치고 오르면 백두고원이 편안하다.이제는 나온 곳을 모르니 갈 곳도 모르더라요추 전만에 집중하며 고개를 빳빳하게 곧추세운다.원로 분지에서 훌라후프 돌리다 뒷걸음질 오가는길을 피해 가장자리로 나서다 진달래 맞닥뜨려 와진달래 환하여 얼굴 들이대고 셀카를 찍는다.저승길도 이리 환하게 진달래 곳곳에 만개하였으면세월에 파인 오솔길 .. ::신작시::/창작|생산 2025. 4. 1. 부끄러운 나이 부끄러운 나이온형근나는 내 나이가 살면서 내내 자랑스러웠고 동갑내기 만나면 그게 그리 좋았다.오랫동안 여전하여 변함없었는데요즘은 누가 나이를 따져 물으려 할 때면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달갑지 않다.혀를 깨물며 '나이'를 발음하려 입술 헤벌리러 시도하면잽싸게 손사래 치거나 입술에 오른쪽 인지를 세로로 세워 갖다 붙인다.하지 말라고! 묻덜 마라고!몽롱함을 깨우치지 않아도 상관없으니혀 끝 모질게 깨물며 내는 '나이'라거나어금니 근처까지 다가와 내는 '계엄'이라는 발음 구조는 내다 버려라창피한 나이라고 민낯 까고 틀어 박힐 수는 없어일찍 길을 나서 어느 행렬 속에서 소리라도 질러볼까나창피하고 부끄럽기는 매한가지라서 ::신작시::/창작|생산 2025. 3. 14. 금선대 소나무 정원 금선대 소나무 정원온형근 오백 년 마을 정원이 흐트러지지 않고 이어진 건안타까운 마음이 추모의 정으로 모여 흐르기에훤칠한 이도 세상을 뜨는데 푸르른 기상은 길이 잇노라는풍기의 자랑 황준량, 내칠 수 없는 혼이 깃든 곳 금선계곡 소나무 숲 수변 정원은크거나 작고 모나거나 각진 둥근 차림새로빗장을 채우고 저만치서 활짝 열려오가는 시선을 채우고 가두는 촘촘한 구도에도계류는 바위틈으로 흘러 거침없이 바닥을 긁는다. 요란할 때와 고요해질 때를 알고저만치 흐른 후 떠날 때는 빠르고 경쾌한 소리로 화답한다.바람은 소백산 비로봉을 떠나 나누고 부서져 골짝으로 몰리면서몸체 드러난 반질대는 암반을 어루만지다흐트러짐 없이 금선대 앞 고요한 연못에서 머뭇댄다. 회오리치듯 벼랑바위로 부딪칠 때는 매섭더니반듯해져 금선정 마루..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5. 3. 5. 송간세로 송간세로 (松間細路)온형근 원림 소롯길에 무거워 떨어진 손가락만 한 송충이물컹 터질라, 발길 돌리려다백 년 소나무 붉은 구갑으로 꽉 채워지는 평안환해지는 송간세로松間細路를 걷는다.능선을 따라 가늘고 긴 길에는가지 말라고 손 내미는꽃 진 국수나무 길미음완보微吟緩步 않는다면금세 달라붙어 하나의 덤불로 꽉 막힐 난감오르고 내리는 동안 망연자실 녹음방초에 두근대다가평지를 걷는 동안 굵은 통증이 근육을 잡아끈다.가지 말고 쉬었다 가라고쪼그려 되돌아 볼 이고정跠顧亭이라도 마련할 테니이미 퍼질러 웅크려 앉아 돌아보고 있으니직박구리야 찌익찌익 말라(2021. 6. 10. 7:47) 시작 메모산길을 오르다 마주친 송충이 한 마리, 그 작은 생명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소나무 숲길의 고즈넉함이 내 마음을 적신다. ..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5. 2. 12. 경(敬) 경(敬)온형근 경(敬)은 공경한다는 것, 삼가고 또 삼가는 마음가짐 아침마다 산행 출근, 횟수를 즐기는 게 아니라 마음가짐을 또 새롭게 하는 덕목으로 삼는다. 삼는 일이 많아야 삼갈 일도 생긴다. 종일 아무 일 없다가 뜬금없이 빚 받듯 요구하거나 받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마음 열고 기꺼이 풀면 그 끝에서 괜히 친하지 않아야 할 일도 흐뭇하여 숙연해진다. 친하다는 것이 다 무어람친하지 않다는 건 또한 어디에서 둥지를 트는가아무것도 아닌 일로 호흡이 가빠질 때아무것도 아닌 일로 얼굴이 붉어질 때그러면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그 기분에 빠져 보는 게다. 어디까지 불이 붙었다가 언제쯤 재가 될지를 두고 보는 대체의 미학 산출(山出)로 시 한 편 쓰고 연재 원고 초를 긋는다. 차분하게 정리하면서 마무..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5. 2. 2. 눈발 산행 눈발 산행온형근 살을 에이는 추위라고 사방에 다그치듯,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몰라너나없이 듣고 말하기를 편지로 방송에서문어체인데 구어체로 안부를 묻고 움츠리곤 했지 그때 에인 살이 회복되어 풍요로워진 지금도옛 집 앞 고개길에 쌓인 눈 비료 포대 썰매에다부지고 날렵하게 앉아 오르내리며 살 에이는 놀이를눈발 어지럽게 흩날리며 푹푹 빠지는 원림에서더듬으며 한 발 한 발 뾰드득 뽀드득 소리 바꾸며 젓듯 나선다. 밤새 소복해진 눈을 생채기 하듯 왁자하게 터는나무의 안부에는 고요를 깨며 와르르 쏟아내는 눈벼락 있어원로 분지에도 인기척 하나 없이 눈발만 낯 때리고시야를 내리니 명주 이불 위 걷듯 푹신하여 떠나기 싫네 Snowflake Hiking Ohn Hyung-geun The biting cold presses..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5. 1. 28. 청설모 청설모온형근원림 곳곳에 불쑥 만나기에 놀랍지 않은 인사는 흐뭇하여먼저랄 것 없이 수신호처럼 마음을 주고받는다고 여겼지 놀라면서 진정하고 앞에서 쫄랑대며 바쁠 때곁을 조심스레 지나고 저만치 나아가서는 되돌아 안위를 살피는 게 그게 그리 대수랍니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게 빙 돌아 발꿈치 들고 살살언덕 오를 때 내는 씩씩거림조차도 입 오므려 낮추고마치 살아 있는 것들끼리는 한결 무심하여 무정해야 하듯눈길도 손길도 마주침도 다가섬도소나무 등걸에서 나무꼭대기까지 냅다 들춰 메고 그리 빠르게 손절하면 되는지요 초목만 아우르지 말고 바위나 흙길에까지 다정하라는 게무생물에도 유정하라는 일침이었을무정하여 뒤돌아 만감을 되새기며 쓸쓸하지 말라는 약조봄날 넘쳐흐르는 강물처럼달빛이 너무 밝아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처..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5. 1. 23. 독락당 계정 원림을 걷다 독락당 계정 원림을 걷다온형근 계절마다 읽는 홀로 누리는 즐거움을 너는 모른다. 서둘러 누마루에 오를 생각을 일단 재우고 옥산서원, 천진난만한 추사의 글씨를 먼저 보는 것은시퍼런 바위에 둘러싸인 용추의 물살이 건각임을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둑한 먹먹함으로 안겨온다.몇 발자욱 옮기며 윗물과 아랫물을 번갈아 서성이다빛바래 붉은 기운으로 남은 세심대 바위 글씨와 반갑다. 자옥산 푸근한 산줄기 독락당으로 쏟아붓는 푸른 시선은반짝이며 빛나는 대청마루를 마주하려는 예후였음을높은 담장에 가려 둘이 걷기 좁은 골목을 혼자 걸을 때대청마루 동쪽 세살창문 열고 살창으로 넘실대던 자계를입질만으로 근질근질하여 공부를 털고 계정으로 나선다. 계정을 받치는 너른 바위에서 물고기 노는 것을 보다가개울 건너 화개산 허리를 휘어 두..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5. 1. 11. 원림의 경청 원림의 경청온형근 걷다 보면 협착의 둔중한 뻣뻣한 통증으로 심하게 주저앉는 난처에 이른다.그러다 원림을 소요하다 보면 아팠던 통증이 감쪽같이 아득한 기억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이로움.그때 스며드는 의아심으로 괴롭더니왜 이럴까를 연발하다 기어코 알고 말았다.내 허리 협착이 변덕을 부리는 게 아니라지나는 땅의 상태가 내 몸에 전해지는 것임을많이 상해 아픈 길에서는 통증으로 주저앉고건강한 원림 길에서는 옛사람의 훈기로 펄펄 난다.그러니 내가 아픈 게 아니라땅이 아픈 것을 내가 온전히 가져오는 게다.그러니까 아직은 걷는 데에 탈 하나 없으니아플 때마다 길을 잘 찾아 풍수를 보고 비보하며 걸을 일이다.아아. 땅이 많이 아프구나!주저앉아 땅의 통증을 경청한다. (다시올문학 2025 봄호 투고) Listeni..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5. 1. 11. 새날은 가지 않은 길 새날은 가지 않은 길온형근 해가 바뀌어 붙잡고 있는 울화통을 내친다. 삼십만 평의 원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새해 첫날 책 읽고 뉴스 끊으니 산사가 이렇겠다 싶어 대견하다. 세 시간 십여 킬로미터를 소요하니 환희 몽실몽실 피어난다. 이제 한해의 이틀을 보냈으니 헤아릴 수 없는 창창한 많은 날들로 폐부 깊숙이 맑고 고요한 몇 갑자의 내공에서 뿜는 기운이 온몸을 활보한다. 그날 저녁이었다. 과메기가 영일만에서 몸 풀고 있기에 구색 맞추다 혼술은 뉴스를 소환하고 울화는 분노와 섞여 석탄주는 담백하게 목 간질이며 애석하고 또 서운했다. 밤을 꼬박 세웠으나 눈만 충혈되었을 뿐 되돌릴 수 없는 어제의 기시감으로 남자의 무력감에 풀 죽는다.빗장을 걸어 채우고 일찌감치 와선에 든다. 첫 날과 둘째 날의 작위..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5. 1. 4. 소한 무심 소한 무심온형근 찻잔에 無心세로로 그어져 있다. 소한, 추적거리며 반짝거리는 아스팔트는 젖어 바퀴마다 매끄러운 미끄러짐 소리 조용한 동네가 조리 있게 가지런해진다. 그렇게 밤새 추워지려고 애썼다. 겨울밤이 궁금 또 궁금해 라면을 찾아냈고 냉동 죽을 꺼냈다. 긴 밤과 침묵이 내일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딱 들어맞지 않는 예감에 빗대어 있을 때 공교롭게 정산소종을 꺼내 진하게 우려내는 잠들지 않겠다는 필연에 깃든다. 삼매에 들지 못하는 무심과 길쌈을 매고 둥지에서 툭툭 털고 일어난다. 여전히 이십사절기의 스물셋째가 대한에게 푸념하듯 겨울비를 줄기차게 때린다. 무심은 무심결에 무심코 스쳐가고 말더라. Sohan, Indifference Ohn Hyung-geun In the teacup Noth.. ::신작시::/창작|생산 2025. 1. 2. 느티나무 군집 느티나무 군집 온형근 느티나무 군집이 뿜어내는 기운이 있다. 느티나무 군집은 사람을 모은다. 시공간을 아우르는 위안이다. 계절마다 뿜는 분위기도 다르다. 한여름 그늘에서 겨울나무의 진면목으로늠름하여 계절의 구별을 꺾는다. 쪼그려 앉아 쉴 때, 나도 저 품안에서 위안이다. 겨울 가지 사이로 희끗희끗 밝은 불빛이 파르르 떤다. 내가 느티나무 씨를 뿌려 길렀으니 그들이 한창 사유의 지평을 깊고 푸르게 펼친다. 느티나무 씨앗, 들깨 한 알 크기가 우주를 넉넉하게 품었다. 고독한 혼자였을 세월이 있어 장년의 늠름함이 의젓하다. 그러니 어쩌랴, 여전히 혼자 골몰하며 아닌 척 의연하다. 느티나무는 아무리 보아도 뭣인양 진지하여 삼엄한 것은 선천적으로 기질에 맞지 않고 뭣이 아니라 손사레치는 것은 남사스.. ::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2024. 12. 31. 파랑새 파랑새온형근 울고 불고 뚝뚝 정감 그득했더랬는데 그예 퇴임, 환한 아이들의 왁자함과도 다시 작별자주 주겠다던 연락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한꺼번에 불통, 전화 커녕 흔한 카톡 하나도 절약하여 아낀다.그러니 잊지 않고 곧잘 찾아오는 현구는 대체 어떤 생각일까. 규경이도 그렇고자기 살아내기에 분주하여 새해 첫 월요일처럼 매일 설렐테지이른 새벽에 깨어 파랑새를 찾아 나설텐데세월이라는 역병으로 기억은 조작되어 새해 인사도 나눌 수 없구나내일이 소한이다. 바짝 여미고들 다니거라다들 괜찮은거지? Bluebird Ohn Hyung-geun Crying, wailing, full of affection, but eventually retired, bidding farewell again to the ..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29. 문막 막국수 문막 막국수온형근 가끔 아주 가끔 타락호를 탄다. 드문드문 아니 곧잘천상계만은 드나들지 말아야겠다 생각한다.오늘같이 여운이 짙은 날일수록냅다 내다 버리기를 얼마나 했던가쳐다보기도 싫은 시나브로 아주 야금야금진기를 끓어 모으는 운기조식원기 소진된 지 오래인데거봐라 말 안듣더니 사나흘 씨불이면나는 주화입마 긴긴날 아프다. 옛 친구 모두 도가 지나치다고 한 목소리로 수군댈 때그때는 살가웠다.모두 잇속의 세계로 떠나고 나만 안빈낙도를 사는가더디게 연명하고 있다. 문막 쯤에 가서취병소 섬강의 물 아직도 휘어 흐르는지막국수집에서막걸리를 막사발에 들이켤지상에 남겨진 천국의 소행저지를 참이다. Munmak MakguksuOhn Hyeong-geun Sometimes, very occasionally, I ri..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4. 12. 27. 구식 인물 구식 인물온형근 참 오래된 구식과 만나 한 시절 넘긴다.똑같아서 겉만 보고 아무 판단 할 수 없어왜 신선함은 기어코 뻔뻔해질까속 쓰린 줄 알면서이미 구식이었을 기법을 두고오래되지 않아야 한다고 우겼나봐마이크도 없이 시절 인연제대로 불러 제꼈네 Old-fashioned character Ohn Hyung-geun Meeting an old-fashioned style, passing a time. Because it's the same Judging by appearance Can't make any judgment. Why does freshness inevitably become brazen? Knowing it would hurt inside. About a technique t.. ::신작시::/창작|생산 2024. 12. 24. 협착 협착온형근 숲가 어느 살림집일까 수탉이 운다. 한 골짜기 지나 잠긴 목책 안에서 목청 높여 응답하는오솔길이 깊고 고요할 때 적막은 까마귀에게도 전해지는지 까악대면서 영혼 이탈 경계하듯 마구 우짖는해소 기침 쏟아내는 아침나절의 노년이 무색하다. 내리막길 언덕쯤에 꾸부려 앉아 아직도, 조금 남은 내리막길을 내려본다. 좀 더 머물자내려가면 더 걸을 길 없어지잖아협착이여 남은 길 저리다 마비되면 끌고 기어서라도 걷게 떠나지 마소어느덧 그대와 한 몸임을 이리 늦게 고백하오StenosisOhn Hyung-geun Which forest house could it be The rooster crows. Passing through a valley Responding loudly from with..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23. 신동엽 명상록 신동엽 명상록온형근 한겨울 따스한 온기에 휩쓸리려면 부여 신동엽 생가 마루에 걸터앉아라 정확하게 일백구십삼도 남향을 가늠하려거든 점심 먹고 카페 손사레치며 갸우뚱거리지 말고 무심한 듯 슬그머니 기척 없이 터덜터덜 걸어 와 적멸의 고요 먼 곳의 울림이 몸으로 감싸고돌 때 백마강 고란사 너머 왕흥사지의 소근대는 속삭임이 지척이다. 한참을 볼록렌즈에 수렴하듯 태양에 데워지는 몸을 지긋이 눈 내려깔고 단정하게 내 안을 살피면 빛살 모아진 이마와 무릎이 뜨거워져 타들어 갈 듯 고르게 분산시켜 온기를 순환하여 휘돌게 한다. 이엉 올린 담장의 그늘이 다가오려면 한참이다. 남향의 햇살이 타올라 살갖에 스며들 때는 눈을 뜨고 시선을 싱숭생숭 흩뜨리거나 바람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2024. 12. 20. 동지 산행 동지 산행온형근 빈손으로 원림에 든다. 이미 내원재 오를 때 외투를 벗어 팔 겨드랑이에 장착하고 동지팥죽 같은 등골의 끈적임을 감지한다. 완이재를 내려와 산목재 재나무에 잠시 걸터 앉는다. 진달래 겨울눈 피골이 팽팽하여 금방이라도 나 몰라라 터질까 봐 두런댔다. 먹이 생존 마친 물까치 떼의 연푸른 꽁지깃 아침 햇살과 함께 동지를 건넜는지 산천은 거짓말처럼 잔잔한 여울을 닮았다. 동지의 공제선(空際線)이 견고하여 일출조차 뚫지 못한다. 다만 천천히 걷는 이마로 이따금씩 온기로 손 내민다. Comrade's winter solstice mountain hikeOhn Hyung-geun Entering the garden empty-handed. Already Taking off the coat an..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19. 각개의 사연 각개의 사연온형근 미명이 걷히고 어두운 입산 순간에 하산자를 둘이나 봉면하면서 나보다 이른 각개의 사연은 뭘까를 풀어놓는다. 오르막에서 벗었던 외투 능선에서 되입는다. 울창하여 꽉 조이며 제 품이던 오솔길은 낙엽 이후 확장되어 숲마다 꼬마길 드러나고 호수로 이어져 물기는 눈발에 버무려진 채 한기로 으스스하다. 시린 손 품 안으로 꽂아 가슴에 비벼대다 망극하여 놀라고 바지 주머니에 여러 번 칼손으로 디민다. 바야흐로 장갑으로 거듭 사유할지라.Each person's storyOhn Hyung-geun As dawn clears In the dark moment of entering the mountain, encountering two people descen..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16. 계명성길 계명성길온형근 이른 봄부터 닭 울음소리로 황홀하였다. 황야의 너른 들판 지평선에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태양의 뜨거운 순혈로 꿈틀댄다. 영혼이 차고 시원 한 샘물에 풍덩 명징해진다. 이내 전신을 싸고 맴돈 다. 아득한 시원의 들판 저 너머에서 닭 울음소리 건너왔으니 그 또한 태양족의 일원이리라. 네 울던 오솔길을 계명성 길이라 기념한다. 멧비둘기와 뭇 산새와 달리 내 안의 숨어 있던 원시의 생기가 힘줄 돋듯 정수리로 뒷덜미까지 꿈틀대며 허둥댄다. 잠시 아찔해지며 현묘의 지경에 놓인다. 원림에 닭 치는 이 또한 누구인가. 누가 태양족의 전령인 계명성을 거두었는가. GyeomseongilOhn Hyung-geun From early spri..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14. 대설 안부 대설 안부온형근 대설 끝 무렵 살짝 내린 눈발에 숲은 흰옷으로 환복하였다가 이내 녹는다.언 땅 위로 나뭇잎 불려 쪄낸 듯 쑤석거려젖은 솔잎은 짙은 고동색으로 연노랑 마른 솔가리와 섞여 어울린다.부득불 따로 세계를 지어내지 않는다. 희끗희끗 살얼음판 딛고 안부 묻는다.적의를 감춘 편안한 눈매 반들반들 위로흠뻑 물기 머금은 젖은 소나무 잎 밟으며급하게 바람의 힘을 빌려 위장한 낙엽 수북하게 뒤덮인 숲의 바닥으로연청색 긴꼬리의 물까치 무리지어 왁자하다. Heavy Snow GreetingOhn Hyung-geun At the end of the heavy snow, the forest in the lightly falling snowflakes Changed into white clothes and..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12. 슬그머니 슬그머니온형근 슬그머니 그러하다. 울긋불긋 수다로 그득해지는 숲은 온통 나신이다. 눈길 닿는 시야각과 그 너머로 드문드문 수런대는 사람의 기척 산목재에서 잠깐 겨울바람 흡기할 때 큰부리까마귀 울음 굵고 걸다. 나무 꼭대기에서 그 또한 외롭더니 다른 나무 우듬지로 날아간다. 통통하게 살 오른 물까치 긴꼬리는 아침 햇살 비껴 연한 블루로 나부끼며 얕은 언덕 양지바른 숲속 낙엽 들추는 가족 건사로 무리 지어 슬그머니 분주하다. StealthilyOhn Hyung-geun Stealthily, it is so. The forest, full of colorful chatter, is all yours. The line of sight and the occasio..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11. 동트다 동트다온형근 동터 오르는 대설 지난 임천은 참나무 낙엽으로 수놓은 황톳빛 산색이어서 동해 바다의 기척만으로도 환하여 새악시 홍조마냥 따습다. 비탈진 나무로 호수의 촉촉한 물기를 말리느라 풀풀 진흙 먼지까지 들고일어나는 말간 동이 눈부신 햇무리라 뒤틀린 배알 보따리 끄집어 밝은 가루를 흩뿌린다. 붉은 혀 내밀 듯 솟구치는 햇무리 갖춘 천지를 인양하는 아침 해와 경건한 눈빛으로 마주하니 이미 땀으로 젖어 무거워진 한짐의 몸이 빛나는 황금빛 황토의 결 따라 스며든다. Dawn breaksOhn Hyung-geun After the heavy snow, the forest begins to brighten The moun..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9. 골짝 골짝온형근 홰치며 목청 높이던 계명성 길은 그날 이후 맨발로 걷듯 그림자로 다가오듯 기척 없이 공명한다. 고개 돌려 그윽한 눈길 닿는 곳 임천의 골짜기 낙엽으로 두툼하게 몰려 들썩한다. 환하게 드러난 등줄기 바로 곁에서 골짜기 따라잡는다. 나목의 떨기나무, 야몰찬 바람 줄기를 쓸어낸다. 내원재 오를 때 외투를 풀더니 백두고원 길에서 벗어 제껴 팔장 짓는다. 오호라 쪼그려 앉을 틈도 없이 골짜기로 달려간 바람 한 줌 어제부터 보여 달라 애걸했었나 보다. ValleyOhn Hyeong-geun Flapping and raising its voice, the path of Gyemyunseong S..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7. 신갈나무 신갈나무온형근 헤진 낙엽 숲정원에서 빠스락 아우성 몇 번 질렀을 뿐인데 대설 즈음 밟히고 또 뭉개져 보드랍고 잘게 갈아진다. 한 번 울부짖을 때마다 진이 빠져 어깨를 들썩였는지 마른 가슴 바람구멍으로 들락대며 우수수 바람으로 제 몸을 부숴 불고 쓴 듯 흩뿌린다. 풀풀 거리던 사람의 길은 층층으로 포개었던 낙엽이 흙과 골고루 버무려져 곱다. 기며 엉기던 발길 끊긴 짐승의 길이 단정하여 신갈나무 겨울은 안녕하다. Mongolian Oak Ohn Hyung-geun Worn-out leaves Rustling in the forest garden Just screamed a few times .. ::신작시::/온전한 숨 :: 나무 詩 2024. 12. 6. 호피 고양이 호피 고양이온형근 등짝 젖고 눈썹 마스크 입김으로 허옇다. 조원동 원림은 살짝 얼어 흙살이 애먼 범벅이다. 갑자기 들이닥친 대설 전후의 습설을 털고 빈의자 혼자 낙엽의 신갈나무 숲의 깊어진 눈매를 부라린다. 느릿하게 물방울 호피 문양의 살진 고양이가 기억을 더듬는다. 갓난애 울음소리로 주파수를 달리하며 천천히 고개 외로 꼬며 걷는다. 다시 원림 숲의 임연부에 놓인 빈의자를 매섭게 노려본다. 야생이 된 고양이 턱 괴고 수없이 눈을 끔벅인다. 눈길이 마추친다. 견딜 수 없이 다정하여 나도 끔벅댄다. Leopard CatOhn Hyung-geun Back is wet, eyebrows are white with breath on the mas..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6. 장갑과 귀마개 장갑과 귀마개온형근 고이 모신 두툼한 겨울의 기억을 꺼내 입는다. 왼 주머니에는 모바일 터치 장갑 볼록한 오른손에 주먹 크기의 귀마개 숨겨진 따스한 마음을 읽는다. 산행 출근하며 칠 벗겨진 벤치에 앉아 깊게 단전을 난타하며 소주천을 돌리던 숨결 막 얼기 시작한 호수를 비껴서 더운 몸은 왼손에 벗어 제낀 윗도리를 접어든 채 식힌다. 손끝 시리고 콧물 안팎의 감응으로 분주한데 겨울 찬 공기를 뚫고 햇살은 얼마나 정다운지 Gloves and earmuffsOhn Hyung-geun I take out and wear the thick memories of winter that I cherished. In the left pocket, mobile ..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5. 옛 길 옛 길온형근 십 리 길은 나서는 자에게 첫 발을 내딛게 하는 신발이 된다. 손 시리지 않고 귀 빨개지지 않는 날은 나서는 순간 구름 위에 뜬 기분 갈 곳조차 잊은 채 둥둥 떠다녀 몸은 부리라고 있는 거 옛사람 바지런한 날들은 여전하여 몇 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뒤바꾸며 매일의 십 리 길이 오늘로 환생한다. 십 리 길 어디쯤 와 있을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더 있을 질고 언 바닥 눈 가리고 못 본 척 덧없음에 익숙할 결국 꿈을 꾸었을까, 자고 나면 다시 십 리 길 Old RoadOhn Hyung-geun The Sim-ri road becomes the shoes that let the one stepping out take the first st.. ::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2024. 12. 4. 이전 1 2 3 4 ··· 3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