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조원동 원림 미학

송간세로

나무에게 2025. 2. 12.

송간세로 (松間細路)

온형근

 

 

 

원림 소롯길에 무거워 떨어진 손가락만 한 송충이
물컹 터질라, 발길 돌리려다
백 년 소나무 붉은 구갑으로 꽉 채워지는 평안
환해지는 송간세로松間細路를 걷는다.

능선을 따라 가늘고 긴 길에는
가지 말라고 손 내미는
꽃 진 국수나무 길
미음완보微吟緩步 않는다면
금세 달라붙어 하나의 덤불로 꽉 막힐 난감

오르고 내리는 동안 망연자실 녹음방초에 두근대다가
평지를 걷는 동안 굵은 통증이 근육을 잡아끈다.
가지 말고 쉬었다 가라고
쪼그려 되돌아 볼 이고정跠顧亭이라도 마련할 테니
이미 퍼질러 웅크려 앉아 돌아보고 있으니
직박구리야 찌익찌익 말라

(2021. 6. 10. 7:47)

 


시작 메모


산길을 오르다 마주친 송충이 한 마리, 그 작은 생명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소나무 숲길의 고즈넉함이 내 마음을 적신다. 붉은빛 소나무 껍질이 만드는 따스한 풍경이 평안을 선사한다. 국수나무 가지가 손짓하는 곳, 그 좁은 길목에서 자연의 속삭임을 듣는다.

천천히 걸으며 미음완보의 의미를 되새긴다. 서두르면 길을 잃을 것만 같은 이 순간, 덤불숲이 나를 감싸 안는다. 녹음방초의 싱그러움에 두근거리는 가슴, 근육의 통증마저 달콤하게 느껴진다. 이고정에서 잠시 쉬어가며 바라보는 풍경, 직박구리의 노랫소리가 산사의 고요를 깨운다.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시상이 흐른다. 소나무 숲길의 정취, 국수나무의 손짓, 직박구리의 울음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시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시로 태어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원림 소롯길에 무거워 떨어진 손가락만 한 송충이 물컹 터질라, 발길 돌리려다 백 년 소나무 붉은 구갑으로 꽉 채워지는 평안 In the forest path, a caterpillar the size of a finger falls heavily and is about to burst; turning away, a hundred-year-old pine fills with red armors, bringing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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