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눈물
온형근
1.
내 돌아가는 날처럼 오늘을 걷는다.
마을을 지나면서 협착의 통증 너무 아파 서럽다.
변함없이 아픈 것도 가져가야겠구나 하면서 운다.
십 리 길 산행 출근 통틀어 내원재 입구 능선에서
어김없이 청딱따구리 몇 년째 대를 이으며 운다.
한 때 저 청량한 고음으로 다그치는 소리를 따라 울며
사는 게 우는 거라고 위무했다.
그 사이 쇳소리처럼 비집고 오목눈이 한숨처럼 운다.
비싼 능선을 치고 오르면 백두고원이 편안하다.
이제는 나온 곳을 모르니 갈 곳도 모르더라
요추 전만에 집중하며 고개를 빳빳하게 곧추세운다.
원로 분지에서 훌라후프 돌리다 뒷걸음질 오가는
길을 피해 가장자리로 나서다 진달래 맞닥뜨려 와
진달래 환하여 얼굴 들이대고 셀카를 찍는다.
저승길도 이리 환하게 진달래 곳곳에 만개하였으면
세월에 파인 오솔길 지키는 나출근처럼 뭉툭뭉툭
손등처럼 도톰한 길어깨에 쪼그려 앉아 땅의 기운
짜릿하게 사지로 번져드는 너머에서 멧비둘기 운다.
나도 내 생일 전 사월에 진달래처럼 져야겠다며 다시 울컥한다.
2.
어깨를 곧추 세우고 추 전만으로 원림을 걷다가도
어쩔 수 없이 심한 협착으로 통증이 극에 달하면
내 것이려니 직시하고 경사진 두툼한 볼록한 길어깨에 쪼그려 앉는다.
아팠던 통증이 진동으로 퍼지며 흩어질 때 짜릿한 전기 자극
쪼그려 만나는 짜릿한 신세계를 살면서 얼마나 더 맞이할까
어떤 날은 급하여 두툼한 오솔길 찾지 못하고
때로는 장풍득수 도드라진 좋은 흙살에 의탁한다.
걸을 때 봤던 진달래를 아래에서 치켜 본다.
환한 꽃망울 스카이라인 아래 주루룩 새잎이 벙근다.
입 삐죽 내민 연두의 잎망울이 갈색 겨울눈 외투를 제치고
잔잔한 호수의 윤슬처럼 빛살 모아 일렁인다.
오래도록 내 눈망울 떠나지 못하더니 기어코 젖는다.
시작 메모 :
아침 산행의 고요 속에서 협착의 통증이 찾아온다. 걷는 일은 늘 오래된 아픔과 함께 한다. 청딱따구리의 울음소리가 내 귀를 파고든다. 몇 년째 이어지는 그 소리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요추 전만에 집중하며 고개를 곧추세우지만, 통증은 나를 쪼그려 앉게 만든다. 진달래 환한 봄길에서 셀카를 찍으며 순간을 담는다. 저승길도 이리 환한 진달래로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 피어오른다.
두툼한 길어깨에 쪼그려 앉을 때 짜릿하다. 마치 전기 자극처럼 사지를 파고든다. 고통과 생명력이 뒤섞인 순간이다. 아픔을 직시하며 걷다가도 때로는 멈춰 쉰다. 환한 진달래꽃 아래서 새잎이 돋아나는 모습을 올려본다. 연두색 잎망울이 겨울눈 외투를 벗어던지고 있다. 연두의 스카이라인이 생명의 힘이다. 내 눈망울이 젖어든다. 아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벅차서일까? 모든 것이 눈물로 종합된다.
"통증이 진동으로 퍼지며 흩어질 때 짜릿한 전기 자극, 환한 꽃망울 스카이라인 아래 주루룩 새잎이 벙근다. 잔잔한 호수의 윤슬처럼 빛살 모아 일렁인다. 나도 내 생일 전 사월에 진달래처럼 져야겠다며 다시 울컥한다. The pain spreads and scatters with vibrations, an electrifying stimulus; beneath the radiant flower bud skyline, new leaves bloom rapidly. Like the shimmering light on a calm lake, it gathers and ripples. I feel a sudden surge of emotion again, saying I, too, should bloom and fade like azaleas before my April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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