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선대 소나무 정원
온형근
오백 년 마을 정원이 흐트러지지 않고 이어진 건
안타까운 마음이 추모의 정으로 모여 흐르기에
훤칠한 이도 세상을 뜨는데 푸르른 기상은 길이 잇노라는
풍기의 자랑 황준량, 내칠 수 없는 혼이 깃든 곳
금선계곡 소나무 숲 수변 정원은
크거나 작고 모나거나 각진 둥근 차림새로
빗장을 채우고 저만치서 활짝 열려
오가는 시선을 채우고 가두는 촘촘한 구도에도
계류는 바위틈으로 흘러 거침없이 바닥을 긁는다.
요란할 때와 고요해질 때를 알고
저만치 흐른 후 떠날 때는 빠르고 경쾌한 소리로 화답한다.
바람은 소백산 비로봉을 떠나 나누고 부서져 골짝으로 몰리면서
몸체 드러난 반질대는 암반을 어루만지다
흐트러짐 없이 금선대 앞 고요한 연못에서 머뭇댄다.
회오리치듯 벼랑바위로 부딪칠 때는 매섭더니
반듯해져 금선정 마루 근처에서
소백산 산꽃의 물기 어린 꽃향기를 섞여 실어 왔으니
실고 온 바람이 고마운 것인지
절로 옷깃에 꽃향기 배어 마주하는 입가로 환한 미소
편안한 안색으로 옛사람 흠모의 정
금계 황준량의 원림이 일궈 낸
소나무 숲 마을 정원 오백 년을 더하라고 축원하는 동안에
시작 메모 :
금선대 소나무 정원의 숨결을 따라 발걸음이 금선계곡의 수변 정원 바위에 닿는다. 오백 년을 머금은 소나무 숲이 나를 계류를 에워쌌다. 커다란 바위 틈새로 스며드는 계류 소리가 마치 시간을 가르는 듯했다. 황준량의 혼이 서린 이곳에서, 흐트러짐 없는 정원의 구도는 마치 금방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다가온다.
소백산에서 내려온 바람이 암반을 스친다. 실어 온 꽃향기가 옷깃에 밴다. 문득, 푸르른 기상을 남긴 이들의 흔적이 정원의 각 돌마다 새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계곡물은 바위를 긁어내며 고요함과 요란함을 오가고, 나는 그 흐름에 맞춰 추모의 정을 한 뼘씩 쌓아 올린다.
마루 끝에서 바라본 깊은 소는 오래된 마을의 안타까움을 잔물결로 토해내듯 했다. 이곳에서 시간은 오래도록 켜켜이 쌓여 있다. 지금 이곳을 거닐며 추모와 축원을 필치는 내게도 원림이 오래도록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득한다.
"오백 년 마을 정원이 흐트러지지 않고 이어진 건 / 안타까운 마음이 추모의 정으로 모여 흐르기에 The village garden of five hundred years has remained untangled and connected / Because the sorrowful hearts gather and flow as a spirit of rememb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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