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노래

숲의 노래

온형근

 

 

 

 

숲이 울었다.
아프고 건조한 숲은
어깨 들먹이며
숨 골라 쏟아 부으니
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다.

긴 호흡.
가냘프기도 하고
둔중하기도 한
숲은
더 이상 환상에 머물지 않는다

새벽 안개 따라 피어오르고
몸을 식혀
한낮에도 서늘한 숲의 기운을 뿜는다.
숲은 더 이상.
이내에 덮여도 징징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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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of the Forest

OHN Hyung-geun

 

 

 

The forest wept.
The aching and dry forest
With heaving shoulders
Catching breath and pouring out
There are no more songs to sing.
A long breath.
Sometimes delicate
And sometimes heavy
The forest
No longer dwells in illusions
Rising with the dawn mist
Cooling its body
Exhales cool forest energy even at midday.
The forest no more.
Does not whine even when covered in 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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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메모

이른 새벽, 안개가 자욱한 숲속을 거닐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울음을 삼키는 숲의 깊은 숨결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던 이슬방울들이 나뭇잎 끝에서 떨리고, 아픔을 머금은 숲의 어깨가 무거운 듯 들썩인다.

고요 속에 숲은 더 이상 화려한 환상을 좇지 않는다. 진실된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며, 때로는 가냘프게, 때로는 묵직하게 제 숨결을 내뿜는다. 새벽 안개를 따라 피어오르는 숲의 기운이 서늘하면서도 단단한 의지로 가득하다.

이제 숲은 더 이상 나약한 울음을 토해내지 않는다. 안개에 휩싸여도 흐느끼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다. 그 고요한 의연함 속에서 나는 성숙해진 숲의 내면을 마주한다. 아침 햇살이 안개를 뚫고 들어올 때, 숲은 이미 새로운 날의 숨결로 가득 차 있다.

In the early dawn, as I wander through the misty forest, I gather my thoughts. The deep breaths of the forest, stifling their cries, halt my footsteps. The dewdrops that had moistened the parched earth tremble at the tips of the leaves, and the shoulders of the forest, heavy with pain, seem to heave.

In the silence, the forest no longer chases after the splendid illusion. It reveals its true form, at times delicately, at times heavily, exhaling its breath. The forest's energy, rising with the morning mist, is filled with a cool yet resolute determination.

Now, the forest no longer spills its weak lamentations. Even when shrouded in mist, it does not sob, but steadfastly holds its ground. In this quiet composure, I face the matured inner self of the forest. When the morning sunlight pierces through the mist, the forest is already filled with the breath of a new day.

 

"긴 호흡 가냘프기도 하고 둔중하기도 한 숲은 더 이상 환상에 머물지 않는다. The forest, which is both delicate and heavy in its long breathing, no longer remains in fantasy."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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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온형근

출판

다층

출판일

200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