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운암과 수운정
나무에게
2024. 1. 18. 04:18
운암과 수운정
온형근
마치 맑은 가을 하늘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떠날 줄 몰라 정갈하게 차려입은
사인암은 볼 게 없다며 먼저 찾았다더니 어느새
오가며 들렸던 옛사람 몇은 신선의 세례로
운암과 사인암을 오가며 현학玄鶴과 백록白鹿을 벗하였다더니
명승을 친구 삼아 떠돌다 운암 앞을 휘몰아 흐르는
끊임없이 지즐대는 명랑한 물소리에 머문다.
과연 유상곡수流觴曲水 자리 여기저기 드러난다.
나는 이곳 너럭바위에 앉아 붉은 곰팡이 이는 속세를 잊을래
내 앞에 당도한 술잔 받아 들고 고개 돌려 단정한 구름같이 우아하게 정좌한다.
바위를 두어 번 휘몰아 흐르는 아직도 맑기만 한 계류
굽어살피던 붉은 기운의 암벽, 석영을 캐어 단약을 고을 때 넣는다더니
나는 모른다. 네가 다다르는 강 건너 운암뜰로 나아갈 제
물속에 잠겼던 너럭바위 몇이 들고일어나
징검다리 놓고 시침 떼고 세월을 낚고 있었으니
아쉽고 또 아쉬워 물에 비춘 운암을 오래도록 쳐다보며
수운정水雲亭 너의 신출귀몰을 꿈꾼다.
자갈과 모래 일렁이는 백사장을 걷고 또 걷는다.
발목이 좌우로 꺾이니 옛 일 기리는 아득한 그리움 또한 묘합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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