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실 마을 청암정
온형근
연못 물 빠져나가니 생생하게 용트림하던 왕버들
누웠으나 등골을 바로 세워 위로 솟게 한 새 줄기
지상을 디디고 활개 편다.
한 자 반 돌다리를 막아선 대나무 울도 섧다.
많은 것이 지고 피니 새로 갈 길을 찾는 게 마땅
청암정 정자를 등에 인 거대한 암반의 거북은
대체 곁을 내주지 않을 듯 장엄한데
못을 이룬 석축 호안 주변 낙락장송과 왕버들은 몇 번의 환골탈태를 꿈꾸었을까
지극 간단한 일자형 돌계단 위를 지나면
청암정 계자 난간 붙잡고 우물마루에 앉아 사시가경四時佳景으로 어울린다.
울긋불긋 가을 묵상은 예고했을까 한 겨울 맵시
암벽을 뚫고 돌다리 건넌 단풍나무에게 묻는다.
먼 풍경이 가까운 사람의 온도만 할까
내성천에서 발길 돌린 가계천으로 들락대던 멧비둘기
너의 울음 가닥에 실린 정한을 다잡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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