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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신의 시간

by 나무에게 2014. 9. 16.

굴신의 시간 / 온형근




보고싶어

간절히 그리워하는

시간 속에 뛰쳐나가면

싸늘해지는 목석

무심한 나무처럼 살다가

환한 달빛처럼 

살결 터지며 갈라지던 그때
열화와 빗소리 눈밟으며 걷던 운율은 가려진 채 숨고

사랑이 협착되어 길거리로 나서고
아픈 사연은 온몸을 휘돌며 움직인다

어느 곳에서 튀어나오고 쑤셔들지
가늠조차 어려워

너무 아파서 가까이 다가설 수 없다

이른 새벽 공원 벤치에 앉아

꺼져가는 가로등과 체조하는 운동기구에

매달린 눈길 속에


서서히 걷히는 안개와 함께 나도 걷어내려고 애쓴다
걷고 또 걷다보면 나도 걷히겠지
손 마주 한 채 굴신 운동하는 저들처럼 나도
활달한 굴신으로

협착으로 가득 적체되는 감정을
달빛처럼 두런대며 가릴 수 있을거야
걷는 동안만은 단순한 리듬 속에 나를 정돈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