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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쌓인 풍경

by 나무에게 2013. 12. 24.

 

 

 

낙엽이 쌓인 풍경

-온형근


저쯤에서 떨어지며 사각 소리내다
어느새 제 모습 비워 내 텅 빈자리
길 양옆으로 쏠려 모여든 살아있음의 두께
떨어질 때까지는 긴장 그대로 펼쳐 있더니
가벼운 것들은 툭툭 건들며 풍광이 되게끔
말 하나 없이 놓여 있는데도 둘둘 말려 있다
바람이 스치면 바람이 건드리는 대로 실린 채
이끌리며 뒹굴다 구르는 것들끼리 부딪쳐 멈춘다
햇살은 반으로 줄고
나뭇가지 끝은 가벼워져 홀가분해져 있어
높은 나무들 우듬지에 가려진 채
무수한 소리들
날카롭게 남은 햇살을 향해
몰아서 죄다 지저귄다
떨어지는 속도도 없이 수직 하향하는 잎새에
오래도록 머물고 있을 내 시선의 한가로움은
더 이상 어쩌라고 이미 두툼해져 있다
밟으면 밟힐 때마다
막 탄 솜이불처럼 앳된 소리
두터운 더께로 거듭 낙엽의 군락을 이룬다
떨어진 잎새들은 자기들끼리 웅성대며
지상의 허튼 세력들을 한꺼번에 흡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