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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 홈스테이

by 나무에게 2014. 9. 16.

센다이 홈스테이 / 온형근




낯익은 정원의 풍경들이 그러나
한껏 정성스러움 그대로인 뜰에는
목청 터질 듯 짖어대는 견공에게
덜미 잡힌 내가 전전긍긍 머문다
몇 컷짜리 정원의 비밀스런 공간마다 서로 다른 내음
창 너머로 회상처럼 돌리고
짧아졌던 호흡 길게 들여마신다


반가움은 굳은 언약처럼 혀끝에서 맴돌고
바깥으로 신음처럼 앓는 소리 뱉아내고 있다

고마움은 그저 묻어 가는 게 사는 거겠지
살아온 게 회한이 될지라도 그럴 듯 하다고

세상의 입을 통하여 드러나는 것이 사람이라면
뒷방에서 거실 사이 길목도 정원이 되고

요통없게끔 등골 바로 펴서 깊은 잠에 들 수 있을 때
드물게 지닌 것들의 절절한 사연을 거닐더라



2014년 9월4일, 귀국 하루전 센다이 국분정일 동북대명예교수 정형외과 의사댁 홈스테이 중 아침에 일어나 정념을 스케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