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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새쫓기

by 나무에게 2015. 7. 6.

 

 

 

 

파종 후 바로 비가 내렸다.

속마음으로 뛸 듯이 기뻤다. 짚을 한 뭉치씩 잡고 꺼풀을 벗겨낸 속살 드러난 짚을 1미터 床에 짚 밑단이 양쪽으로 향하게 두 줄씩 겹쳐 덮었다. 가지런히 같은 두께가 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곳곳에 내 손길이 따라 다닌다. 마무리와 정리는 내 몫이다. 거친 것을 거칠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 바람에 날리거나 흩어지지 않도록 새끼줄을 세로로 길게 늘어뜨린다. 2줄로 늘어뜨린 것을 3-5미터 간격으로 새총가지 만들어 놓은 것으로 꾹 눌러서 고정한다. 짚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새총가지는 2열 교호식재 방식으로 배치한다. 학생들에게 2열 교호식재에 대한 설명을 놓치지 않는다. 실습 중에 하는 중요한 학습 콘텐츠가 많다. 칠판에서 1시간 설명할 것도 현장에서는 5분안에 마칠 수 있다. 직접 시범을 보고 해 보는 수업이다. 

 

이번에는 새쫓기에 나섰다.

묘포장 전체가 노란색 선명한 속살의 짚이 가지런히 같은 두께로 정연하게 깔려 있고, 그 위로 2줄의 새끼줄이 새총가지에 의해 2열 교호식재처럼 배치되어 있으니 얼마나 보기 좋은가. 그 큰 면적 전체가 내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출근과 동시에 밭으로 나가 번질나게 돌면서 관찰하는데, 언제부터 새가 밭을 점령하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는가. 도토리 같이 전분이 많은 종자니까 까치까지 달라 붙는다. 까치에게 종자를 파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새쫓기 전략이 수립되고 '새'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여 '새'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새가 야속했다. 쉬는 시간에도 수시로 묘포장을 들락댄다. 새머리라고 하던데, 그렇지 않았다. 내가 있을 때는 보이지 않다가도 수업이라 없는 시간에는 기막히게 강탈을 한다. 누가 새머리라고 놀리는가. 그래서 본능이다. 파리, 모기에게도 본능이 있듯이.

 

출처 : :::사이SAI:::조경문화교육공동체
글쓴이 : 나무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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