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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채근담, 前集_021.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by 나무에게 2013. 12. 30.

채근담, 前集_021.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집안에는 참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는 참된 도가 있다.

 

사람이 성실한 마음과 화평한 기운을 지니고

즐거운 얼굴과 부드러운 말씨로

부모 형제를 한 몸 같이 하여

마음과 뜻이 서로 통하게 되면

 

이는 조식(調息) 하고 참선하는 것보다

만 배나 나은 것이다.

 

 

 

家庭有個眞佛,

가정유개진불,

日用有種眞道.

일용유종진도.

 

人能誠心和氣,

인능성심화기,

愉色婉言,

유색완언,

使父母兄弟間, 形骸兩釋,

사부모형제간, 형해양석,

意氣交流,

의기교류,

 

勝於調息觀心

승어조식관심

萬倍矣.

만배의.

 

 

和氣婉言

화기완언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차인 생각]

 

 

 

마음공부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을 공부하는 데 분주하다. 마음은 하나인데, 마음에 이르는 방법이 너무 많다. 몸이 하나인데 가야할 곳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다. 청정한 마음이라는 것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바람 같은 것이라서 느낄 때도 있고, 아예 느낌조차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길에 마음을 뿌리고 있다. 여행이 그렇다. 어쩌면 인생도 길 위에 있고 여행 역시 길 위에 있기에 마음 역시 길 위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길 위에 있는 것들이라 갈피를 잡기 어렵고 붙잡아 매기 또한 쉽지 않다. 그러니 산다는 게 바람처럼 종횡으로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흘러다니며 흩어졌다 다가섰다 느꼈다 사라졌다 한다. 이를 단정하게 불러들여 청결한 마음에 자리하고 그저 내 마음 늘 화평한 기운으로 가득하라고 한다.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평범해 지라고 주문을 건다. 늘 바쁘다고 종알거리면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없다. 차 마실 여유가 없으니 마음을 들여다 볼 틈도 없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면 별 일 아니다. 스스로 만든 마음에 이끌려 다니느라 몸이 고생하는 형국이다. 가만히 차를 마시며 숨을 고르고 내면을 관조하면 괜히 종종거리고 다닌 것이 드러난다.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절간에만 마음이 있지 않다. 내가 생활하는 일상의 곳곳에 마음은 있다. 차 마시는 일도 그러했으면 싶다. 생활하는 모든 곳이 바르게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동선으로 가득하였으면 좋겠다. 식당과 술집만으로 이어지는 생활의 동선에 차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일상의 평범한 생활에서 마음을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음이다. 마음가짐을 성심으로 하여 화기를 모으고, 그 화기는 얼굴로 나타나 즐거운 모습과 부드러운 말씨로 나타난다면, 마음 공부하러 따로 여기 저기 기웃댈 일 없다.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의 출현 빈도와 차 마시며 마음 공부하는 빈도를 같은 축에 넣어 길을 걸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셈법이고 경제고 경영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