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2024. 2. 3. 16:06
사인암
온형근
청련암 출렁다리에서 나는,
금 긋듯 가로로 세로로 차곡차곡
사인암 각진 마음 따라가며
슬쩍슬쩍 그어 나가는 동안
넋을 잃거나 허한 마음의 빈 줄
흔들리지 않았다.
사인암 꼭대기 떡하니 모신 우람한 바위
각진 근육 튀어나와 금방이라도 떠날 채비
무겁게 올라탄 저 심사가 사인암일 듯
대흥사 의병의 봉기를 닮아 꽉 쥔 주먹
앙다문 노기를 물 깊은 사선대 너른 물 마당에 푼다.
사선대 너럭바위 올곧게 층진 우람 위로
바람 일어 남조천 물결 낮은 파란 일고
황정산의 한숨과 수리봉의 날갯짓이 키운
사인암 암벽 틈새로 진흙 알갱이 딛고 소나무
세상의 풀 죽은 기개는 잊으라고
맑은 초록으로 한꺼번에 들고일어난다.
물도 암벽도 소나무도 새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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