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백석정 누정

by 나무에게 2024. 1. 27.

 

백석정 누정

 

온형근




   차량이 쏜살같이 지나는 다리 아래로 감천의 여울은 잔잔하여 맑은데
   한 잔의 맑은 녹차를 건네며 백석정이 말을 걸어 온다.

   뭐라고 그때 일을 써 바치고 싶다는 모양새로 꿈틀댄다.
   서편으로 해가 지려는 때쯤
   이미 산그늘로 물살은 진하여 우주 한가득 담기고
   늦가을 안개로 피어오를 때마다 젖었던 바위 이끼로 푸르고
   붉은 단풍 너풀대며 석양빛 몇 줄기로 타오른다.

   수심 낮은 물결 따라 조각배 혼자 노닐게 하니
   쉼 없이 무심하여 드리운 낚싯대를 쳐다보는지 알 수 없다.
   정자 마루에 앉아 난간을 붙잡은 채
   상실의 시대를 하염없이 먼산으로 돌린다.

   늦은 달밤 찬기운 몇 잔의 술로 뎁히고
   아직 가라앉지 않아 일렁이는 일엽편주에
   꽤나 산 날이 많아 어긋나는 순간 있어도
   물에 비친 백석정, 내 몸 위에 초승달 하나 베이듯 걸쳤으니
   언젠가 다른 이의 품새로 물결 조용히 바뀌련만
  
   오늘의 풍광을 거울처럼 걸어 둔 채 두고두고 마주할 뿐

 

2024.01.25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 솔바람 숲에 눕다

솔바람 숲에 눕다

솔바람 숲에 눕다 ​ 온형근 ​ 북저남고의 비스듬한 고구려풍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 풍우는 활짝 열린 하늘을 수놓으며 고스란히 솔숲 바람에 미끄러진다. 남쪽 성벽의 단애 굽어보다 어

ohnsan.tistory.com

 
 
2024.01.18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 닭실 마을 청암정

닭실 마을 청암정

닭실 마을 청암정 온형근 연못 물 빠져 나가니 생생하게 용트림하던 왕버들 한 자 반 돌다리를 막아선 대나무 울도 섧다. 누웠으나 등골을 바로 세워 위로 솟게 한 새 줄기가 지상을 디디고 활개

ohnsan.tistory.com

2024.01.18 - [::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 운암과 수운정

운암과 수운정

운암과 수운정 온형근 마치 맑은 가을 하늘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떠날 줄 몰라 정갈하게 차려 입은 사인암은 볼 게 없다며 먼저 찾았다더니 어느새 오가며 들렸던 옛 사람 몇은 신선의 세례로

ohnsan.tistory.com

 

'::신작시:: > 시의 풍경을 거닐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보정  (0) 2024.01.31
아라 가야 고분군  (0) 2024.01.28
솔바람 숲에 눕다  (0) 2024.01.25
닭실 마을 청암정  (0) 2024.01.18
운암과 수운정  (0) 2024.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