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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시의 풍경을 거닐다

솔바람 숲에 눕다

by 나무에게 2024. 1. 25.

솔바람 숲에 눕다

온형근

 

   북저남고의 비스듬한 고구려풍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풍우는 활짝 열린 하늘을 수놓으며 고스란히 솔숲 바람에 미끄러진다. 남쪽 성벽의 단애 굽어보다 어질하다. 동문을 통해 남문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에 서 두려움은 헤실거리며 풀린다. 성채 안쪽 짙은 그늘을 따라 올라가며 도열한 둥근 강돌의 석환石丸. 제각기 속살로 파고든 접선은 치안을 담보하였다.

   애틋하여 그리워하는 정 흠뻑 담아 잘 만든 콘크리트 정자, 사모정까지만 오르고 말 것을. 조남익 시인의 '온달장군을 위한 진혼곡'을 읽고 나니 시인과 각자와 시주의 묘합이 담대함을 솟구친다. 단숨에 달려 오르는 남한강 북풍에 탑승하여 훌쩍 산성 안을 사뿐히 걷는다.

   말 부려 뛰고 달리면 말의 무릎이 쉬 닳을까. 급정거와 발진을 이겨낼 재간이 있을까. 가장 높직한 남쪽 꼭대기 소나무 군락에서 굽어살핀다. 기울기 열어젖트리는 하단, 두 개의 계단을 갖춘 누정은 무심하다. 오로지 생기발랄한 산성 중앙을 돋움새김한 낮은 구릉 언덕이 동과 서를 사이좋게 나눈다.

   북에서 남으로 굵직한 돌무더기와 흙살로 판돈 삼은 건 소나무 굵직한 줄기의 귀갑龜甲이다. 천년의 배포를 두르고 다시 오백년을 별첨한다. 고깔 솟아난 가운데 줄기 어드메 솔숲 바람에 눕는다. 태화산 줄기 남한강으로 달려올 때, 아침 햇살 눈부심은 주변 산의 읍배揖拜, 포갠 손 놓치지 않게끔 호소하듯 풍광에 새긴다.

   -다시올문학 동인지 2024년 송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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