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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休林山房

선의 위계

by 나무에게 2017. 1. 20.
선의 기본은 검정이다. 어디든 못가는 곳이 없다. 흔해서 존재감 약하다. 반면에 일상에서 검정을 좋아하는 소수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일수다.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넘친 부분을 가려준다. 검정선의 매력이다.

선에 위계가 있다. 이 위계만 지킬 줄 알면 깨닫는 경지에 도달한다. 머리로는 가능한 사유이지만 실제는 어렵다. 몸의 사유이기 때문이다. 몸이 알아서 하는 경지다.

 

명필이 붓을 가리랴.?

는 옛말에서 선의 위계를 터득하면,

 

선이  그어지는 곳을 가리랴?

로 바꿔야 한다.  

그곳이 종이든 유리든 철판이든 두껍거나 얇기를 떠나 선이 가는 길은 거침이 없다. 필기구를 가리지 않고 그어지는 대상을 넘어서는 아득한 경지를 이른다. 참으로 되어 이룬 이가 있으니 나 또한 될 것이라고 잔뜩 유념해 둔다.

위계는 계급이다. 부모형제의 관계이고 차도와  인도의 구별이다. 눈에 확 띄는 것이며 강조하고자 애쓰는 중요성의 정도이다.

그래서 방법은 많다. 많은 방법을 다 한번씩 적용해보고 실험하여 실제에 적용할 수 있어야겠다. 작은 나무에 한 번 긋고, 그 다음 크기에 한 번 긋는다면, 아까 그 작은 나무는 두 번의 긋기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점점 나아간다면 처음의 그 아이는 가로 세로로 그어져 있을 것이다. 가장 돋보여야 할 큰 형님은 아직 희멀건 하거나 한 번 정도 그어져 있을 것이다.

이를 반대로 하면 어떨까. 가장 큰 형님이 새카맣게 되어 있는 상황. 태양 아래 작은 것들은 그늘을 이룬다. 그러니 삼가야 할 일이다. 

선의 위계는 지워지면 다시 그어야하는 유연성을 획득해야 마땅하다.

그러니 수시로 제 몫을 하고 있는지 임무를 망각한 것은 아닌지를 검토한다.

선의 길을 열어 주는 라인 에디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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