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무와함께

얼굴

by 나무에게 2013. 12. 24.

【어록】   

[1]낯을 찡그리고 살면 세월이 괴롭고, 마음이 편하면 하루하루가 잔치 기분이다. 《구약성서 잠언 15:15》   

[2]다른 동물들이 얼굴을 숙이고 땅바닥을 보는 반면에 신은 인간의 이마를 세워 주고 천공(天空)을 관상(觀想)하며 시선을 성군(星群)에 향하여 돌리라고 명령하였다. 《P.N.오비디우스》   

[3]세상에서 가장 반짝이고 또한 가장 깨어지기 쉬운 것이 둘 있다. 하나는 여자의 얼굴, 하나는 도기(陶器)이다. 《J.스위프트》   

[4]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모를 동안은 얼굴에 대한 것 따위는 생각할 틈이 없다. 《스탕달/연애론 戀愛論》   

[5]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다. 한 권의 책이다. 용모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H.발자크》   

[6]남자의 얼굴은 자연의 작품, 여자의 얼굴은 예술 작품. 《A.F.프레보》   

[7]40을 지낸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A.링컨》   

[8]즐거움에 찬 얼굴은 한 접시의 물로도 연회를 만들 수 있다. 《G.허버트》   

[9]맑은 혼이 없는 아름다운 얼굴은, 반짝이는 유리의 눈과 같은 것으로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브라키》   

[10]나는 남자와 여자의 얼굴에서 신(神)을 본다. 《W.휘트먼/나 자신의 노래》   

[11]대여행가든 또 누구든 세계의 어디에서 인간의 얼굴의 어딘가보다 더 보기 싫은 지방을 찾아 낸 일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일이다. 《F.W.니체/인간적(人間的)인, 너무나 인간적(人間的)인》   

[12]인간의 얼굴은 점점 아름다워져 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의 가치가 점점 높아져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얼굴이라는 것은 그 얼굴의 배후에 있는 마음에 의하여 형이 틀잡혀지는 것이다. 마음의 고상·우아함을 생각하면 그 사람의 얼굴이 자연히 우아하게 된다. 야비한 마음을 가지면, 바로 그 사람의 얼굴은 야비하게 되는 것이다. 《W.월벤》   

[13]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은 신용장이다. 《E.G.E.L.B.리턴/그것으로 그는 무엇을 할까》   

[14]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는 야수다. 하나의 얼굴은 웃고 다른 얼굴은 울고 있다. 《S.A.키에르케고르》   

[15]저 사나이의 얼굴을 보라. 마치 현대의 세계와 같은 연배의 얼굴을 하고 있다. 어느 얼굴도 모두 이 세계와 같은 연령이다. 《P.R.피카소》   

[16]불행하게도 나는 내 얼굴을 본 일이 없다. 적어도 이전에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나는 그것을 소위 가볍게(잘 알지 못하지만) 내 앞에 늘어뜨리고 있다. 내가 나의 얼굴을 아는 것은 오히려 반대로 타인의 얼굴에 의해서다. 《J.P.사르트르/구토 嘔吐》   

[17]때때로 오늘처럼 무료하게 하루가 끝났을 때, 나는 나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나는 이 얼굴을 도무지 알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내 얼굴에는 그것이 없다. 내 얼굴이 아름답다든가 추하다든가라는 것을 결정할 수가 없다. 추남이라고 한 적이 있으니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게 보아서 화가 날 것은 없다. 실은 사람이 흙이나 바위 덩어리 등을 아릅답다거나 추하다고 하는 따위의 그런 종류의 형용사를 나의 얼굴에 붙인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다. 《J.P.사르트르/구토 嘔吐》   

[18]여자란 얼굴에는 노여움을 띠면서도 모욕당한 것을 마음속으로는 크게 기뻐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그런 경향이 특히 많고 단지 그것을 보람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M.도스토예프스키/죄(罪)와 벌(罰)》   

[19]자기 얼굴을 숨기는 것은 추녀이든가 혹은 미녀일 경우다. 《O.F.O.W.와일드》   

[20]나는 내 얼굴을 그런 모험에 빌려 주고 싶지 않습니다. (*초상화를 그리자고 한 존핀디에 대한 대답) 《S.G.클리블랜드》   

[21]아름다운 얼굴이란 거기에 마음의 정직함이 그려져 있는 얼굴이다. 《A.R.알레톤/아름다운 것들》   

[22]나는 항상 내 얼굴이 장식품 같은 것은 못 되고 그저 있어서 편리한 그러한 것으로 여겨 왔습니다. 《O.W.홈스/생애(生涯)와 편지(便紙)들》   

[23]얼굴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것은 그 얼굴에서 태어나는 환상에 의해서 현실의 이미지가 빛을 잃는 데서 오는 결과이다. 《C.P.보들레르/내밀(內密)의 일기(日記)》   

[24]자신의 스타일(문체)이 좋지 않을 때도 자신으로선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기 얼굴이 못생겼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L.비트겐슈타인/반철학적(反哲學的) 단장(斷章)》   

[25]저를 올려다보는 이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저는 말도 시작하기 전에 이상하게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1842.9.30. 파뉴일 公會堂에서의 演說) 《D.웹스터》   

[26]얼굴은 하느님의 걸작이다. 눈은 마음을, 입은 육체를 드러내 보인다. 턱은 의도(意圖)를 보여 주고 코는 의지를 나타낸다. 《E.G.허버드/작은 여행(旅行)들》   

[27]그것은 많은 얘기가 담겨져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얼굴도 이 점에선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것들은 도무지 얘기가 없습니다. 그것은 어쩌다 날짜나 적혀 있을까 글 한 줄 쓰인 것이 없는 공책과 같습니다. 《H.W.롱펠로/히페리온》   

[28]남자의 얼굴은 이력서, 여자의 얼굴은 청구서. 《대택장 大宅壯》   

[29]낯은 좋은 술을 만나 양쪽이 붉기가 쉽고, 눈[眼]은 아름다운 사람을 위해 반쪽만 희기 어렵다. 《최자 崔滋/보한집 補閑集》   

[30]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 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한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스럽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보드랍다는 아무것으로도 형용할 수가 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큼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에 생각해 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반 가지나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 뜻 그대로의 산 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랴. 《방정환 方定煥/어린이 예찬(禮讚)》   

[31]얼굴같이 신비로운 것은 없다. 양(羊) 얼굴, 고양이 얼굴, 원숭이 얼굴, 사람의 얼굴,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하루 동안 무심히 바라보는 때가 있다. 《이효석 李孝石/수상록 隨想錄》   

[32]얼굴은 인간의 광고판인 동시에 비밀의 거울이다. 얼굴은 또 조물주의 위대한 조형미술이다. 《윤오영 尹五榮/얼굴》   

[33]우리는 한 사람을 대체로 그 얼굴로 평가하려든다. 그만큼 얼굴은 한 사람의 모든 특색과 특징을 잘 나타낸 중요한 기호인 것이다. 《이기영 李箕永/얼굴》   

[34]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가장 잘 나타내 보여 주는 것은 그 얼굴이다. 우리는 얼굴을 보고 그가 누구인가를 곧 알아 낸다. 손이나 발이나 그 밖에 육체의 어느 부분도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지만 우리는 그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 얼굴 이외의 육체의 다른 부분을 보지는 않는다. 그만큼 얼굴은 누구에게 있어서나 그의 육체를 대표하는 부분이다. 그 사람의 개성과 운명까지도 그의 얼굴에서 판단해 온 동양(東洋)의 고래(古來)로부터의 관습은 결코 까닭 없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조연현 趙演鉉/눈의 사상(思想)》   

[35]철쭉꽃 빛깔을 좋아한다고 그의 얼굴빛은 어스름 황혼이면 흡사 철쭉꽃 그대로의 빛깔인데 이상스레 무서운 회포를 자아내게 하였다. 새벽녘이면 도화(桃花)빛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그의 얼굴색 때문에 나는 새로운 흙바람을 쐬는 자만 같아 소름이 솟기도 하였다. 《이봉구 李鳳九/모염 慕炎》   

[36]우리는 자기의 얼굴을 선택하는 자유가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님한테서 선물로 물려받은 얼굴이다. 재주나 체질과 마찬가지로 운명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안병욱 安秉煜/행복(幸福)의 미학(美學)》   

[37]사람의 뒷모습을 보면 언제나 슬픈 생각이 든다. 축 늘어진 어깨, 이지러진 뒤통수와 주름진 목덜미……어딘지 비극적인 데가 있다. 그러나 사람을 정면에서 치어다보면 언제나 증오와 불만이 앞선다. 많은 신비를 간직한 듯한 입술, 배신의 칼날을 품은 눈동자, 그리고 불안전한 나선형의 귀……사람을 정면에서 보면 무엇인가 도전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사람의 뒷모습에는 과거가 있고 그 정면에는 현재가 있다. 감상적인 과거와 불안한 현재가.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는 뒷모습도 앞모습도 아닌 프로필(옆얼굴)을 좋아하는 습속을 갖게 되었다. 프로필, 거기에서 나는 과거에 미래로 향한 동적인 모습을 느꼈던 것이다. 거기에도 부정과 긍정이, 애상(哀想)과 환희가 겹쳐져 있다. 아무리 미운 사람도 그의 프로필만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어령 李御寧/너와 나의 거리(距離)》   

【시·묘사】   

[38]아니다. 하나의 찡그림에 빛나는 이 얼굴은   

하나의 가면, 하나의 유혹적인 외식(外飾)일 따름   

그러니 보라, 지독하게 오그라는 들었어도   

여기에 참머리가 있고 거짓 얼굴 그늘에   

뒤집혀진 참얼굴이 있다. 《C.P.보들레르/가면 假面》   

[39]접시에서 주워 올려지는   

눌러 터진 딸기 같은 얼굴. 《K.크롤로브/자기(自己)의 사자(死者)들을 회상(回想)하기 위한 노래》   

[40]그러나 그의 얼굴은 친절한 표정 밑에 어떤 은밀(隱密)한 적의(敵意)를 감추고 있었다. 《D.H.로렌스/날개 돋친 뱀》   

[41]낯익은 얼굴도 어둑어둑한 가운데에서는 더 늙게 보이고, 더 낯설고, 더 멀리 있는 것같이 보이고, 또 처음 보는 사람처럼, 혹은 넓은 공간과 긴 시간을 넘어서 아득하게 마주보는 것같이 보이는 때가 있다. 《S.츠바이크/황혼(黃昏)의 이야기》   

[42]처녀나 부인들의 얼굴이 남자들에게는 얼마나 변화 무궁한 것인지 나는 골수에 사무치게 잘 알게 되었습니다. 대체로 여자의 얼굴은 정열이나 순진함이나 피로함을 거울같이 비추는 것이어서 거울에 비치는 영상이 자주 변하듯이 그렇게 쉽게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S.츠바이크/모르는 여인(女人)의 편지(便紙)》   

[43]그는 갑자기 초원과 광야와 목장과 세계의 온갖 경험이 깃든 얼굴을 하고 아버지처럼 말했다. 《E.M.레마르크/개선문 凱旋門》   

[44]표정의 온갖 바람결에도 달라질 수 있는 얼굴, 온갖 것을 그 안에서 꿈꾸게 할 수 있는 얼굴, 그것은 흡사 양탄자와 그림을 기다리고 있는 아름답고도 텅 빈 집과 같았다. 《E.M.레마르크/개선문 凱旋門》   

[45]얼굴은 말린 쇠고기처럼 검었다. 《J.E.스타인벡/빨간 망아지》   

[46]폭행까지도 주먹다짐까지도 받아들였고 또 받아들일 수 있었던 참을성 있는 얼굴이었다. 《J.E.스타인벡/불만(不滿)의 겨울》   

[47]얼굴은 마치 더운 불 곁에 너무 가까이 놓은 것을 깜박 잊어버린 양초 인형의 얼굴처럼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W.C.포크너/성단 聖壇》   

[48]잘못 구운 빵처럼 뺨 한쪽이 부어 있는가 하면 턱은 반대쪽으로 찌그러지고, 윗입술에는 수종(水腫)이 생긴 데다가 그것이 갈라지기까지 해서 거짓말로도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는 얼굴. 《N.V.고골리/죽은 혼(魂)》   

[49]희게 칠한 그 여자의 얼굴은 해골과도 같았다. 《E.케스트너/파비안》   

[50]긴의자 위의 백묵같이 흰 얼굴을 하고 눈을 감은 여자. 《E.케스트너/파비안》   

[51]턱에서 목으로 가는 선이 더할 수 없이 세련된 미를 지니고 있었다. 당대(當代)로는 이런 선이 될 것 같지가 않고 몇 대를 거친 혈통에서 나온 아름다움일 거라고 그는 슬퍼졌다. 머리 모양 때문에 목이 눈에 뜨이는 탓인지 그녀는 약간 파리해 보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端康成/산(山)의 소리》   

[52]호승(胡僧)의 눈이 어찌 남칠(藍漆)하여 푸르겠는가   

선객(仙客)의 얼굴은 원래 술힘 빌어 붉은 것 아니네   

옥은 본래 티가 없으면 광채도 또한 좋나니   

마음밭이 진실로 깨끗하면 얼굴 모양도 그러하니라. 《기화 己和/함허화상어록 涵虛和尙語錄》   

[53]거울에 비친 얼굴 내 보기에 꽃 같거든   

하물며 단장하고 님의 앞에 뵐 적이랴   

이 단장 님을 못 뵈니 그를 슬허하노라. 《무명씨 無名氏》   

[54]네 날 보고 방싯 웃는 잇속도 곱고 미워라고 흘기죽죽 흘기는 눈찌도 곱다   

창가묘무는 반점단순화반발이요 탄금수성은 일쌍옥수접쌍무라   

두어라 가금절색을 남 줄소냐. 《무명씨 無名氏》   

[55]내 얼굴 검고 얽기 본시 아니 검고 얽어   

강남국 대완국으로 열두 바다 건너오신 작은 손님 큰 손님에 뜨리 홍역도 약이 후더침에 자연히 검고 얽어   

그러나 각시네 방구석에 괴석삼아 두고 보옵소. 《무명씨 無名氏》   

[56]마른 목은 여위어 따오기 모양이요   

병든 살갗 주름져 닭살 같고나. 《정약용 丁若鏞/기민시 飢民詩》   

[57]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서정주 徐廷柱/자화상 自畵像》   

[58]어제 만난 얼굴은 다시는 볼 수 없습니다   

오늘 만난 얼굴은 어제의 얼굴이 아니올시다   

좀더 찢어지고 부서지고 이즈러진   

얼굴의 복수(複數). 《신동집 申瞳集/얼굴》   

[59]눈 따악 감은 얼굴이며 꼼짝 않는 사족에는 벌써 사색(死色)이 내려 덮였다. 목숨은 발딱발딱 가쁜 숨을 쉴 때마다 달삭거리는 숨통에만 겨우 걸려 있다. 《채만식 蔡萬植/탁류 濁流》   

[60]코가 질병자루 같다. 눈이 퉁방울 같다. 귀가 박죽 같다. 입이 나발통 같다. 얼굴이 두꺼비 같다. 《김동인 金東仁/광화사 狂畵師》   

[61]그는 호랑이 같은 남편과 오래간만에 정다운 정을 바꾸어 보니 근래에 볼 수 없는 화색이 얼굴에 떠돌았다. 어느 때에는 매적하게 생글생글 웃어도 보았다. 《김유정 金裕貞/소나기》   

[62]얼굴, 나는 사람의 얼굴을 볼 때마다 불교를 공부한다. 사람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고, 또 자기 자신의 얼굴이라는 그놈마저도 영 밤낮 같지가 않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이란 표현이 있지만, 어떤 때에는 제법 미남이고 어떤 때에는 말할 수 없이 추남이고, 어떤 때에는 무척 고상한 것 같아 저 자신도 반할 정도인데 어떤 때에는 심술과 욕심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 쥐어박고 싶은 것이 얼굴이다. 어떤 얼굴은 언제 보아도 싫증이 안 나는 얼굴이 있고, 어떤 얼굴은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시꺼먼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 있다. 간사한 얼굴, 똑똑한 얼굴, 그러나 굉장히 깜찍한 얼굴, 음탕한 얼굴, 미련한 얼굴, 무서운 얼굴, 사납기 독사 같은 얼굴, 덤덤한 얼굴, 인자한 얼굴, 푸수한 얼굴(황해도 사투리로 순하다는 말), 얄미운 얼굴, 술주정뱅이 얼굴, 시인의 얼굴, 실업가의 얼굴, 사회부 기자의 얼굴, 형사의 얼굴, 스님의 얼굴, 바 걸의 얼굴, 목사님의 얼굴, 청소부의 얼굴, 여차장의 얼굴……할머니의 얼굴…… 꼬마의 얼굴…… 눈앞에 어른거리는 몇 가지 얼굴만 적어 보아도 이렇다 《이기영 李箕永/얼굴》   

[63]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심각하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구석지에 앉아서 혼자 술을 먹고 있던 청년이 그 때 고개를 들고 힐끗 또다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오상원 吳尙源/모반 謀反》   

[64]달맞이꽃처럼 하얀 얼굴. 《박경리 朴景利/김약국(金藥局)의 딸들》   

[65]주전자를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한 그의 얼굴이 햇빛을 받아 번들거리고 있었다. 《유현종 劉賢鍾/거인 巨人》   

【격언·속담】   

[66]사람의 얼굴은 열 번 변한다. (*사람의 얼굴 모양은 한평생 사는 동안에 여러 번 변한다는 뜻) 《한국 韓國》   

[67]벌레 먹은 배추 잎 같다. (*얼굴에 검버섯이 끼고 기미가 흉하게 퍼진 것을 보고 하는 말) 《한국 韓國》   

[68]낙태한 고양이 상(相).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음을 비유한 말) 《한국 韓國》   

[69]객줏집 칼도마 같다. (*이마와 턱이 나오고 눈 아래가 움푹 들어간 사람을 보고 이름) 《한국 韓國》   

[70]동방(東方) 누룩 뜨듯 떴다. (*얼굴빛이 누르께하고 기운 없어 보이는 사람을 이름) 《한국 韓國》   

[71]말고기 자반. (*술에 취하여 얼굴이 붉은 사람을 비웃는 말) 《한국 韓國》   

[72]밥이 얼굴에 더덕더덕 붙었다. (*얼굴이 복 있게 생겼으니 잘 살겠다는 말) 《한국 韓國》   

[73]얼굴은 마음의 모습이다. *The face is the portrait and picture of the mind. 《영국 英國》   

[74]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 *The face is the inset of the mind. 《영국 英國》   

[75]얼굴은 성격을 말한다. *A man's face tells a great deal about character. 《영국 英國》   

[76]선한 벗의 노한 얼굴은 악한 벗의 웃는 얼굴보다 낫다. 《덴마크》   

[77]얼굴은 마음의 인덱스. 《라틴》   

[78]아름다운 얼굴은 요리의 한 코스에 맞먹는다. 《프랑스 혁명(革命)》   

【고사·일화】   

[79]화가 빌헬름 티슈바인은 한동안 빈켈만이 시작한 인상학에 골몰하여 인간의 얼굴에서 동물에 가까운 곳을 찾아 그것을 연구하던 것이 이제는 미치광이가 되다시피 하였다. 어느 날 나폴리에서 토마이어 박사가 왔다. 티슈바인은 이 훌륭한 학자와 저녁 회합에서 알게 되었다. 기쁨에 들떠서 그는 탁자를 팔에 안고 명랑하게 말하였다. 「닥터 토마이어! 이제 겨우 알았습니다. 당신은 개가 아닙니다. 내가 틀렸습니다. 당신은 황소입니다.」   

[80]미라보 백작은 추남으로 유명했다. 부녀 유괴죄로 고소당한 일이 있었는데, 법정에 나와 말하기를, 「재판장, 내 얼굴을 보아 주십시오. 이래도 여성을 유혹할 수 있을까요? 이게 무엇보다 좋은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81]멘첼이 베가스의 대리석 님프를 보았을 때 옆에 있던 베가스의 친구에게 말했다. 「자네 베가스에게 말해 주지 않겠나, 다시 한 번 연애를 하라고! 적어도 정신적인 연애일망정 해야 할 것이네. 얼굴에 좀더 관심을 갖도록 말이야.」   

[82]케인스 버로는 배우 개릭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하여도 그림이 잘 되지를 않아 그는 화가 난 듯이 내뱉었다. 「쳇, 당신은 어떤 얼굴의 흉내도 잘 내십니다. 그런데 자기 얼굴이라는 게 없군요.」   

[83]문절공(文節公) 주열(朱悅)은 얼굴 모양이 추하고 코가 문드러진 귤과 같았다. 안평 공주(安平公主)가 처음 왔을 때에 전상(殿上)에서 여러 신하와 연회(宴會)하는데 공이 일어나 헌수(獻壽)하니 공주가 왕에게 말하기를, 「어찌하여 갑자기 늙고 추한 귀신을 시켜서 가까이 오게 합니까.」 하였다. 왕이 대답하기를, 「얼굴은 추하기가 귀신 같으나 마음은 맑기가 물과 같다.」고 하니, 공주가 얼굴빛을 고치고 예(禮)를 다하였다. 《이제현 李齊賢/역옹패설》   

[84]바야흐로 이 부인이 죽을 적에 무제가 친히 가서 보려고 하니, 이 부인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지 않으며 말하기를, 「첩(妾)의 얼굴이 형편없이 되었으니 이러한 모양으로 황제를 뵈올 수가 없습니다.」 하여, 임금이 꼭 보려고 하였으나 보지 못하고 기분이 좋지 못하여 일어났다. 부인의 자매(姉妹)가 책하니 부인이 말하기를, 「황제를 뵙지 않은 것은 바로 우리 형제를 길이 부탁하자는 것이다. 얼굴을 가지고 사람을 섬기는 자는 얼굴이 쇠하면 사랑이 해이하여지는 법이다. 임금께서 연연불망하여 나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얼굴 때문인데, 지금 내 얼굴이 전과 같지 않은 것을 보면 반드시 두려워지고 싫어져서 나를 내쳐 버릴 것이니, 다시 나를 좇아 생각하여 우리 형제를 불쌍히 여겨 주겠는가?」 하였다. 《추강집 秋江集》   

[85]조선 말엽에 김규식이란 사람이 있었다. 등과한 후 문후드리는 그에게 대원군은 인사도 받지 않고, 「저런 얼굴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고 비웃었다. 김규식은 태연스럽게, 「있다뿐입니까? 소인이 세수를 하고 망건을 쓸 때 거울을 대하면 그 속에 소인 같은 얼굴이 있습니다. 대감 앉으신 뒤의 체경 속에도 지금 소인 같은 얼굴이 있습니다.」 씩씩한 대답에 운현대감은 크게 웃으면서, 「가위 기개 남아로군.」 하고 그 자리에서 벼슬을 직각(直閣)으로 올렸다.   

【어휘·명칭】   

[어휘] (1)용안불개(容顔不改):얼굴이 변하지 않음. (2)경리쇠용(鏡裏衰容):거울 속에 비친 쇠한 얼굴. (3)만면홍조(滿面紅潮):술에 취해 붉어진 얼굴. (4)일시화용(一時花容):잠깐 동안의 꽃 같은 얼굴. (5)세미옥안(細眉玉顔):가는 눈썹에 아름다운 얼굴. (6)귀모남색(鬼貌藍色):귀신과 같이 얼굴빛이 검푸른 얼굴/唐書 盧杞傳. (7)득어미첩간(得於眉睫間):인물(人物) 여하(如何)는 얼굴만 보면 알 수 있음/金史 趙元傳. (8)만협(曼頰):살결이 고운 뺨/淮南子 脩務訓. (9)만면춘풍(滿面春風):기쁨에 넘치는 얼굴/王實甫·麗春曲.   

'::나무와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01_乾-혹약재연  (0) 2013.12.24
01_乾-잠룡 물용  (0) 2013.12.24
상상력  (0) 2013.12.24
달의 정기  (0) 2013.12.24
한치윤, 해동역사-김가기  (0) 2013.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