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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옷을 풀어 헤치고 털버덕 주저앉은 상태

by 나무에게 2013. 12. 24.

 

 

2002년 6월 8일 11시 16분,

옷을 헤치고 털버덕 주저앉은 상태(해의반박解衣盤璞(돌석변)),
가슴을 너그럽고 상쾌하게 기르고
생각을 화락하고 막히지 않게 길러야 한다.
 
그렇게 하여 이른바,
평이하고
정직하고
자애롭고
선량한 마음이
끊임없이 솟아난다면......
 
사람의 웃고 우는 여러 정한과 뾰족하고 비스듬하고 쓰러지고 기울어진 모습 등이
저절로 마음 속에 베풀어져 자기도 모르게 풍경을 그려낼 수 있다.
 
조경을 할 때,
그 공간에 꼭 어울리는 긴장과 연결, 그리고 통일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나무 한 종류라도 마찬가지다.
그 이미지를 결정하는 한 가지를 물고 이끌고 나가야 한다.
그러할 때, 솜씨의 정교함과 생각의 신묘함이 자기 안에 훤하게 갖추게 된다.
아직 완성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아직 가지와 잎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라도
완성된 풍경이 이미 훤하게 눈에 보여야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 번잡하고 몸은 어그러져 못나고 둔한데다
멍청하다면,
예민한 끌과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도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를 알지 못한다.
 
모름지기 가슴을 너그럽고 상쾌하게 기르고 생각을 화락하고 막히지 않게 길러야 한다.
그것이 풍경의 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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