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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길과 사람

by 나무에게 2013. 12. 24.

1. 옛길은 없다.

옛길은 없다. 옛길은 옛길대로 두고 새길은 새길대로 따로 만들었다면 옛길은 있는 게 된다. 옛길과 새길을 그럴 듯하게 연결하였다면 절반의 옛길이 있는 것이다. 새길은 생각이 없다. 길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무참하게 짓밟고 만 것이다. 공동체 마을을 두 동강 내서 옆집을 먼길로 한참 돌아서 가게 한 것들이 소위 건설이고 발전이고 공학이고 계획이고 개발의 실체인 것이다. 놓치고 잃어 버런 것 투성이다. 지금이라도 새길을 낼 때는 그곳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우선하여 만들어야 할 것이다. 농촌의 길도 모두 농촌에 사는 사람들을 도외시한 채, 그곳을 지나는 차량만 우선하여 만든 것이다. 농촌에서 매년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그곳을 사는 사람들이 통행할 수 있는 속도를 완벽하게 외면하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였다는 사실 조차도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옛길 답사가 끝나면 최소한 문제의식 하나는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길의 강압과 폭력과 바보스러움을 따져야 한다.   2008/06/23   

2. 길과 사람

낯선 마을을 통과하여 어떤 길을 나설 때,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차로 그 마을을 지날 때는 그게 누구의 마을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의 속도와 마을을 지나는 사람의 속도가 다르다. 마을을 지나는 사람 따로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 따로 움직인다. 길은 하나인데, 그곳을 이용하는 속도가 다르다. 지나가는 사람이 마을의 속도를 눈치보며 지나야 할텐데, 마을 사람이 지나가는 과객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지나는 과객의 속도와 머물고 일상을 살아야 하는 마을주민의 속도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분명 있을 것이다. 마을의 속도를 무시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생태적 삶을 많이들 이야기 하면서 생태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오래된 마을의 생태적 속도는 길을 만들면서 고려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동물을 위한 생태통로가 있듯이,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의 생태적 속도 역시 고려하는 길이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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