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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함께

농월정과 방화수류정 그리고 청풍명월

by 나무에게 2013. 12. 24.

내 고향 청풍명월, 제천 그리고 청풍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벅차다. 2003년쯤 수원 방화수류정에서 인연을 맺은 김의석 감독은 그래서 더욱 친근감이 든다. 이 친근감이라야 내 스스로 생각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니 일방적이다. 그는 수원 토박이이고 나는 제천 토박이이다. 그런데 그는 수원을 영상에 담아 청풍명월이라는 영화를 제작하였다. 나는 청풍명월이라는 말이 좋아 무작정 이 영화를 좋아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청풍명월에 나오는 많은 전통 문화 유적지를 즐기는 남모르는 기쁨이 있었다고 하는 것이 바르다. 함양의 농월정은 여러 번 가고 싶었던 정자 문화였다. 그런데 이번 농월정 답사는 오히려 정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불에 탄 정자였다. 주변 풍광만 바라보고 흔적을 더듬다 온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불타기 전의 농월정이 그대로 나온다. 그래서 이 영화를 또 보게 된다.

 


영화 [청풍명월]의 본격적인 시작은 바로 화림계곡의 정자문화의 보고인 농월정이다. 이 영화는 남한산성, 무릉계곡, 광주 무등산 입석대, 경북 청송 주산지 등의 비경들과 경복궁, 소쇄원, 청풍문화재 단지 등의 전통 문화지들 등 전국 30여 군데의 로케이션으로 이제까지의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스펙터클을 완성한 작품이다. 따라서 전통 문화 관련 답사지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를 보는 기쁨이 보통 아니다. 난 이번에 이 글을 쓰기 위하여 영화를 다시 보았다. 사진 역시 청풍명월의 해당 장면을 캡쳐한 것이다. 영화 곳곳에서 답사 사진을 활동적으로 구성한 특징적인 장면을 볼 수 있다. 한강 주교 어가행렬 또한 웅장하다. 이 장면의 재현은 가히 선구적이라 할 수 있다. 

 

 

농월정은 달을 희롱한다는 뜻을 지녔다. 김영택의 펜화기행에 의하면 함양 군청은 불탄 농월정을 복원하고자 예산도 마련하고 설계까지 마쳤는데 공사가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수소문하니 농월정을 세운 지족당 박명부의 후손 10명 중 1 명이 토지 양도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자 문화 답사를 많이 다녔지만 주로 광주 근처의 담양에 있는 소쇄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더 균형잡힌 연구를 하지 않고, 그렇게 인식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함양을 중심으로 정자 문화를 답사하고 나니, 화림동에서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정자인 농월정이 불타 없어진 상태인 것이다. 농월정 앞의 달바위(월연암)라는 반석이 동호정 앞 차일암을 떠올리게 한다. 달 좋은 날에 농월정에 앉아 하늘의 달을 보고, 물에 비친 달을 보는 '달을 희롱'하는 행위는 달의 기운을 얻기에 유익한 수련의 하나일 것이다.

 

내가 청풍명월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수원성의 방화수류정을 안방처럼 들락거릴 때, 김의석 감독을 만난 것이다. 거기서 패색이 짙은 청풍명월의 명암을 예견하고 스탭진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나타난 것이다. 나는 마침 써클 선배들과 방화수류정에서 풍류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일군의 스탭들이 방화수류정을 올랐다.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우린 기득권을 지녔을 것이다. 술을 권커나 자커니 하면서 이 방화수류정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얼마나 후미한 일이었던가. 전국을 돌면서 일을 통하여 풍류를 지녔던 김의석 감독에게 말이다. 그러나 그는 기쁘게 만났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 역시 수원 토박이였던 것이다. 개봉관에서 가볍고 코메디적인 상대 영화에 밀렸다. 참 좋은 영화가 깨진 것이다. 그후 DVD로 출시되었지만 지금은 절판 중이다.

시나브로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이동식, 이정수, 허 창)하고 배급하였지만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영화이다. 첫 장면에서 수원성의 방화수류정 옆 억새밭이 나온다. 첫 자막은 "쿠데타로 왕이 물러나고 새로운 왕이 옹립되었다. 세상은 짙은 어둠속에 빠져 들고, 아침이 밝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이다.  영화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감 독 :  김의석    
출 연 : 
최민수 .... 최지환
조재현 .... 윤규엽
김보경 .... 시영
이종수 .... 재덕
전성환 .... 정여균
조상건 .... 김인
기주봉 .... 장무관
유연수 .... 서무관
강신일 .... 주상
 
영화 [청풍명월]의 장르는 무협서사극. 실제 칼과 칼이 맞부딪치며 장기간의 승마, 검술 트레이닝을 받은 연기파 배우들의 리얼 액션을 선보이는 정통 무협이라는 점 등이다. 격랑의 시대를 관통하는 두 남자의 뜨거운 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민수와 조재현, 목숨 건 카리스마 대결. 자객이 되어 돌아온 지환과 반정 왕조의 호위무사로 그를 뒤쫓는 규엽이 5년 만에 만나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운명의 순간. 달빛을 받으며 수원성 좁은 난간 위에서 진검승부가 벌어졌다. 최민수가 검의 살기를 몸소 느껴야만 진정한 자객이라며 진검대결을 고집했던 것. 형형한 눈빛, 허리까지 오는 잿빛 긴 머리에 파르스름한 달빛 아래 서 있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내츄럴 본 자객’이었다. 새파랗게 날이 선 최민수의 진검에 대응하는 조재현의 검이 계속 잘려 나가 칼 20여개가 이 한 장면에 소진되었다. 설상가상 이들의 발치는 평지가 아닌 비스듬한 성벽 위였고 조명을 위해 물까지 흠뻑 뿌려져 있던 것. 두 발로 서서 걸음을 내딛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부딪치는 소리만으로도 주변을 장악하는 진검이 종횡무진하는 것이다. 이 위태로운 광경을 바라보는 한 스탭은 실제 검을 사용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최민수도 대단하지만 날이 시퍼런 검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도 전혀 기죽지 않는 조재현도 정말 대단한 배우라며 혀를 내둘렀다.

 

[청풍명월]. 그 숨겨진 주역은 김보경의 환상누드? 3분 가량의 바이어용 프로모 테잎에 김보경이 폭포에서 목욕하는 장면이 삽입된 것. 카메라에 등을 돌린 채 팔과 몸 사이로 살짝 가슴 아래 곡선이 보이는 그야말로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감질맛 노출이었는데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국내에서는 [오세암]의 기자시사 때 해외 프로모를 극장에서 상영,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그야말로 김보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국 여배우 사상 최초로 무협에 도전한 김보경의 비장의 무기는 누드가 아닌 검술! 칼 하나도 부족해 쌍날검의 여검객을 열연한 그녀를 보고 원빈 무술 감독은 놀라운 집중력에 유연성까지 겸비했으며 [와호장룡]의 장쯔이보다 훌륭하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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