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합나무, 햇살 한 줌을 줍다 / 온형근
목백합나무 큰 키로 오래된 붉은 벽돌 단층 슬래브 건물,
인적 접은 옥상 사각조 슬라브를 내려본다.
졸음 가득 눈 떠지지 않는 아이에게
지난 밤은 울울창창鬱鬱蒼蒼 하였겠다.
앞선 줄에서 일곱 그루로 선명한 밝은 녹색 몸집으로
작은 바람에도 마음 약하게 흔들리는 위용 볼 만하다.
어학실, 미술실, 음악실로 별관은
목백합나무로 단촐하여 아담해졌다.
앞 줄에 이어 뒤로 세 줄이 함께 붙들려 있으니 숲이겠다.
건강한 미인을 닮은 숲.
햇살 조금이라도 찬란할 때
어김없이 목백합나무 숲에서 서로 손 내밀며
나뭇잎 현란한 빛으로 되새김 눈부시다.
햇살 숨을 때
언제 그랬냐고 잊게 해주는 순간 미학을
살랑대며 착시처럼 엉겨 붙는다.
붉은 벽돌 사각조 슬라브 단층 세 개 높이에서
더 먼 시선을 세상 밖으로 발돋움 한 채
숲에서 재잘되는 새에게 시선을 넘긴다.
어쩜 목백합나무 함께 일 때 얼마나 든든한지
사람도 삼삼오오 튼튼해지는 조합을 이룰 때
현기증 나게 근사해지는 그런 경험처럼
저럴 때 함께 걸어도 빛이 나고
모여 얼굴 맞대고 이야기할 때 천상의 음악처럼 아득하고
낮은 탁자 둘러 앉아 잘 익어 누룩내 짙은 막걸리 나누는 풍경,
아름다워 그윽하도록 행복해지는 이치겠다.
목백합나무 큰 키, 멀리 지켜 보는 맛만으로 매일 감격인데
저 숲 안을 매만지는 지렁이, 개미, 장수풍덩이, 사슴벌레들은
또 얼마나 매일 지치지 않게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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